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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웅 Apr 01. 2018

힙스터는 스스로를 힙스터라 부르지 않는다

취향 유목민 “힙스터”라는 문화계급의 탄생

몇 년 전부터 커뮤니티에 힙하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했다. 주로 새로운데 좋게 보이는 것을 주로 힙하다고 표현한다. 간판 없이 인스타그램으로만 카페를 알리는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를 보통 힙한 곳이라고 칭한다.

MZ세대의 은어로 쓰이는 "힙"이라는 표현은 사실 취향의 사회학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힙이라는 표현은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의 충돌에서 오기 때문이다. 결국 힙하기 위해서는 기존 권력과 충돌하는 반항적인 요소가 필수적이다.


다음의 키워드 중 자신에게 해당하는 키워드가 몇 개인지 세어보자

홍대, 상수, 합정, 망원, 성수, 양양, 제주도, 치앙마이,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포틀랜드, 베를린, 포르투, 상상마당, 아트 CGV, 고양이, 인디, 재즈, 동네책방, 동네 BAR, 1인 미용실, 트위터, 노아 바움백, 시집, LP, 뮤직 라이브러리, 대림창고, 대림미술관, D뮤지엄, 킨포크, 리디북스, 전자책, 종이책, 아날로그,  만년필, 파버카스텔, 정독도서관, 독립출판, 텀블벅, 플리마켓, 하루키, 폴 오스터, 지젝, 니체, 피에르 부르디외, 구별 짓기, 애플, 이솝, 넷플릭스, 스타벅스, 무인양품, 29cm, 하비인 더 박스, 카시오, 노브랜드, 킨포크, 매거진 B, 키치,  채식주의, 공정무역 커피, 하우스맥주, 평양냉면, 미술관, 박물관, 스킨스쿠버, 걷기, 마라톤, 픽시, 디자이너, 편집자, 작가, 서점 주인, 바리스타, 스타트업, 프리랜서, 8마일, 프란시스 하, 베이비 드라이버, 이터널 선샤인, 500일의 서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힙스터 핸드북, 문희언 (참조)


총 80개의 키워드 중 40개 이상을 소화했다면 당신은 주변에서 힙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을 확률이 높다. 또는 자유로운 영혼, 반항심이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보기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모의고사 채점하듯 100개의 키워드를 신중하게 읽어가며 동그라미 채점을 한다. 이처럼 문화에 뒤처지지 않고 소비하고 있다는 지표를 보게 되면 우리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이런 키워드를 많이 아는 사람을  힙스터라고 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이들은 결국 다양한 취향의 파편들이고 대중화된 베스트셀러들이다. 힙스터라는 자격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너 오늘 꽤 힙스터 같은데?" 

힙스터라는 단어는 대학생 때 외국인 룸메이트에게 처음 들었다. 평소에 맨눈으로 다니다가 시험기간에는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자 룸메이트가 내게 해 준 말이다. 그때 당시만 해도 힙스터에는 묘한 의미들이 포함되어있었는데 범생이 같은데 이상한 고집이 있는 어벙한 스타일 or 평소에 옷을 잘 차려입고 다니며 나름 취향이 확고한 사람을 뜻했다. 여기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써주는 것이 힙스터를 완성하는 중요한 포인트인데 내가 안경을 쓸 때마다 룸메이트가 저 소리를 했던걸 보면....



힙스터가 뭐지?

힙스터는 미국에서 시작된 속어다. 1940년대 주류문화에서 벗어나 흑인 재즈음악을 탐닉하고 그들의 음악적 기호뿐만 아니라 관련된 하위문화까지 흡수하는 사람들이었다. 힙스터의 힙(hip)은 아편이라는 뜻과 ~에 대해서 잘 알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문화를 잘 알고 즐기는 사람을 지칭한다. 당시 인종차별, 대통령 암살, 베트남 전쟁, 산업화로 인한 개인성의 소멸 등 사회적 문제에 대해 적극 대항하는 의식을 가진 힙스터들이 많았다. 이들은 주류 문화에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기준이 명확하며 사회적 오류를 방관하지 않는다. 이들은 위에서 아래로 하달되는 수직적인 삶보다 기준에서 보다 자유로운 수평적 삶을 지향한다.

