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렸다. 스탠드 불빛을 마주한 아이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그 새벽에도 웃음은 나고, 아이도 웃었다.
"선글라스는 뭐니?"
"눈 부셔서"
"그냥 자. 괴물이 온다니까."
"이거 쓰고 있으면 괴물이 눈 감은 줄 알아."
새벽에 이게 웬 난리인지. 정신을 반쯤 내려놓은 듯한 부스스한 머리의 두 여자가 나란히 스탠드 불빛에 의지하여 앉았다. 책을 볼만 하면 자기가 그린 그림이 어떠냐며 묻는 통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꼬물꼬물 그린 그림이 제법 괜찮아 보여서 칭찬도 해주고, 슬쩍슬쩍 다시 자라고 등 떠밀어 봤지만 소용없었다.
요즘 아침 7시에 출근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새벽에 눈을 뜨면 사라지는 내가 아쉬운지 조금만 뒤척여도 깨는 탓에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은 자꾸 미뤄지기만 한다. 아이와 함께 하는 즐거움은 정말 크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정말 어렵고 힘들다. 뾰족한 해결책도 없고, 바른 정답도 없다. 아이만 신경 쓰자니 내 인생이 사라지고, 내 인생만 찾자니 아이가 안타깝다.
특히나 유치원 개학은 무기한으로 연기된 터라 더더욱 고민이다. 이러다간 유치원 한번 못가보고 초등학교를 갈지도 모르겠다. 난 회사에 왔지만, 친정엄마는 아이와 하루를 보낸다. 친정엄마 카드를 품고 있는 나는 워킹맘 세계의 금수저라지만, 지난주에는 아이와 종일 집을 지켜주셨던 엄마가 몸살이 났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요즘 들어 더욱 고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