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보내준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의 맨얼굴이었어요
우리 삼촌은,
바다의 표정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진정한 남자랬어요
여자를 알고 싶으면 바다에 가서 낚시를 배우고,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낚시 따윈 꿈도 꾸지 말아라고
그래도 정 원한다면
바다가 좋았던 것뿐이라고 둘러댔지만
어쩌면 여자를 알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죠
아님 조금 그리웠던 걸까요?
친구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밤바다에서
난생 처음 느껴 본 입질은, 마치 잊고 지내던 약속처럼
바다와 하는 팔씨름 같은 거라던
그 말이 딱 맞았어요
폭풍이 지난 뒤 곤히 잠든 해변에는
길 잃은 부표 같은 것들과 함께
바다가 너무 좋아 술을 끊을 수 없다는
엉뚱한 얘기들과
무엇 하나 제대로 남겨줄 것 가르쳐줄 것도 없어
미안하다던,
아슬아슬 그런 것들이 밀려오곤 해요
보잘 것 없는 인생이었다고 혀를 차는 소리가
지금도 종종 들려오지만
모르고 하는 얘기죠
새벽 낚시터 마냥 조용히 흘러간
장례식 마지막 날에는
어떤 여자가 와서 한참을 넋을 놓아 울고 갔더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