이른 아침 눈을 뜨면, 나 홀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다. 책 안에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노트에 적는다.
이 시간이 행복하다 할 즘에 방문이 열리고 잠에서 깬 딸이 달려온다. 얼굴에 뭔가 가득 담겨있다.
"아빠. 인형 놀이하자!"
고요한 아침을 깨는 딸의 한마디가 나의 폐부를 찔렀다. 왜 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지. 그럼. 해야지 암. 책을 덮어 구석에 놓았다.
딸은 어제 내가 버리려고 둔 양말 꾸러미를 가져왔다.
"각자 하나씩 인형 옷을 만드는 거야."
인형 옷이라.... 딸아. 인형 놀이까지는 좋지만, 옷까지 만들라고. 아빠는 마흔넷의 아재인걸. 하지만 거절하면 찾아올 후환이 두려웠다.
딸과 나는 열심히 양말을 자르고 옷을 만들었다.
"아빠는 바느질 못하니깐, 이따 엄마한테 꼬매 달라고 할게."
뭐라고? 이래 보아도 아빠 육군 병장 제대야. 왕년에 계급장 얼마나 오바로크 쳤는지 알아. 얼른 옷 방에 가서 반짇고리를 가져왔다.
아. 바늘에 실을 넣는 것부터 고전했다. 구멍은 안 보이고, 손은 떨렸다. 자존심에 금이 갔다. 최대한 동공 확장해서 드디어 실을 뀄다. 야호. 딸의 지시에 따라 옷을 꿰매었는데, 삐뚤빼뚤거렸다. 옆에서 어찌나 구박을 하던지.
드디어 딸과 나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나는 집시 풍의 예술성을 강조했다.(실상은 최대한 바느질을 피한 대충 스타일) 딸은 블링 블링한 투피스 원피스를 만들었다.(바느질이 허접하다고 나중에 아내에게 부탁해서 다시 꿰매겠다고 통보)
작품 전시를 마치고 딸이 한마디 했다.
"아빠. 근데 옷에서 발 냄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