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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뫼르달 Oct 27. 2023

손톱



 세상이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에

                       별들은 이름을 갖기도 전에 죽어갔다.


 사람이 많은 곳을 꺼린다 세 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는 늘 외로움이 합석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내 곁에 앉은 사람보다는

멀찍이 서서 딴청을 하는 누군가를 곁눈질로 살피곤 한다

이제 그의 이름을 외로움이라고 부르겠다

그가 나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나를 허름한 횟집으로 데려갔다

 전혀 고급스럽지 않은 고급 모듬회를 주문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은 남자가 우악스럽게 수조 속의 고기들을 퍼담는다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까, 그가 파도소리를 듣고 있다면 좋겠다

 수조 속에 남겨진 놈들이 가엾다 전혀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산 생선들이



 물에 씻은 묵은지 위에 도톰한 광어를 두어 점 얹는다

땡초와 참기름을 곁들인 막장을 듬뿍 곁들여서

 깻잎으로 꽁꽁 싸매어 입으로 가져간다 삐뚤삐뚤하게 금이 간 손톱이 입술에 닿는다


 손톱과 입술은 아주 오랜 시간 만나왔다 손톱을 뜯는 습관을 여태 버리지 못하였기에

 마치 어떤 지독한 연애처럼, 생과 사의 교접은 지긋지긋하게 이어지겠지

 그래서 손끝이 혀끝을 대신하는 걸까

입으로 뱉은 문장보다 손으로 적은 문장이 많은 사람

남긴 문장보다는 지운 문장이 많은 남자



 별들이 너무 늙어버렸기 때문에 손톱을 뜯었다

손톱은 아주 가끔 삐뚤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된다 나는 그걸로 몸을 긁곤 한다

 거울 속에는 사나운 짐승이 남긴 듯한 흉터가 많아서, 입을 틀어막았다

 손톱이 자라는 속도가 입술의 외로움을 따르지 못하는 날에는

아무렇게나 깨진 손톱은 메마른 입술에 비릿한 핏자국을 두고 가기도 했다



여전히 손톱을 뜯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서

                 별들이 죽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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