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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쓴자 Nov 17. 2021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된 느낌

말 그대로, 느낌





sns라는 것을 통해 방 안에서도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소식을 알 수 있다.

좋아하고 동경하는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일상도 얼핏 얼핏 보면서 더 좋아지기도, 약간은 실망하거나 싫어지기도 하면서 이것 참 신기한 세상이다- 싶다.

내가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이 아니어도 어떤 로직을 통해서인지 아는 사람인지를 물으며 지인의 지인이 뜨고 추천 피드로 갑작스레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기도 한다. 신기하다 싶다가도 그런 것들에 살짝 흠칫하게 된다.

연락처 기반의 정보이다 보니 수많은 관계들 중 내 마음속의 분류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그냥 뭉뚱그려져 다 아는 사람으로 퉁쳐진다. 그래서 더욱 보여지는 창 뒤쪽으로 숨게 되다가도 연락은 뜸하지만 궁금했던 사람 소식 때문에 또 이 어플을 끌 수가 없다. sns라는 매체에 조심스럽다가도 누군가의 피드를 샅샅이 뒤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약간은 이상한 사람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과 궁금한 타인의 모습. 이 사이에서 아슬아슬 경계를 오간다.






그러다 문득 지인의 새로운 피드 알림이 떴다. 습관처럼 새로운 게시물을 봤는데, 보자마자 음..

마음이 아팠다고만 말하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일하는 지인과 전업주부인 나는 도통 시간을 맞춰 만나기가 어려웠다. 워킹맘의 퇴근시간에 나는 한창 저녁 준비와 가족들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따로 약속을 잡거나 주말에나 볼 수 있는데 주말 또한 각자가 바쁘다 보니 보자는 말은 자주 오갔지만 그 말을 실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니면 일하는 쪽에서 소중한 연차를 사용해야 가능한 만남.

그 어려움을 너무나 잘 알기에 보고 싶고,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조르듯 요청할 수는 없었다. 그랬는데 평일 어느 날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사진과 글을 보니 마음이 복잡 미묘해진 것이다. 그 둘 사이에 어떤 약속의 말들이 오가다 그것이 진짜 만남으로 성사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그 사람이 지인이 닮고 싶어 하는 사람, 그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는 나로서는 마음 한 켠 일렁이며 그 자리를 넓히려는 서운함을 누르려 애썼다.

나부터도 만약 시간을 낼 수 있다면 누구를 만날까 생각하다가,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거나 최근에 신변에 변화가 있는 사람 혹은 나에게 도움을 될 만한 사람을 찾게 되겠지. 이런저런 것도 아니라면 그냥 가장 마음 편한 사람.

사람을 만나는 것에조차 우선순위와 효율을 정하는 게 피곤하고 싫다.(그래서 사회생활 못하나...)

그저 만나면 이야기 잘 통하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좋은데, 상대방이 나에게 그렇듯이 나도 그러길 바랬는데 뭔가에 밀린 것 같은 그 기분이 마치 sns의 잘못인 양 그 어플이 미워져 한동안 열어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 인간은 원래 혼자야-하는 생뚱맞게 자조 섞인 말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옆에 있는 사람을 와락 껴안는다. 이렇게 손 뻗으면 닿는 곳에 있는 이 사람은 그저 벽지처럼 여기고, 다른 누군가로부터 무얼 얻고 싶었던가. 괜히 혼자 울적해졌다가 옆에 있는 사람한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이렇게 팔랑팔랑 가벼운 나를,

그러려니- 저러다 말겠거니- 한결같은 약간의 무심함과 어렴풋한 따스함으로 기다리며 지켜봐 주는 사람.

이런 감정조차 감상적 일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별 효용 없이 자꾸 남의 사생활만 들여다보는 것 같은 sns 허비 시간을 이렇게나마 조금 줄여낼 수 있길.

내 손 닿는 곳에 있는 사람에게 조금 더 잘하자고 다짐하는 계기로 삼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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