1990년대부터 개성이 강한  2세대 힙스터들이 등장한다. 1세대와 같이 사회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힙스터들이 탄생하곤 하는데 주거와 직업의 안정성이 불투명한 밀레니얼 세대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사회와 대중이 바라는 모범생이길 거부하고 스스로의 삶과 행복을 찾길 위해 노력한다. 취향이 없음을 경계하고 어떤 한 분야에 대해 남들보다 더 깊고 풍미 있게 즐기는 삶을 지향한다. 예를 들어 커피 한잔을 마셔도 에스프레소가 짧게 들어간 리스트레또인지 길게 들어간 롱고인지를 구분하고 핸드드립을 하나 마셔도 예가체프인지 케냐 더블 A인지 구분해서 마신다. 한마디로 "아무거나 주세요"가 아니라 뭐가 있는지 수고스럽게 알아보고 자신에게 더 적합한 취향을 선호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이들은 대중문화보다 더 독특하고 더 희소하고 덜 표준화돼있고 덜 유명한 것들을 쫓는다. 거대기업보다는 독립 상점을 선호하고 대량 생산으로 표준화된 브랜드보단 작고 민첩한 취향을 보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힙스터 : 주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불완전한 사람들


<조용한 세대와 힙스터>

1950년 당시 미국은 2차 세계대전을 성공적?으로 이용해 빠르게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정부는 뉴딜정책을 통해 기업과 손잡고 경제를 수술하며 규모의 경제를 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대중들은 가장 역동적인 시기에 "조용한 세대"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그들은 어둠에 눈을 감았고 튀어나온 뾰루지는 억지로 짜내 평평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변모하게 되는데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  초국적 대기업의 탄생

종전 후 미국은 물건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대기업을 육성했고 대기업은 국민의 대부분을 고용했다. 중산층은 빠르게 늘어났고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대중은 점점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고 나아가 자신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업에 순응하였다. 자신의 안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해 도덕적 검증을 하지 않았고 사회적 오류를 방관했다. 이들의 삶은 주로 재산을 지키거나 불리는데 점철되었다.


둘째, 매스미디어의 보급과 평균의 삶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TV와 신문이 보급되며 대중 여론이 조성되었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중산층의 평균적인 삶을 비교할 수 있었고 그 평균 안에 안착하기 위해 발버둥 치기 시작한다. 기업들은 하나 같이 얄팍한 술수로 대중의 욕망을 자극해 소비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만들어냈고 언론은 대중의 횃불이기보단 대중을 자극하고 관리하는 파순꾼에 지나지 않았다. TV 출연 여부는 주류와 비주류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고 이는 곧 어마어마한 문화 권력의 탄생을 의미한다.

대중문화란 용어는 독일어의 '마스'(masse)와 '쿨루트'(kultur)의 복합어이다. 매스(mass)란 유럽 사회에서의 비귀족적이고 교육을 받지 못한 계층으로, 오늘날에 와서는 노동자 계층 및 가난한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다. 물론 다수의 호응을 얻는 대중문화라는 뜻인 '포퓰러 컬처(popular culture)'란 용어도 있지만 힙스터들은 전자를 비판한다. 소수의 매스가 대중을 대변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대중문화와 고급문화, 허버트 갠스>


셋째, 아이들을 표준화시키는 교육

풍요의 사회 안정된 삶 속에서 아이들의 진학률이 높아졌다. 이를 관리할 교사와 인프라가 부족하자 깊이보단 효율을 중시했고 한 명의 선생이 가능한 많은 아이를 맡아야 했다. 당시 기존의 교육철학은 낡았다고 하여 실용중심의 과목(기술가정, 요리 등)으로 재편되었다. 경험으로 배워야 할 부분까지 표준화된 교육을 받은 것이다. 숫자 몇 개로 사람을 정의했던  IQ 테스트 또한 이때 도입되어 학생들을 수준별로 나누어 관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교육조차 아이들을 평평히 눌러 담아 표준화시키는 작업에 앞장선 것이다.


