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이상심리 성찰일지9
음식에 대한 사랑보다 더 진실된 사랑은 없다. - 조지 버나드 쇼-
“한국사회는 요즘 너무 잘 먹는 경향이 있어요. 저희 어머니도 하루에 반드시 2끼는 집에서 먹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저에게 새벽1시에도 육해공으로 음식을 차려주곤 하셨어요. 그 바람에 착한 아들이었던 저는 살집이 있는 몸을 유지하게 되었죠.” 교수님의 풍채가 효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릴 적 우리 아버지는 항상 지나치게 마른 체형이셨다. 실제로 당시 유행하던 결핵에 걸릴 만큼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그러다보니 그 시절 우리 엄마는 우리 삼남매를 유독 일찍 자라고 하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막 삶아내서 김이 펄펄 나는 천엽, 소 내장 등을 도마 위에 얹은 채 두 분이 몰래 드시곤 하셨다. 아니 주로 아버지가 포식을 하셨다. 우리 삼남매는 자는척했지만 몰래 실눈을 뜨고 안방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며 피비릿내 나는 소 간 냄새나 내장 삶은 누린내를 어김없이 맡곤 했던 기억이 있다.
어린 마음에도‘아! 아버지는 몸이 약하니까 엄마가 약을 챙겨주시는구나.’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허약한 남편을 챙겨준 사랑의 야식타임이었던 것이다.
맵고 달고 짠 치킨, 피자, 족발 등의 야식거리를 먹는 요즘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확실히 허약함을 음식이 아닌 영양제나 병원을 통해 치료 받는 것이 익숙하게 되었다. 그 옛날의 음식은 허기를 채우는 데서 더 나아가 몸의 원기를 살리는 보약이었던 것은 아닐까싶다.
세월이 흘러 엄마로 어린 자녀들을 키울 때 유행하던 책 중에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는 책이 있었다. 몸에도 좋지 않은 각종 화학색소를 첨가된 과자나 인스턴트를 먹일 바에는 차라리 아이를 굶기는 게 낫다는 다소 공격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무려 2탄까지 나올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거두었다. 두 아이 모두 약간의 아토피를 앓고 있던 터라 나도 열독하며 간식을 가려 먹이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음식은 생존유지의 기본이 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랑과 배려의 표현이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음식섭취를 현저하게 감소시키거나 거부하여 체중이 비정상적으로 저하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 일명 ‘거식증’으로 인해 사망한 모델이 생기는 바람에 모델선발에서 너무 마른 경우는 배제 시키는 현상이 나오고 있다. TV에는 먹방이 넘쳐나고 유튜브의 위(?)대한 대식가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인데 말이다. 먹을 것이 없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들은 또 뭔가? 정말 세상은 요지경 속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오늘날처럼 한쪽은 먹을 것이 넘쳐나고 한쪽은 먹을 것이 없는 것처럼 중간이 없는 현상을 여기에서 보게 된다. 굶을 것이냐, 많이 먹고 토할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자신을 잘 알라고 했던 우리의 테스형이 이런 말도 하셨다. “살기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기 위해 살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