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꼬맹이.
꼬맹이 너에게 귀여운 옷을 입혀보고 싶어서 강아지 옷을 입히려고 하면 넌 표정부터 달라졌어.
동물 병원에서 애견 미용을 하고 나서 박박 털이 밀린 꼬맹이 너의 몸이 보기 안쓰러워서 옷을 입혔더니
꼬맹이 너는 표정을 저렇게 짓더라...
미안했지만 모기에 물리면 안 되기에 언니는 당분간은 꼬맹이 네 털이 조금 길게 자랄 때까지 옷을 입히곤 했었지.
불만이 가득한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꼬맹이 너.
그래도 용케도 옷을 입히는 동안 성질 한번 부리지 않았고 낑낑대지도 않았어.
단지 눈으로, 표정으로 날 욕하고 있었을 뿐...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옷 입는 것이 익숙해졌는지 표정도 다시 좋아지고~^^
몸집이 자그마했던 꼬맹이 네가 옷을 입는 모습이 참 귀여웠는데~
이렇게 잠도 잘 자고~^^
어느 정도 털이 자랐고 또 날씨도 조금은 쌀쌀해졌을 때 난 꼬맹이 너에게 다른 옷을 입혀봤었어.
여전히 옷 입는 것을 익숙해하지 않았고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지구여자인간이 또 시작이구나...라는 표정으로 체념한 듯 나에게 순순히 네 몸을 맡겼었지.
그래도 전처럼 얼굴 표정이나 눈빛이 날 향해 욕하는 것 같지는 않네~^^
산책하고 집에 왔을 때 꼬맹이 너의 네 발을 씻기는 게 조금은 귀찮아서 산책용 신발을 신겼다가
그 자리에서 완전 얼음이 되어버린 너를 보고 그냥 내가 좀 더 수고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신발은 신기지 않았어.
넌 내 마음을 알았는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더러워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산책하고 와도 몸이 더럽거나 발이 많이 더럽거나 하지는 않았어.
생각보다 꼬맹이 네가 깔끔 쟁이였나 봐.
모자 달린 주황색 옷을 입고 가을 무렵에 산책을 나간 꼬맹이.
열심히 걷고 또 걷고~
흙을 밟는 기분이 좋았는지 꼬맹이 너는 정말 잘 걸었고 잘 뛰었었어.
꼬맹이 네가 옷을 입은 사진들을 찾아봤는데 많이 없더라.
네가 옷 입기는 귀찮아했고 그리고 언니도 너를 귀찮게 하면서까지 옷을 입히지는 않아서 네가 옷을 입은
사진이 별로 없는 것 같아.
가끔 길 가다가 예쁜 강아지 옷이 눈에 보이면 너무 사고 싶었지만
정작 그 강아지옷을 입을 당사자인 꼬맹이 너의 표정이 눈에 너무 선해서 선뜻 사지도 못했고 말이야.
그래서 옷을 입은 너의 사진이 많이 없는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지금 여기 언니가 살고 있는 지구의 대한민국은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고 있어.
아까는 여름 장맛비처럼 비가 많이 내리더라고.
비가 이렇게 내리는 날에 꼬맹이 너를 산책시킨 적이 거의 없었네.
산책하면서 어쩌다가 물이 발에 묻거나 밟거나 하면 물이 묻은 발을 유난히 털어냈던 너였기에 그래서 더더욱 비 오는 날에는 산책을 거의 안 했던 것 같아.
네가 없는 봄을 맞이한 첫 번째 봄.
이젠 네가 없는 여름도... 가을도... 가을도 계속 맞이하게 되겠지.
너도 내가 없는 계절들을(만약 꼬맹이 네가 사는 별에도 지구처럼 계절이 있다면 말이야..) 보내고 있을 것이고...
서로에게 없는 시간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보고픈 건 여전하다.
꼬맹이 너도 내가 많이 보고플까? 궁금하네...
오늘 언니가 몸이 좀 아파서인지 네 생각이 또 많이 난다.
넌 너의 별에서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야 돼, 알았지?^^
언니도 금방 나을게, 걱정하지 말고~^^
내 사랑, 나의 영원한 반려견 꼬맹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