당시 사회분위기는 개인 중심에서 나를 지켜주는 기업, 정부, 학교 등을 위한 단체 중심 문화로 옮겨 갔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단체에서 이탈하지 않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결국 풍요의 사회는 타인과 나를 비교하며 안도감을 찾는 소시민들을 대량으로 키운 것이다. 이들은 소수의 튀는 것들을 싫어했고 불편하게 여겼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이 재건될 때 미국식 자본주의와 교육제도가 그대로 유입되었다. 학교는 대량으로 학생들을 찍어냈고 IQ와 성적으로 계급을 구분했다. 대기업은 이미 현대인의 삶에 있어 종교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 거대한 서클은 가능한 사람들을 표준화시켜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공의 방법과 행복의 척도 적정한 연봉 등 모두가 그들을 기준으로 정립되다 보니 비현실적인 평균값은 높아졌고 멀리 떨어진 중간값 이하의 사람들은 심리적 불안감과 패배감을 맛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과 주요 나라들은 1960년 후반부터 경기후퇴와 인플레이션이 반복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과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졌다. 보다 더 향상된 생활수준을 기대하던 학생, 여성, 흑인, 그 외 불평등하게 대우받았던 집단의 사람들은 좌절감을 맛보면서 불평등에 대한 이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었다. 이 시기에 2세대 힙스터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며 존재감을 내비친다. 이전 세대에 비해 교육을 잘 받은 반항적인 젊은 세대들이다. 이들은 위에 언급된 세 가지를 철저하게 배척했다. 대기업이 찍어낸 개성 없는 브랜드를 멀리했고 공중파 TV와 신문은 구독하지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다. 공교육은 수술받아야 할 대상이고 책과 사람들을 통한 배움을 강화한다. 자신들의 소비에 메시지가 담기는 것을 선호하며 새로운 소비 권력이 된다. 동향의 문화코드를 가진 사람들과 연대하지만 직장이나 사회적 규범이 강한 단체가 자신을 대변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들은 과감하게 주류문화를 벗어나 개인의 취향과 이념을 발전시키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은 중세의 끝자락에서 터져 나온 르네상스 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르네상스는 종교전쟁과 흑사병으로 수백만 명이 죽어 나가자 개인을 억압하는 사회적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문화로 회귀하자는 인본주의 운동이다. 힙스터는 하나의 현상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그들의 유래를 파고들면 최근 일어나는 사상적 혁명의 단초이기도 하다. 이들이 즐기는 로테크 운동이나 슬로푸드, 비건 등은 산업사회 이전으로의 회귀가 담겨있다.  


힙스터라는 단어가 미국에서 시작되었을지 몰라도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동시대에 유사한 상처(도덕과 자아의 상실)를 겪은 밀레니얼 세대를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확장되고 있다. 힙스터에게도 문화정신이라는 게 있다.


<힙스터 정신>

급속한 산업화,  물질 만능주의, 금융자본주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며 각 시대별 많은 젊은이들이 이에 대항하며 반전 운동과, 월스트리트 점령운동, 소수인권 운동을 펼쳤다. 사회가 불안정할수록 커다란 배신감을 느낀 힙스터들이 뭉텅뭉텅 피어났다. 이들은 삶의 기준을 더 이상 학교, 직장, 가족에서 찾지 않았고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 대중문화를 대체했다. 규정당하지 않겠다는 특성상 이들의 정신을 정의 내릴 수 없지만 몇 가지 공통적인 현상을 아래처럼 정리해볼 수 있다.


*대중문화에 속하지 않는다.

- 자신만의 하위 취향은 깊이 파고든다.

키워드 : 동네책방, 동네 BAR, 넷플릭스, 상상마당, 아트 CGV, 노아 바움백, 인디, 재즈, 매거진 B, 서브컬처

대중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대중은 기득권이 다수를 조정하기 위해 만들어낸 하나의 카테고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 영화나 음악 그리고 미술을 즐기는 이유는 바로 자신만의 특별한 안목과 가치를 대변해주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를 애용하는 힙스터가 꽤 많은 편인데 누군가 정한 공중파의 스케줄에서 벗어나 그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의 콘텐츠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엔 그들의 힙함을 채워줄 수 있는 B급 영화와 A급 다큐멘터리가 수두룩하다. 대중문화에서만 벗어났을 뿐 자신이 선택한 취향에 대해서는 깊이 있게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바로 취향을 강요당하는 것이다.


*인정받기 위해 인정한다.

키워드 : 동네서점, 독립출판, 텀블벅, 플리마켓, 소수인권, 똘레랑스

사람은 표준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선시한다. 이들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포용력을 가지는데 이는 곧 자신을 인정받기 위함이기도 하다. 사실 대중에서 벗어나다 보면 대중이 챙기지 않는 영역을 자연스럽게 챙기게 되는 부분도 있다. 이들은 회사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지 않고 직업으로서의 포지션을 소개한다. 서로의 업을 존중하되 지나친 관심은 두지 않는 편이다.


*지속 가능함과 본질을 추구한다.

