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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Aug 15. 2016

취향이 있는 사람은 섹시하다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 "톨스토이"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한다. 

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를 좋아한다.

나는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즐긴다.

나는 전자책을 읽고 알리 것을 좋아한다.

나는 혼자 여행하고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공포영화는 싫어하지만 좀비물은 좋아한다.

나는 야구를 잘 안 보지만 한화의 팬이다.

나는 소주보단 맥주 맥주보단 소맥을 사랑한다.

나는 특별한 일인자보단 실속 있는 이인자가 좋다.



방금 언급한 나의 기호들은 특별하지 않지만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데 충분하다. 그리고 누구나 저 정도는 자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인생 대부분을 "나"를 찾는 고민으로 보내지만 이미 "나"라는 사람은 고유의 취향을 뿜어내며 살아가고 있다.  


취향이란?

취향이란 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정한 기호의 집합이다.

취향은 본래 마음이 동하는 방향 혹은 한 인간의 고유한 양식을 뜻한다. 

우리는 관심이 가는 것에 호감을 느끼고 그 대상을 배우고 즐기는 것을 반복하다. 이와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개인의 취향이 된다. 이처럼 스스로가 어떤 행동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느냐에 따라 성격, 삶의 양식 나아가 개인의 고유한 양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RPG 게임은 취향을 설명하는데 좋은 예다. 자신이 추구하는 직업으로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 힘이라는 포인트를 찍고 기사가 되거나 지혜라는 포인트를 찍고 마법사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고민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하나의 완숙한 직업자로서 키워나가는 형태가 RPG 게임이다. 어떤 성향을 더 키우느냐에 따라 그 캐릭터의 직업이나 성향이 결정되고 얼마나 잘 키웠느냐 에 따라 그 세계에서 인지도가 달라진다. 

RPG 게임에 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우리들의 삶과 유사한 환경에서 짧은 시간에 다양한 삶의 방향을 경험하며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리만족은 바로 사회의 외압이 아닌 오직 자신의 선택한 방향의 캐릭터를 키우는 것에서 온다.



취향에 관해 잘 설명한 책의 한 부분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

'노가다' 판에서 일하는 가난한 청년이 어느 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에 꽂혀, 그날부터 차비와 점심값을 아껴가며 중고 클래식 LP를 사모을 수 있다.
결국 취향이란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기호나 규율이 아무리 방해해도 자기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 재밌는 것,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을 찾아내어 그것들과 함께 삶을 더 잘 즐기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 지금 취향인가?  

취향, 취향 존중, 취향 저격이라는 키워드의 해시태그는 100만 개가 넘는다. 취향은 이제 유행을 넘어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이토록 취향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혁명은 빠르게 우리 사회를 성장시켰다. 술과 커피를 든 노동자들은 중독에 의지하며 산업발전에 이바지했다. 이후 도래한 자본주의 사회는 모든 것을 효율화시켰다. 공장의 기계 부품부터 일하는 사람의 시간까지 계산하여 빈틈없이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사람의 효율화는 곧 사람의 부품화를 뜻하였고 결국 몰취향의 역사가 시작된다. 효율화라는 명목 아래 상품도 사람도 모두 규격화시켜버린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인구는 점점 축소되어가고 1인 가구와 자녀가 없는 소가구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 지표들이 보여주는 신호는 곧 개인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은 사회가 꾸며낸 존중보다는 개인의 존중을 중요시하며 개인의 존중을 위해 타인의 취향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이처럼 스스로 존중받고자 하는 목소리의 연대가 곧 현대의 취향 문화로 번지고 있다. 이는 곧 차별금지법, 인권운동, 힙스터 문화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처럼 지금의 취향은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과거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상이 채워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매력적으로 발현해줄 취향의 양식에 열광하는데 독특하고 희소성이 있는 것, 무해한 것, 좋아 보이는 것,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 유머가 있는 것 등을 선호한다. 



누구나 취향은 있다. 단지 밝히지 않았을 뿐

- 우리는 왜 자신의 취향에 당당하지 못할까?


과거 우리 사회는 취향이라는 개인적인 성향은 당당히 공개하는 것을 금기시 해왔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취향이 꽤 높은 수준으로 인정받는 수준이 아니라면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함구한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는 나만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소통에 있어 일정 부분 자신의 취향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취향에 대해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빽빽한 도시에 사회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우리들에게는 당당한 취향의 표현이 어찌 보면 어려운 게 당연한 일이다. 한국을 포함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형 국가들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개인에게 취향의 표출은 매우 중요하다. 표출되지 못한 취향은 나의 내면에 잠시 머물다가 아무 의미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내면의 취향이 밖으로 표출되어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는 순간 취향은 실로 생생하게 살아나게 된다. 


성장하는 과정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이 바로 성장의 속도에 큰 차이를 준다. 우리 주변에 취미가 많은 친구들의 공통점은 약간의 창피함은 감수하고 우선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위 사람에게 그 사실을 당당하게 알린다. 


