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독서 모임 여덟 번째 이야기 - 공통 도서

'까만 마음, 하얀 마음'

by 실배

가족 독서 모임 여덟 번째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공통 도서로서 내가 고른 책. 까만 마음 하얀 마음이었다. 아들이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말도 유난히도 안 듣고 고집불통이었다. 그때 아들에게 농담으로 뱃속에 까만 마음이 가득하다고 말하곤 했는데. 책이 있다니 신기했다.

소리 내어 책 읽기


우리는 돌아가면서 소리 내어 책 읽기를 시작했다.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정했는데 내가 이겼다.

나부터 순서대로 한 챕터씩 읽기 시작했다.

그림도 귀엽고 스토리가 참 좋았다.


줄거리

딸이 본인이 직접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기꺼이 딸에게 기회를 주었다. 딸은 그림책을 넘기며 중요한 내용을 다시 이야기해주었다.


우리에게는 두 마음이 있어요. 하얀 마음은 정직한 마음이고, 까만 마음은 거짓말하는 마음이에요. 엄마가 나에게 목욕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목욕이 싫었어요. 그때 까만 마음이 거짓말을 하라고 해서 나는 배가 아프다고 했어요. 엄마는 내 말을 믿지 않고 목욕일을 시켰어요. 그때 눈에 비눗방울이 들어가 따가워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씻기 싫어 거짓말을 하는 줄 아는 거예요. 나는 너무 억울해서 눈물이 났어요. 하얀 마음이 다가와 까만 마음과 놀지 말고 나랑만 놀자고 했어요. 나는 앞으로 까만 마음과만 친구 할 거예요.


질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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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들의 질문 - 이 책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
엄마) 일상에서는 이런 일들이 많고. 오히려 까만 마음이 이길 때도 많은 것 같다.

아빠) 인간은 누구나 까만 마음과 하얀 마음을 갖고 태어난다. 그래서 평소에 좋은 마음을 갖고 생활해야 하얀 마음이 까만 마음을 이길 수 있다.

딸) 까만 마음이 거짓말해서 나쁜데. 아이도 그 마음을 거절하지 않아서 모두 나쁘다.

아들) 가짓말을 많이 하면 나중에 아무도 그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2. 엄마의 질문 - 일상에서 까만 마음과 하얀 마음이 싸웠던 경험이 있는가?
딸) 얼마 전. 아빠랑 있을 때 엄마가 전화 와서 숙제했냐고 물었을 때. 안 했는데 그렇게 얘기하면 혼날까 봐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나중에 들켜서 엄청나게 혼났음)

아들) 지금 동영상과 게임 금지 중인데. 얼마 전 집에 혼자 있을 때. 고민 끝에 패드를 켰었다. 그런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었고. 발각되면 크게 혼날까 봐 결국 보지 않았다.(나와 아내는 어릴 때 TV 실컷 보다가 어머니가 와서 바로 껐는데. 어머니가 TV 뒤편을 손으로 만져보시고 걸려서 크게 혼났던 비슷한 경험을 공유했다.)

아빠) 성가대 오후 연습이 오후 1시 15분부터 시작된다. 점심 먹고 나면 싸움이 시작되었다. 가야 하는데 다녀오면 오후 3시를 넘었다. 가라는 마음과 가지 말라는 마음이 늘 사투를 벌였다.(아들이 누가 주로 이기냐는 질문에 노코멘트했다.)

엄마) 대학교 1학년 시절. 아침 수업을 신청해놓고. 너무 가기 싫었다. 마음속에서 가라 말라하며 대결이 시작되었고. 그때마다 고민하게 되었다. 결국 빠진 적이 많았다.


3. 딸의 질문 - 여태까지 했던 가장 큰 거짓말은?
이 질문이 하고 나서. 아들과 딸이 서로 부담스러워해서. 아들이 대답할 때는 딸이 잠시 나가 있었고. 아들이 이야기할 때는 딸이 잠시 나가 있었다.

아빠) 아빠가 대학교 면접 때 일이었다. 기독교학교였는데. 면접관이 교회 다니냐는 질문을 했다. 순간 머릿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났다. 그러나 대학에 꼭 붙고 싶었던 나는. 그 당시 다니지도 않는 교회를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결국 합격은 했지만. 이후로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했다.