키워드 : 오가닉 푸드, 채식주의자, 중고마켓, 노메이크업, 리사이클, 비건 패션(가죽 불매)

가능한 가공이 덜 된 음식을 먹고 원산지와 가까운 지역 생산품을 소비한다. 가방은 재활용된 트럭의 방수천을 활용한 프라이탁을 사용하며 비싼 옷과 화장품으로 자신을 감추기보단 심플한 패션과 꾸밈으로 자신을 본모습을 최대한 드러낸다. 특히 이들은 환경 운동가, 동물 보호 운동가, 노동 운동가, 인권 운동가들이 많은데 지속 가능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심을 정제해야 하고 조금은 느려도 함께 잘 사는 방향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힘 빼고 느리게 살기

힙스터 중에는 기술이 있는 프리랜서이거나 비교적 구속이 약한 임시직이 많다. 고정된 회사에 출근하는 순간 자신의 시간이 통제되는 걸 참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동네 서점, 동네 카페, 동네 공방 등에 젊은 사장님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이들은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보기 위한 힙스터들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최소 생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노동을 하고 그 외 시간은 본인의 삶을 여유롭게 즐기는데 초점을 둔다.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다. 이런 감성을 건드리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바로 킨포크 매거진이다. 매거진에서 나오는 멋진 정원과 아늑한 식탁 그리고 빈티지한 찻잔이 포인트가 아니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정하게 모여 스스로 만든 음식을 나눠먹고 와인에 밤을 채워 기울이는 희망적인 경험을 매거진에 옮긴 것이다.


*메시지를 소비하므로 타인과 나를 구분 짓는다.

키워드 : 공정무역 커피, 지역경제, 비건 패션, 리사이클, 프라이탁, 공유경제

우리는 흔히 소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한다.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상품과 문화적 양식을 노출하여 타인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힙스터들은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부류가 아니지만 남들과 다른 부분에서 과시적 소비를 하곤 한다. 공정무역 커피인지를 확인하고  커피를 산다거나 동물이 희생되지 않는 특수 가공한 가방을 사는데 대중보다 더 많은 돈을 사용한다. 그들의 소비에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들어있고 자신의 주관을 지키는 소비로 계층의 차이를 드러낸다. 메시지는 즉 이야기를 뜻한다. 종이 한 장을 사더라도 환경 친화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며 가난한 아이를 돕는 사람이라는 가치가 담겨야 하는 것이다. 힙스터는 주로 상품 자체를 소비하기보단 상품이나 브랜드에서 오는 경험을 소비하는데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할애한다.



<힙스터 아이러니>

힙스터는 스스로를 힙스터라 부르지 않는다.

누군가 "당신은 힙스터군요"라고 얘기할 수 있어도 스스로 "저는 힙스터입니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힙스터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이 규정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부류인데 스스로 자신을 정의 내 하는 건 모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힙스터라는 뜻에는 문화를 만드는 사람에서 시작해 유행에 민감한 사람, 유행을 좇는 사람, 패피,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포함되고 있다. 힙스터의 의미가 점점 확장되고 대중화되면서 힙스터들은 힙스터라는 단어를 거부하고 있다.

 

힙스터를 정의한다면?
힙스터가 뭔지 알고 있고 이해하는 사람
자신을 힙스터라고 생각해?
전엔 그랬어. 이젠 권태로워서 별로야.
힙스터가 왜 권태롭지?
힙스터랍시고 저렇게 입고 다니는 애들이 정말 지루해
저렇게 입고 다닌다는 건?
개성이 자연스레 우러나오는 게 아니라 뭔가 없는 걸 얻으려고 노력한 것 같잖아.
이 모자는 나만 쓰고 싶은데 지하철에서 나 말고 모자 쓴 사람을 두 명 더 볼 때.
더 이상 힙스터는 특별한 게 아냐.
일부러 찢은 게 아니고 오래되어 찢어진 청바지를 볼 때
서류 가방을 든 것보다 서류 뭉치를 옆구리에 낀 회사원이
멋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아직은 좋아
<취향, 박상미>


멋있어야 하지만 유행이 되어선 안된다.

- 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 검소하면서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럽지 않다.

나 자체로서 상품으로 인식되는 건 상관없는데 이미 인기 있는 상품으로 나를 띄우는 것을 질색한다. 힙스터 문화는 흔하지 않은 것을 추구하고 독특한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들의 문화는 원하지 않아도 주류가 되곤 하는데 그들이 가진 고급 더듬이 때문이다. 주류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느새 주류가 되었다면 미련 없이 떠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인기와 관심은 고맙지만 대중화는 거부한다.

