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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으로 김재식 Jan 01. 2024

올해는…

‘올해는…’


올해는 가난해지게 해주세요

더 많이 모든 사랑을 다 받고 싶어

나도 힘들고 남도 힘들게 했던

그런 날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더 주고 다 주고 사랑이 바닥나도록

가난하게 살게 해주세요


올해는 많이 지고 낮아지게 해주세요

늘 이기려 모두를 경쟁자로 만들고

지고는 못살아 속끓이던 불행에서

지고 또 지고도 마음 편하게 해주세요

낮아도 자존심 망가지지 않았던

훌륭한 분들을 닮게 해주세요


올해는 더 많이 걷게 해주시고

길 위에서 침묵과 말해야 하는 것을

가리는 지헤를 배우게 해주소서

해야할 말을 못하고

안해야할 말을 해서

괴로웠던 사람들과 관계를 회복하는

그런 멋진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2009년 19살 먹은 남자 아이가 있었어요. 희소난치병으로 온몸이 굳어지고 정신마저 환각에 시달리는 엄마를 강원도 산골 기도원 골방에서 두 달을 돌보다가 ‘미치겠다…’고 힘들어하다가 새해를 맞아 아빠와 교대하고 이틀동안 떠난 부산에서 일출을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그 힘들었던 아이가 지금은 서른이 넘어 곧  결혼을 할 둘째 아들입니다. 우연히 버려진 똑딱카메라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보관하며 가끔씩 볼때마다 그 지옥터널을 지나오던 시절과 아들의 심정을 기억합니다. 무엇으로도 보상못할 그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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