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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람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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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배 Nov 03. 2024

우울의 침투

살면서 이럴 때도 있는 거야

아침에 일어났다. 왼쪽 어깨부터 그 아래까지 찌릿한 통증이 몰려왔다. 어제 헬스장에 갔을 때부터 통증이 있었는데 무시하고 운동을 하다가 결국 탈이 났나 보다. 미련 공탱이 같이.


더구나 전 전날 과음의 여파로 여전히 두통이 지속되었다. 침대에 일어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니. 배에 거대한 무게추라도 올려놓은 듯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날은 덩달아 마음까지도 저 아래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왜 이리 울적할까. 아내랑 별 것 아닌 일로 투닥대다 맞이한 냉각기는 어찌 풀어야 할지. 아직 손도 대지 못한 강의안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새로 시작하기로 한 독서모임은 또 어떻고. 쩜쩜쩜.


힘이 날 땐 즐겁고 감사하기만 했던 일들도 하나하나 부담되고 피하고만 싶다. 어둑한 침대에 누워 거치대에 휴대폰을 꽂고 최신 OTT를 연달아 보면서 멍 때리기라도 하면 괜찮으려나. 해야 할 일에 압도되면 하지 않고 삐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거늘.


그래 안다. 지금 기분이 오래가지 않을 거란걸. 하긴 이런 감정도 썩 나쁘진 않다. 차분히 정돈하고 돌아보는 시간은 나를 멈춰 세우기보단 더 나아가기 위해 숨 고르기가 되어준다. 그래서 애써 벗어나려 하지 않을 거다.


뾰족한 칼날이 왼쪽 한 번, 가운데 한 번, 오른쪽 한 번 선을 긋고 생채기를 낸다. 아잇 아프잖아. 그래 해볼 테면 해봐. 상처가 아물고 딱지가 생기면 그 자리엔 더욱 단단한 새살이 돋을 거다.


잠시만 이 상태로 있을 테야. 내일이면 분명 짠하고 밝은 나로 돌아갈 거라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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