이들의 패션 키워드는 노력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멋이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빛바랜 체크무늬 남방, 헐렁한 티셔츠, 20년 전 유행한 이스트팩, 쓰면 외면당할 것 같은 뿔테 안경 등이 될 수 있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들은 노력하지 않는 멋을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다. 뿔테 안경을 썼지만 멋있지 않으면 안 된다. 30만 원짜리 고급 셔츠지만 로고가 천박하게 드러나면 안 된다.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었지만 머리와 수염은 잘 정돈되어있어야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때로는 이들은 과도하게 아날로그 한 감성에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마치 아이폰에 가죽 케이스를 씌우는 느낌이랄까? LP플레이어는 없지만 LP를 모은다. 리커버 된 종이책은 사지만 전자책을 이용한다. 이들은 빛바랜 문화를 발굴해 입는 걸 즐기지만 실제로 낡은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이들이 자꾸 올드패션을 모셔오는 이유는 오래된 것은 이미 대중문화에서 이탈되어 다시 새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식스는 오니츠카 타이거라는 브랜드를 통해 오래된 디자인 모델 멕시코 66을 선보였는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많은 브랜드들이 80~90년대 샐러들을 다시 꺼내 빈티지 라인으로 올리고 있다. 입고출신(入古出新) 옛것으로 들어가 새것으로 나오다. 여기서 중요한 건 옛것이 그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옛것의 감성에 새로운 감성이 스며드는 것이다.


과시적 소비를 경시하지만 나는 오늘도 소비한다.

가장 아이러니 한 지점은 바로 소비다. 힙스터의 밑바탕은 대중문화 소비를 비판하는데에서 나오는데 힙스터가 그들의 생활 속에 메시지와 취향을 보이기 위해서는 소비가 필수불가결이다. 소비를 하지 않으면 힙한 거지처럼 보일 수 있고 마음껏 소비하게 되면 기득권 졸부처럼 보일 수 있다. 결국 자기 소득에 맞게 기준을 잘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 도시 안에서 살아가는 힙스터에게 소비는 자신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유일한 탈출구가 되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를 생산하지 않는 힙스터는 소비에 발목 잡힐 수밖에 없다.


소비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해보자

사실 힙스터에게 메시지보다 중요한 건 남들과 구분 지어질 수 있는 상품이다. 즉 희소성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주말 신발을 사기 위해 총 3개의 백화점 두 개의 쇼핑거리를 7시간 동안 걸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 백화점에는 모두 똑같은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었고 똑같은 신발들이 진열되어있었다. 하나의 백화점에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다면 굳이 다른 백화점은 갈 필요가 없다. 이미 그곳엔 당신이 봤던 브랜드의 신발들이 똑같이 나열되어있기 때문이다.


서른 살 이후 백화점 쇼핑이 점점 어려워졌다. 어린 시절 백화점은 내게 하나의 세상이었다면 지금은 하나의 잡화점에 지나지 않는다. 대형 브랜드들의 상품은 서로 경쟁하듯이 큼지막한 로고를 붙여놨고 성공한 디자인이 있으면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카피캣이 나와 매장에 진열된다. 백화점 쇼핑은 공산품들에게 취향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라 쇼핑 경험이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나만의 상품을 구하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의 축복을 받지 못했거나 쉽게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찾아야 하는데 소량생산, 핸드메이드, 미정발 된 해외 브랜드 제품은 그 가격이 대부분 고가이다. 자신의 메시지를 지키기 위해 결국 더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무얼 샀냐고 묻는 다면 29CM에 가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브랜드의 운동화를 샀다. 탐색 과정이 너무 지난해 다음부턴 대충 나이키나 신고 다닐까 고민 중이다. 그러니까 나이키라는 브랜드는 아무 생각 없이 구매하기에 가장 무난한 대충이다.


나는 항상 힙스터의 정체성에 의문이 들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은데 또 너무 튀지 않아야 한다. 정형화를 벗어난 선택은 항상 대중의 눈에 튈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만의 미묘한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남과 다르기 위해서 노력하고 남이 관심 같지 않은 부분에 대해 관심 가지려고 노력하고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힙스터는 여전히 불완전하다. 그렇지만 그런 불완점함들이 오히려 이들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불완전은 완전의 상위 개념이다.



<힙스터들의 도시에는 무엇이 있을까?>


힙스터 도시 #1 힙스터의 성지 <브루클린-윌리엄스버그>

힙스터들이 모이는 곳은 다양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은 미국의 브루클린이다. 뉴욕의 자치구 중 하나이면서도 주류에 벗어난 빈티지한 스타일과 비교적 저렴한 물가로 많은 힙스터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브루클린은 산업지구가 적고 대부분 주택가로 이루어져 한적하지만 뉴욕의 중심지와 가까워 문화적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곳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공황 시기에 해외에서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뉴욕에 왔다. 그들은 뉴욕 중심부에서 일을 하고 브루클린으로 돌아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하며 여가를 즐겼다. 브루클린은 고단한 이민자들 혹은 이방인들의 삶을 어루만져주는 홈타운이었다.


