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강동도서관에서 반년 간 진행한 가족 독서모임 강의가 끝나는 날이다.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핸드폰으로 강의안을 살폈다. 이상하게 마음 안에 설렘과 아쉬움이 번갈아 교차하여 복잡했다. 그래도 마무리가 중요하니 들려줄 이야기를 계속 읊조렸다.
처음 도서관 담당자분에게 강의 의뢰를 받고 함께 강의안을 고민하고 만들어 나가는 과정부터 좋았다. 단회성 강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최초에 이론과 실습 교육을 실시하고, 3개월 동안 가족들이 직접 독서모임을 운영한 후 각 가정마다 피드백을 주고 마지막으로 총정리하는 과정으로 끝이 난다.
그동안 가족 독서모임 강의를 한 후 가족들이 어떻게 독서모임을 운영하는지 확인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였다. 피드백을 통해서 각 가정마다 상황에 맞게 독서모임을 잘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좀 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이었다.
도서관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아직 텅 빈 강의장에서 PPT가 잘 구동하는지 점검하고 긴 호흡을 통해 긴장을 덜어냈다. 늘 강의 시작 전이 떨렸다. 강의를 한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긴장되는 걸 보면 내향인임을 감출 수 없다.
하나둘 반가운 가족들이 도착했다. 간단히 퀴즈를 통해 분위기를 좋게 만들곤, 영상 시청을 했다. 13년 간 가족 독서모임을 이어온 어느 가족의 이야기였다. 여러번 본 영상이었지만 볼 때마다 공감되고 그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 참가자분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면 나와 비슷한 감정임이 분명했다.
영상시청을 마친 후 각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진행한 독서모임에 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정리해서 돌려줄 수 있지만 가족 입에서 직접 나온 이야기가 살아있고 힘이 있었다. 가족 독서모임 달력까지 만들어 매일 10분간 책 읽고 기록하기, 글이 어려운 자녀를 위해 그림으로 질문하고 답하기, 가족마다 돌아가면서 모임 기록하기 등등 기발하면서도 직접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다른 가족은 어떻게 독서모임을 운영하는지 공유를 통해 공감하고, 안도하며 우리 가정에 적용할 수 있는 꿀팁도 배울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족 독서모임을 해보니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가족 간에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고, 엄마 아빠의 생각도 알 수 있어서 재밌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강의를 진행하면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발표가 끝나고 도서관에서 준비한 선물 증정식이 있었다. 뜻하지 않은 선물에 가족 모두 기뻐했다. 담당자분이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이 강의를 꾸려나갔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마무리는 독서모임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다고 이야기해 준 내용을 바탕으로 하나씩 해결책을 제시해 보았다. 가족들이 어렵다고 한 부분들 모두 나 역시 모두 겪었던 일들이라 세세하게 도움 되는 내용을 알려주었다.
강의를 마치기 전 계속해서 가족 독서모임을 운영하면 좋겠단 바람을 전했다. 가족들의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곤 그 바람이 이루어질 거란 확신이 들었다.
반년 동안 열심히 참여해 준 가족분들과 도서관 담당자분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