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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물러서 0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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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수리독서리 Oct 31. 2020

물러서

전날 내려놓은 차갑게 식은 커피를 컵에 따랐다. 핸드폰 손전등을 켜서 더듬더듬 익숙하게 부엌 냉장고를 찾아 마카롱도 하나 꺼낸다. 살금살금 방으로 가서 문을 딸깍! 닫으면 어느 정도 잠도 깨기 시작한다. 그러고 나면 4시 10분 정도다. 알람과 동시에 문을 열고 나와 자연스럽게 부엌에서 커피와 간단한 먹거리를 찾아 나오는 것이 마치 스위치를 누른 것처럼 자연스럽다.


껌껌한 방에 스탠드 불을 켜 오만상을 해가 눈을 찡그리다 보면 얼추 잠이 깬다. 매일같이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일어나서 사서 고생일까. 심지어 남들 다 자는 새벽에 말이다.


온전히 나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


잠이 안 깨는 날은 정말 피곤하기도 하고 괴롭다. 그럼에도 굳이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이유는 나에겐 이 시간이 휴식시간이기도 해서다. 잠을 많이 자야 피로가 풀리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휴식이다.


그저 혼자 멀뚱히 눈떠있는 조용한 이 시간이 좋다.


 주 5일은 매일같이 출근하고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애를 본다. 애가 잠들 때까지 뒤치다꺼리를 하다 보면 금방 9시가 되고, 재우기까지하면 10시다. 피곤하고 지치고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외에는 딱히 의욕이 없다. 이제야 진정한 퇴근을 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꼭 해야 할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지치기만 할 뿐이다. 허나 그렇다고 매일 이런식으로 자고 일어나서 또 회사가고 다시 돌아와서 집에서도 바쁜 이 생활은 싫다.  '짬'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제 뭔가 방법을 찾은 듯한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다음날 출근을 해야되는 입장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번 잠을 줄여서 살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미친듯이 열심히 살 생각도 없다. 


그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홀로 타임'을 가져보자는 생각을 했다.


10시에 자고 4시에 일어나면 6시간 충분한 수면을 한 셈이다. 새벽 기상이라고 하면 다들 졸리지 않느냐, 어떻게 그 시간에 일어나느냐 묻는다. 그냥 일찍 잤을 뿐이다. 딱히 할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시간 내가 눈 떠 있어야 쉴 수 있기에 그저 일어날 뿐이다.


아침형 인간에 대한 수많은 서적들이 있으나, 한편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생활을 해도 뭐하나 변한게 없다는 사람도 많다. 성공하려고 새벽을 찾지 말고, 그저 쉬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새벽을 맞이하면 한결 편하다. 


아침의 기적은 됐다. 그저 오늘도 잠시 출근 전 잠시 쉬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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