브루클린은 힙스터들의 성지답게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베드퍼드 블록 파티(Block Party)’는 매년 초여름에 도로에서 자동차를 막고 벌어지는 거리 파티가 열린다. 다양한 나라에서 온 청년들이 플리마켓을 열고 유명한 스타트업들이 프로모션 행사를 하기 위해 후원을 한다. 물론 지역 아티스트를 의 예술 공연도 빠질 수 없다. 100m 마이크로 산책(Micro Walks)도 열리는데 행사라기 보단 의식에 가까운 행동이다. 천천히 자신이 정한 100m를 걸어가며 1년 동안의 미세한 변화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의미 있어 보이는 뭐 그런 행사가 많은 걸 보면 과연 힙스터들의 동네다운 곳이다.


이 도시 사람들은 픽시 자전거를 주로 타고 다닌다. 우리에겐 철 지난 유행이지만 이들에게는 로테크 문화로 삶에 자리 잡았다. 환경을 보호하고 느린 삶을 추구하며 가장 저렴한 이동 수단인 것을 고려해보면 이들에게 의미와 실리를 주는 가장 알맞은 아이템인 것만은 확실하다.


힙스터 도시 #2 젊은이들이 은퇴하는 도시 <포틀랜드>

포틀랜드는 소비세가 없어 타 지역에 비해 물가가 꽤 저렴한 곳이다. 겨울의 우기를 제외하고는 기후가 적당하고 품질 좋은 농산물이 지역 내에서 소비된다. 첨단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의 천국이 실리콘밸리 라면이 도시는 지속 가능한 삶을 찾는 젊은 장인들의 도시다. 포틀랜드의 지역 상점들이 신뢰가 높고 정겨운 이유는 그곳에 가면 항상 그 상점의 주인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 사면 평생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옷가게 사장, 오래된 커피머신으로 과거의 맛을 재현하는 카페 사장, 멋진 고물을 새것처럼 만들어 파는 철물점 주인 등 다양한 스몰 비즈니스 사장님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포틀랜드다.


앞서 브루클린이 좀 튀는 힙스터들로 붐빈다면 이곳은 꽤 느린 힙스터들의 성지로 불린다. 이곳은 바로 킨포크 매거진의 발원지다. 킨포크는 친척이나 지인을 뜻하는데 지인들과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소박한 경험을 나누며 자연친화적인 삶을 지향하는 모습을 그린다. 각박한 현대사회의 대척점에 있는 포틀랜드는 작은 푸드트럭부터의 음식과 동네 슈퍼의 거스름 돈을 받을 때까지 모든 면에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 포틀랜드는 곳곳에 잘 관리된 공원이 많고 30분 거리 안에 대자연에 안길 수 있다. 힙스터들은 아웃도어 마니아들이 많은데 포틀랜드에서는 조깅, 하이킹, 스키, 서핑 등 거의 모든 아웃도어를 즐길 수 있다.


포틀랜드 역시 다양성의 인정을 기본 정신으로 한다. "킵 포틀랜드 위어드"라는 슬로건이 있다. 개인주의, 표현주의, 지역 예술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자신들의 스타일을 지켜나가자는 표어다. 과거 위어드가 괴기스럽고 유난스러운 별종을 나타냈다면 지금은 새로운 경험이나 특별한 느낌을 나타내고 있다. 아쉽게도 포틀랜드는 현재 힙한 동네로 알려지며 전체적인 집값과 렌트비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포틀랜드는 미국 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도시에서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시애틀)



힙스터 도시 #3 가난해서 섹시한 도시  <베를린>

흔히들 말한다. 베를린은 가난해서 섹시하다고. 학생과 예술가가 대부분인 이 도시에서 돈을 벌서 여유롭게 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비꼬아서 한 말이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스스로 즐기지 않으면 온전히 버텨내기 힘들다. <베를리너>