“어느 여행에서 우연히 재즈를 너무도 사랑하는 친구를 만났다. 프라하로 가는 기차 안에서 그 친구는 텀블러에 숨겨진 와인을 나눠 주며 재즈의 역사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프라하에 도착해 그 지역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재즈바에 가서 같이 재즈 즐겼다.” 수년 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 친구는 내게 재즈, 와인, 프라하로 기억된다. 가만히 떠올려 보면 즐거운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빠졌거나 자신만의 독특한 버릇이 있거나 세상의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채색인 사람보단 어설퍼도 다채로운 색깔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우리는 우리의 취향에 조금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섹시하다.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가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색의 조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그 색깔을 얻었는지 앞으로 어떤 색깔로 변해갈지 흥미가 생기고 그 흥미는 곧 관심과 사랑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한번 떠 올려보자. 단지 외모나 조건 등을 떠나 그 사람이 풍기는 취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을 떠 올렸을 때 그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키워드가 세 가지 이상 떠오른다면 그는 분명 매력적인 사람일 것이다.  


나는 프랑수아즈 사강이나 한나 아렌트, 시몬드 보부아르, 실비야 플라스, 버지니아 울프 등을 좋아한다. 커피 향과 담배 연기가 가득한 방안에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무엇이든 만들어냈던 사람들 모두가 잠들고 기어코 갓난아기가 잠든 새벽 4시에 글을 쓴 그녀들, 구시대적 여성에 대한 반발이나 압력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작품 활동을 계속 해냈으며 보란 듯이 담배를 꼬나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그녀들을 보면 쿨 하다못해 가슴이 두근거린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섹시하다. 재즈에 미쳐 그 깊고 복잡한 재즈 연보를 줄줄 꾀고 있는 사람, 남을 돕는 일이라면 신고 있는 양말까지 벗어줄 정도로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 몸속에 있는 모든 수분은 커피로 이루어져 있을 것 같은 그 작곡가를 나는 좋아한다. 그들의 취향이 내게 다가와 조금씩 섞여 들어가며 나의 색깔을 바꿔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취향이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취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기호가 명확하다.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우리가 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떤 색의 조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그 색깔을 얻었는지 앞으로 어떤 색깔로 변해갈지 관심이 생기고 그 관심은 곧 사랑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한번 떠 올려보자. 단지 외모나 조건 등을 떠나 그 사람이 풍기는 취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사람이 바로 취향이 있는 섹시한 사람이다. 이들이 있음으로 내 인생은 지루하지 않고 점점 더 흥미진진해진다.


언젠가 우리가 자신만의 완숙한 취향을 풍길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쯤 그려봤으면 한다. 내가 어떤 취향의 사람일 때 가장 섹시하게 보일지 문장으로 풀어보고 그림으로 그려보자. 단, 돈과 브랜드에 얽매이지 말 것, 비주류와 주류에 차이를 두지 말 것, 남을 존중하듯 내 취향도 존중할 것.


먼지 쌓인 책을 툴툴 털어내며 담담히 책을 제자리에 꽂는다. 햇빛이 적당히 드는 곳에 자리 잡은 서점은 한없이 정다워 보이고 그 서점 주인은 턱수염이 덥수룩했지만 말끔한 용모다. 바지는 매일 바뀌는 것 같은데 약간 색이 바랜듯한 흰 옥스퍼드 셔츠는 오늘도 변함이 없다. 서점의 구석진 곳 낡은 축음기에 바이닐이 끽끽거리며 돌아가지만 묘하게 재즈와 어울려 화음을 내고 있다. 그는 매주 토요일 오후 다섯 시가 되면 공원의 밴치에 앉아 풍경을 스케치하곤 한다. 장소는 한결같지만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매일 같이 바뀌고 그들의 표정 또한 각양각색이다. 그렇게 스케치한 그림을 보고 그는 집에 돌아가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이곳에 담긴 사람은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 울고 있을까 이 가족들의 행복은 어디서 찾아온 것일까 등을 상상하며 그림을 다시 글로 담는 작업을 한다. 새벽 한 시쯤 소설의 한 단락이 완성되면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에 어떤 브랜드인지 모를 맥주 한 캔 곁들인 후 아무렇게나 소파에 널브러져 잠이 든다. 일요일도 휴일이지만 돌아오는 주를 위해 다시 일을 시작한다. 주문해야 할 책을 기록하고 추천이 필요한 고객들의 사연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그에게 일요일은 다시 일을 시작하는 월요일 이브와 같은 날이다. 
그는 동네책방 주인이고 유명 북큐레이터이며 책이 취향이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책을 추천해주는 게 취미다. 아마 언젠가 작가로서 신인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취향과 관련하여 좋아하는 문구가 있어 마지막으로 소개한다.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

그때부터 난 누구보다 선량하고 정직하지만 다소 나약하고 정에 이끌려 일을 그르치고 마는 '루저'들을 좋아하게 됐다. 설사 패배자처럼 보일지라도 세상의 기준과는 다른 자기만의 가치에 따라 사는 사람들이 내 눈에는 훨씬 더 재밌고 멋져 보였다.

설령 세상의 기준이 당신을 '루저'로 만들지라도 자신만의 가치를 지켜나가며  멋있게 살아가길 바란다. 



글을 쓰는데 참고한 책

1. 나는 항상 패배자에게 끌린다, 김경

2.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3.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 이시다 이라

4. 글 쓰는 여자의 공간, 타니아 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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