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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윤 Aug 07. 2021

10년 후에 만나요 #2 (끝)


그날 이후로 그녀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나는 말이 없는 사람이라 별이 왔었다고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사탕수수 밭은 그녀가 어떤 이를 떠올렸던 장소였다. 철로도 기차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만나자고 했던 건 그 기억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나는 기차를 달리게 할 순 없지만, 슬픔을 내게 가져와 침묵으로 삭혀버리고 싶었다.

그녀도 그걸 알기에,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주문처럼 숨을 밀어내었던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을 한 번도 꺼내지 않았던 사람은 사탕수수 밭으로 갔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 안의 상처를 긁어내어 눈물과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이후의 한 사람을 받아주는 것이다. 바보 같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처량하게 들리던 빗소리를 들꽃에게 가는 떨림으로 듣게 되기를.


아침이 오려나 보다. 여행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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