베를린은 우리에겐 2차 세계대전 당시 세워진 베를린 장벽으로 더 유명하다. 현재 독일의 수도지만 냉전시대부터 서독에 둘러싸여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덕분에 베를린 행정부는 가난했다. 더군다나 독일은 지방분권화가 명확히 이루어지고 있어 타 행정 지구의 세금을 끌어다 쓸 수도 없는 처지다. 독일 정부는 낙후된 베를린에 빠르게 진보된 인프라를 들이 붓기보다는 시민으로부터의 도시개발(Die Stadtentwicklung von unten)을 모토로 시민과 지역 지자체가 기획한 도시 재생 안을 진행한다. 느린 발전을 선택한 이들은 결국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하다(Berlin ist arm, aber sexy)"라는 기가 막힌 슬로건을 내놓고 세계의 예술가들과 젊은 기업가들을 긁어모으고 있다. 베를린 인구의 10%는 문화 예술 종사자이고 이들이 베를린 경제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베를린의 스타트업 유치도 활발한데 현재 2500개의 스타트업이 인큐베이팅을 받으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유머가 재미없기로 소문난 독일이지만 베를린은 다르다. 다양한 글로벌 청년들이 유입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고 그들의 열정? 의 크기에 비례한 클럽들도 성황이다. 베를린의 밤은 꺼지지 않는 용광로가 되어 예술가들의 각종 파티로 점철된다. 베를린에서는 포모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베를린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을 놓칠까 봐 불안해하는 마음을 뜻한다. 베를린은 다른 힙스터 도시들에 비해 유난히 예술가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물가가 훨씬 싸고 좋은 학업 인프라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힙스터들의 도시에는 무엇이 있었나?

키워드 : 저렴한 물가, 슬로 라이프, 대자연, 이민자들의 도시, 외면받은 사람들의 도시, 똘레랑스(관용), 예술

이곳들의 공통점은 바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삶의 기회를 찾아서 혹은 낯선 곳에서 더 나은 학업을 위해 싶어서 외국을 찾는다. 이민자들은 여유롭지 않기 때문에 가장 물가가 싼 곳을 찾아 옮겨 다니곤 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인종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다음 공통점은 슬로 라이프를 누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과도한 산업시설, 사무실 밀집 지구가 아닌 주택가와 공원 그리고 동네 상점들이 있어야 한다. 또한 도시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어야 한다. 재건축으로 동네의 역사를 싹들어낸 구역에 조성된 무미건조한 아파트 단지는 실격이다. 대자연과 가까워야 한다. 위 도시들의 특징은 아웃도어 스포츠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산과 항구가 있고 곳곳에 도심 공원이 조성되어있다. 이들 도시 안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방황하는 학생들, 예술가들, 스타트업 직원들, 동네가게 사장들, 핸드크래프트 장인들 모두 활기가 넘치는 청년 힙스터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어울리려면 똘레랑스가 필요하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이민자에게 관대하고 성소수자와 어우러지며 타인의 취향을 유쾌하게 바라본다.


한국은 현재 이런 역할을 홍대, 상수, 합정, 망원, 성수, 상수, 용산 양양, 제주도 등이 하고 있다. 아직은 브루클린과 같은 문화적 메카 역할을 하는 곳은 없다. 서울에선 홍합 벨리와 이태원이 넥스트 브루클린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거대 자본의 입점과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한 곳이라 양양과 같이 새로운 문화도시가 새로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힙스터는 누구인가?

힙스터는 타인과 구별 지어지고 싶은 사람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더 나은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다. 대항문화의 섹시한 아이콘이다. 무취향의 개인이 스스로의 취향과 개성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개인의 소명을 갖고 사는 사람이다.


과거 힙스터들은 단순히 놀림의 대상이었다. 이상한 패션을 추구하며 이해할 수 없는 취향을 가진 젊은이들은 대중에게 이 사이에 낀 고춧가루처럼 불편한 존재였다. 이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비난받는 이유는 기성세대에 비해 경제적으로 가난했고 젊은 세대의 정신적인 빈틈이 여과 없이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이들은 삐딱하게 잘? 자라서 지금은 사회 중추를 담당하는 경제인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이들의 지위는 과거에 비해 꽤 상승한 편이다. 오직 "나" 중심의 힙스터 문화에서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며 스스로 연대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좋아하던 것이 주류가 되면 가차 없이 내다 버리던 유치한 성향도 의미 있는 행보를 추구하는 브랜드라면 그들의 담론 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과거보다 업그레이드된 2.0 세대의 힙스터들은 현재 새로운 소비문화를 주도하며 주류 마케팅의 타깃으로 떠올랐고 젠트리피케이션의 잠정적 용의자로서 충실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그들은 단지 그들의 문화를 만들어나갔을 뿐이다. 그들 주위로 사람들이 모이고 상점이 늘어나자 부동산이라는 악마가 이빨을 드러냈다. 엄격한 부모가 없는 철없는 시장논리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젠트리피케이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문화가 살아 넘치는 힙스터 도시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남들과 다르기 위해 애써 노력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언젠가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순간이 올 테고 그때는 아마도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정신과 옷과 취향으로 무장되어있을 것이다. 취향이 없어 부단히 무언갈 얻으려고 좇는 모습이 안타까운 사람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어설픔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취향을 갖느냐 주어진 취향에 머무느냐의 차이는 취향을 얻고자 하는 온도 차에서 모든 게 결정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과 오래된 가치를 더듬어 나가야 한다. 흐르지 않으면 대중이라는 이름 아래 고이게 된다.


