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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Oct 29. 2022

글을 쓰면 상처가 치유된다

현재의 나를 알기 위해선 과거를 지나치고 갈 수 없다. 


글을 쓸 때마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 현재와 미래의 이야기보다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여기의 나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의 내가 과거를 돌아가 글을 쓴다. 그것은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였던 것을 바라보는 용기이다. 과거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라지기를 소망하는 것도 아니다. 과거를 오고 가며 괴로움을 만나더라도 괜찮다는 것을 알기 위해 과거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다.   


이 것은 간단히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를 자연스레 마주하기 위해선 과거로 빨려 들어가 보기도 하고 발 하나만 과거에 담가보기도 하고 마음을 과거에 두고 현재를 살아보기도 하다 마음을 다시 현재에 두고 과거로 가보기도 하는, 이 방법도 해보고 저 방법도 해보며 계속해 느끼는 것이다. 이과정이 지루하고 싫고 불편하겠지만 과거의 상처를 묻어두고 현재를 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에 화가 나고 슬퍼지고 두려움을 느끼며 사는 인생의 시간보다 짧다. 

현재의 나이기에 그 과거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고, 지금 내가 깨닫게 된 것 또한 그때는 몰랐던 것을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 알게 된 것이다. 지금 내가 과거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도 과거를 통해 경험한 치유와 깨달음을 현재의 내가 느꼈기 때문이다.


과거의 이야기를 글로 쓰다 보면 이 과정을 더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상담센터에 가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불편했던 나는 하얗게 펼쳐진 종이 위에 두서없이 내 이야기를 쓰면서 내가 쓴 글이 나를 위로해 준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며 파고들수록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깊은 내면의 진심과 진실까지 알게 될 때가 많다. 오해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진실이 아닌 것들을 걷어내고 나야 나타나는 깊고 깊은 곳의 그 진실은 정말 따뜻함 그 자체여서 나도 모르게 울기도 했다. 슬픔이 아닌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어서 눈물이 났다. 마치 밖에서 상처투성이로 돌아온 나를 말없이 따뜻한 품으로 안아주는 느낌이다.


비밀리에 감추고 싶은 이야기도 좋고 세상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이야기도 좋다. 어떠한 이야기도 글로 써내려 가다 보면 결국 내가 잘되기를 내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세상이 따뜻하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깊은 곳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원래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바라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어떠한 때는 과거를 비난하고 원망만 하는 글을 쓸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과거를 비난하다가 끝나는 이야기가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 또한 다음의 현재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그때의 감정들을 충분히 느끼고 반복하다 보면 그다음 과정 그리고 또 다음 과정 그리고 마지막 결론은 절대 비난으로 마무리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저 꽁꽁 숨겨두고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내 마음을 무겁게 채우던 이야기 덩어리들을 하나씩 마주하며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과 같다.

창문을 닫고 커튼으로 빛을 막아버린 채 깜깜한 곳에 앉아있던 아이가 용기를 내어 커튼을 조금씩 열어 빛을 자신의 공간 안으로 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 아이가 스스로 커튼도 완전히 걷고 창문도 활짝 열 수 있게 되면 드디어 창밖 풍경까지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용기를 갖고 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며 창밖으로 오고 가는 풍경과 함께 떠오른 이야기를 흘러가는 구름처럼 그저 바라보는 것이다.


떠오르지도 않고, 저절로 생겨난 감정도 아닌데 억지로 무언가를 찾으려 하거나 자신이 가진 모든 문제를 한가득 들고 와 한꺼번에 펼쳐 둔다고 해서 글이 써지는 것이 아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음에도 나의 마음 어딘가가 힘들고 불편하다면 조용히 명상을 통해 그 느낌을 경험해 본다. 그리고 떠오른 이야기가 있다면 해보는 것이다. 그렇지만 떠오르는 이야기가 없다면 명상을 하며 느꼈던 감정이나 현재의 감정들을 써내려 가보는 것도 좋다. 어떤 것이든 써 내려가다 보면 알게 된다. 현재 내가 무엇을 치유해야 할지 어떤 감정들을 돌봐야 할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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