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은 참으로 고약하다. 반갑지도 않고 부른 적도 없는데 자주 찾아온다. 의사의 말로는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피곤할 때를 맞추어 온단다. 그렇게 어김없이 왔다. 새벽 기상은 나에게 습관이나, 몸 만큼은 피곤으로 인식하나 보다.
아침에 눈을 뜨고 개운하게 기지개를 켜는데 입 속 어딘가 불편하게 아려왔다.
'또 왔네.'
앞으로 2주 동안 삶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 물 한잔을 마시더라도 그 녀석과 만나는 순간 절로 얼굴이 찡그려지는 아픔이 생길 것이다. 더 이상 직장의 고단함을 달래주는 달달하고 뜨거운 믹스커피는 마시지 못할 것이며, 점심시간 얼큰한 김치찌개와도 당분간 이별이다.
이 녀석이 고약한 이유는 친구도 같이 데려온다는 점이다. 하나로는 부족한지 입술 안 쪽에 하얀 자태를 뽐내며 두 번째를 내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하얀 속내는 더욱 도드라지고 그만큼 고통의 강도도 거세진다. 나에게 뭔가 말 못 한 불만이 있는 건가? 면역력이 약해진 건 난데, 그런 날 더 힘들게 한다. 이유도 모르겠고 싸우고 싶지도 않아서 여전히 새벽 기상과 함께 글도 책도 함께 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없어지겠거니 했다. 웬걸?! 이번엔 친구와 한 몸이 되었다. 입술에 밥풀 두 개만큼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하나가 두 개가 되더니 합쳐져 다시 큰 하나가 되었다. 인체의 신비이자 그 녀석의 능력이 절정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포기했다. 이 녀석을 더 이상 상대할 수 없다. 약도 발라봤다. 녀석을 끝내고자 나도 고통으로 갚아주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심호흡을 하고 빨간 소독약 같이 생긴 무심한 듯 강해 보이는 약. 일명 '알보칠'을 면봉에 묻혔다. 다시 한번 크게 심호흡. 면봉을 녀석의 몸에 대는 순간.
'윽!'
예상했던 고통이지만 늘 기대 이상으로 아프다. 이렇게 아플 거면 굳이 약을 바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통이 밀려오자 의지와 상관없이 발이 동동 굴러지고 입에서는 근본 없는 욕들이 쏟아져 나온다. 꽁꽁 언 손을 거친 시멘트 바닥에 그대로 밀어내 살갗이 벗겨지는 느낌이다. 한참을 살이 타는 고통을 겪었다. 거친 약물이 들어가자 녀석은 더욱 발악하는 듯했으나, 여전히 밥풀 크기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둘이 하나가 된 뒤로 이 녀석은 2주간 더 입안에 머물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입주 통보도 없이, 보증금도 월세도 한 푼 내지 않고 들어앉은 못된 녀석. 입안에서 나가라고 괜한 병원비와 약값만 들었다.
이 녀석을 이길 수가 없다. 그저 아프다.
그럼에도 중독성 있는 마약처럼 새벽4시의 일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유일하게 혼자일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