소비로 자신을 표현하는 단순한 패션피플보다 삶이 미담이 되는 힙스터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들이 성공의 기준 행복의 척도를 모두 뒤 흔들어주기를 바란다.



(추신)

마케터라면?

우리는 소비자이면서도 직장에선 충실한 마케터가 되기 마련이다. 트렌드라는 단어가 나오는 기사는 무조건 저장을 하고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를 매해 챙겨 읽고 그것도 모자라 구글 RSS까지 받아 놓고 정보를 놓치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주말이면 마케팅 아이디어를 위해 핫하다는 SNS 핫플레이스에 다녀오기도 한다. 힙스터를 잡으면 우리들의 브랜드도 핫해질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힙스터는 굉장히 다양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 종잡을 수 없을뿐더러 하나의 취향 집단이 매우 소수이거나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다. 힙스터들이 몇 개 사준다고 LP가 규모의 비즈니스가 될 수 있을까? XXL 사이즈의 빨간 체크 셔츠가 유행한다고 모두에게 이 옷을 입힐 수 있을까? 편의점에서 4캔에 만 원짜리 세계맥주가 잘 팔린다고 해서 세계맥주 바가 유행될 수 있을까? 이런 현상들은 일시적 유행 혹은 문화가 되지 못한 인기 있는 취향의 집합일 뿐이다. 힙스터들을 잡고 싶다면 큰 회사의 마케터가 아니라 동네 책방 주인이나 동네 술집 주인 혹은 동네 패션잡화점을 하는 게 더 빠르다. 이들의 취향은 산업의 규모에 올라서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나의 강렬한 스틱으로 이들을 잡아낸 브랜드가 있긴 하다. 바로 스타벅스, 츠타야, 대림미술관, 무인양품, 현대카드다. 이들은 로열티가 높은 충성고객에 집중했고 이들이 좋은 계급이 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브랜드를 관리했다. 팬덤은 마케터이고 그 팬덤을 따르는 대중이 스스로 고객이 된다. 사람들은 세련된 문화를 원한다. 물질보단 정신을 건드려주길 원한다. 소비할수록 구분되는 성질을 원한다. 참여하기를 원한다. 자신에게 의존하기를 원한다. 자신이 띄운 브랜드를 실망하고 욕하기도 하지만 지켜주기를 원한다. 많이 팔아야겠다는 기업의 의도를 세련되게 숨긴 곳들이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며 취향 문화가 된다.


힙스터는 단순히 별종의 패션피플들이 아니다. 이들은 현재 트렌드에서 패러다임으로 그리고 문화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아이돌이 나오는 매스 미디어 광고가 아니다. 그렇다고 너무 저렴해서 하나를 더 사야만 하는 1+1 마케팅도 아니다. 이 상품을 소비함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메시지다. 내가 무엇에 공헌하고 있는지 어떤 소신으로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후광이다. 자신들의 소비로 자신의 존재를 멋지게 증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의 스마트폰 한대를 사면 아프리카 빈곤 지역의 결식아동을 후원하는 후원 카드를 발급해준다고 치자. 1개월 1만 원씩 총 24개월 동안 지원되며 이 비용은 사용자 50% 기업이 50%를 부담한다. 스마트폰에는 후원 앱이 설치되어 있어 한 달에 한번 그 아이에게 후원된 쌀이나 이유식 또는 과일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폰은 한 달 만에 30만 대가 팔렸고 총 30만 명의 아이들이 2년간 안정적인 후원을 받게 된다.


트렌드가 선이라면 현상은 점이다. 특이한 현상도 사람들이 주목하면 패드가 된다. 패드는 '일시적 유행'을 뜻하며, 아주 짧은 선이라 할 수 있다. 흐름이 지속되면 트렌드라고 하는데, 광범위한 흐름은 메가 트렌드가 되고 이런 트렌드가 사회적인 흐름이 되면 패러다임, 모두에게 녹아들면 문화가 된다. -라이프 트렌드, 김용섭



<참고도서>

-후 이즈 힙스터?, 문희언

-베를리너, 용선미

-매거진 B - PORTLAND

-취향, 박상미

-취향, 김선미, 장민

-대중문화 고급문화, 허버트 J. 갠스


<커버 이미지>

-영화 브루클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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