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끄적끄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y Mar 06. 2022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에 대하여

자가격리를 통해 깨달은,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끄적인 글

뜻하지 않은 확진자와의 접촉으로 자가격리를 하게 됐었다. 멀쩡한 몸으로 방 안에만 24시간 틀어박혀 있어야 한다니, 여간 고문인 게 아니었다.


하릴없이 방 안에 머물다 보니 당연했던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점심 먹고 카페에서 사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도, 건대 호수 거닐며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던 밤 산책도, 사랑하는 사람과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저녁 식사도,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었다. 너무 쉽게 접근 가능해서 그 가치를 잊고 지낼 때가 많았지만, 나에게 절대로 없어선 안 되는 값진 것들이었다. 


결핍은 당연한 것들의 가치를 상기시킨다. 한없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했던 것들의 의미는 그 당연함이 훼손되었을 때에서야 피부에 와닿는다. 그래서 때때로 결핍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없어봐야 귀한 줄 알고, 귀한 줄 알아야 놓치지 않는다. 


소중한 걸 더 소중하게 지켜내려거든 그게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수시로 곱씹어야 한다. 하지만, 대개는 그렇게나 중요한 사실을 곱씹고 상기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순간들이 더 많다. 우연한 계기로 그 사실이 번뜩이게 될 때까지 불평하고 원망하길 반복한다. 참 미련하다.


나는 너무 많은 자유와 선택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배부르게 점심 먹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청계천을 산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퇴근 후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밥을 먹고, 손을 잡고 동네를 거닐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음껏 밖을 돌아다니다가도 쉴 곳이 필요하면 돌아갈 집이 있는 사람이었고, 잠들었다 깨면 다시금 나아갈 일터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 모든 것들은 계절의 변화처럼 나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 가치가 무뎌져 있었다. 자가격리를 하면서 그 모든 것들로부터 한 걸음 떨어져 있게 되니 그제야 그 가치가 살갗에 닿는다. 아, 나는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오랜만에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