엄마) 6살 때였다. 집 근처에 절이 있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어머니는 절대로 그곳에 가지 말라고 했다. 어느 날 근처에 살던 초등학교 2학년 언니가 그곳에 놀러 가자고 했다. 살짝 고민이 되었는데. 놀고 싶은 마음에 함께 다녀왔다. 오던 길에 엄마를 만났는데. 절에 갔다 왔냐는 물음에 혼이 날까 봐 아니라고 했다. 결국 나중에 진실을 실토했고 엄마는 엄청 화가 나서 먼지떨이로 때리려는데. 집에 놀러 온 작은 고모가 말려서 간신히 혼나는 것을 피했다.

아들) 엄마가 집에 오기 전. 숙제를 다 했냐고 전화 연락이 왔는데. 그 당시 네이버 사전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숙제하지 않았지만. 안 했다고 하면 혼이 많이 날 것 같아서. 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엄마가 집에 와서 엄청 혼이 났고. 결국 동영상과 게임을 한 달간 금지하게 되었다.(나는 아들에게 또다시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고. 아들은 안 했다고 해도 혼날 것 같고 했다고 해도 혼날 것 같아 고민된다는 답했고. 엄마의 일그러진 표정을 관찰한 후 안 했다고 할 거라고 급히 답을 바꾸었다. 녀석도 참.)

딸) 얼마 전 유튜브로 어린이 채널을 보다가 갑자기 밑에 뭐가 보여서 눌러보았더니 일본 만화였다. 호기심에 잠시 보고 껐다. 그런데 엄마가 그것을 알고 누가 보았냐고 나랑 오빠한테 물었는데. 나는 혼이 날 것 같아서. 아니라고 했고. 그로 인해 오빠가 많이 혼났다. 결국 나중에 내가 했다고 말을 했고. 나는 유튜브 보는 것이 금지되었다. 오빠한테 정말 많이 미안했다.

4. 아빠의 질문 - 왜 사람에게는 까만 마음과 하얀 마음이 있는 것일까?
아들) 인간이 선악과를 먹어서이다.(짧지만 임팩트가 컸다. 딸이 선악과의 뜻을 물어서. 아내가 딸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엄마) 이기심 때문이다. 자기가 좋고 편한 대로 행동하고 싶은 본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아빠) 예를 들어 내가 군인인데. 적에게 잡혔다. 적이 나에게 동지들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목숨을 구해준다고 했다. 이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동지들이 다 죽기 때문에. 나는 알면서도 모른다고 거짓말을 한다. 바로 이런 상황들 때문에 까만 마음과 하얀 마음이 생긴 것이다.(이때. 아내가 문제를 제기했다. 오히려 거짓말을 한 것이 소신을 지키는 옳은 행동이므로 하얀 마음이고. 진실을 말해서 동료들을 다 죽게 만들고 자기만 산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거짓 마음이라고 했다. 아들은 반대로 나와 같이. 그래도 거짓말을 했으니깐 까만 마음이지 않냐고 했다. 내가 이야기를 꺼냈지만. 까만 마음과 하얀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이번 주도 빠지지 않고 가족 독서 모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솔직히 공통 도서는 가족 모두 부담이 적었다. 모임 시간에 돌아가면서 읽기 때문에 혹시 안 읽어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신기하게 자율 도서 때보다도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번 주 주제가 거짓말에 대한 것이라서 그런지. 부모도 아이들도 모두 자기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거짓말에 대해서. 아이나 어른이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에 신기했다. 그리고 어릴 때로 잠시 돌아가 아이 입장이 되어 보기도 했다. 아. TV 몰래 보다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뜨근한 TV 뒤편을 만지시고 회초리를 들었던 생각이 나서 갑자기 정강이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각자 본인의 거짓말 경험을 이야기할 때 어려움을 느꼈는데. 스스로 한 명씩 잠시 나가 있자는 해결책을 제시해준 점이 고마웠다. 이제는 많이 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주는 다시 자율 도서이다. 지난주는 바빠서 책을 못 읽었는데. 이번 주에 부리나케 읽어야겠다. 나날이 토론이 풍성해지는 이 모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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