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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현 Feb 12. 2022

에필로그

애틋하고 눈부신 날들

    안녕하세요. 소현입니다.


    아랍은 날씨가 좋습니다. 눈부신 봄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성수기라 호텔 값이 미친 듯이 치솟습니다. 여기까지 함께 와 주셨다니 우선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심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에 대해 오래 적어오며 저 스스로도 감정이 요동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 고되었을 시간을 놓지 않고 함께 해주심이 감사합니다. 첫 번째 글에서, 우울했던 이야기도 들어주신다면 즐겁게 해 드린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 같습니다. 반성하고, 더 광대가 될 수 있게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래된 불행을 녹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힘찬 광대가 되어보겠습니다.


    참 오래도록 아픈 시간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얽매여 정체된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렇게 마음이 곪아갔습니다. 그래도 더 늦지 않게 알게 된 것이, 슬픔을 정리할 기회를 찾은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그 슬픔 사이에 사랑이 있었다고 썼습니다. 이는 분명한 사실입니다. 너무나 눈부시고 행복해서 견딜 수 없었던 순간들도 많았습니다. 함께 웃었던 때가 그랬고, 밤을 새워 나눈 이야기들이 그랬고, 우는 저를 다독여주던 그 손들이 그랬습니다. 그들 덕분에 제가 지금 웃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도 언젠가 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습니다.


    글을 탈고하며, 둘러본 방 안은 평소와 달라 보입니다. 제 눈과 마음이 변했기 때문인가 봅니다. 삼촌을 용서하지는 않을 겁니다. (책으로 때린다는 것도 진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이 꼭 세상에 나와야 하겠습니다.) 그렇다 해서 그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데에 소중한 시간을 더 이상 쏟을 마음도 없습니다. 단지 그는 이미 제 삶에서 한참을 지나간 사람이며, 더 이상 저에게 아무런 신체적 상해도 심리적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긴 겁니다. 이제 그 사람이 남긴 과거의 상처에서 눈을 돌려 제가 나아갈 앞을 봅니다. 지나간 것들을 내려놓고 향하는 곳이 얼마나 눈이 부시고 또 안온할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고여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게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그렇고, 삶을 바라보는 태도도, 그리고 저 자신을 대하는 방식도 이제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글을 쓴 후로 더 이상 저를 학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다독여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강구합니다. 저는 저 자신과 함께 이 백세시대를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최소 70년은 더 함께 보내야 합니다. 사이좋게 지내지 않으면 피곤한 것은 결국 저입니다.


    막간을 이용해 말씀드리지만, 저는 유애나입니다. 아이유의 노래 중 ‘아이와 나의 바다’를 들을 때면 종종 눈물이 납니다. 이 노래가 어쩌면 우울에서 벗어나려 애쓰는 삶 그대로 같습니다. 이 노래의 끝에 ‘또다시 헤맬지라도 돌아오는 길을 알아.’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그 노래를 이어 들으면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것들이 있지.’라는 가사로 노래가 시작됩니다. 노래의 끝과 시작이 다시금 이어집니다. 저는 다시 돌아오는 길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은 저의 작은 내면 아이가 언젠가 또다시 우는 날이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다시 돌아오는 길을 알기에, 몇 번이나 다시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겁니다. 그게 희망입니다.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것이 희망입니다.


    그리운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었습니다. 함께한 그리운 나날들은 그들이 없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기로 했고, 이제 먼 미래에 다시 만났을 때 그들에게 전해줄 멋진 이야기들을 만들기 위해 더 잘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떠나간 이들에게 원망도 의문도 없습니다. 이제는 그리움과 그들과 나눈 사랑스러운 시간만이 남아 결국 끝엔 함께 다시 웃게 될 겁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몇 개월의 시간이 치유였습니다. 미뤄두었던 꿈을 가져와 다시 꾸게 되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매일 조금씩 시간을 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글이 잘 쓰이지 않아서 머리를 키보드에 박은 것도 수 차례였고, 어떤 날은 글을 쓰는 게 너무 즐거워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던 나날도 있었습니다. 모든 순간이 뜻깊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저를 작가로 만들어 준 것은 글을 읽어 주신 분들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았다면 결국 이 글은 일기나 다름없었을 겁니다. 진솔하게 용기를 내서 세상에 꺼내 놓은 이 우울하지만 예쁘게 꾸며 놓은 글을 흔쾌히 읽어 주시고 온기를 나누어 주신 분들 덕분에 이 글이 에세이가 되고, 그리고 또 제가 브런치 안에서 작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소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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