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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헤르쯔 Oct 05. 2022

남자친구 집에 안가기로 했다

“애 너 저쪽에 걸레 들고 바닥 좀 닦아라”

20대 나의 첫사랑이었던 남자 친구의 어머니가 처음 만난 내게 한 말씀이었다.


남자 친구의 집에 초대받아 긴장된 마음으로 방문했다. 함께 점심밥을 맛있게 먹고 남자 친구는 밥상을 들고나갔다. 그리고 뻘쭘 허게 앉아있던 그 사이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바닥을 걸레질하라고 하셨다.


‘?? 네.. 네? 거.. 걸레질이요??’


앞뒤로 퀘스천 마크가 달린 상태로 얼어버린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의 어머니가 발로 가리키는 걸레를 바라보았다.

'그런 건가?! 여자 친구란 이 정도는 원래 다 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잘못들은 걸까?'

나의 머릿속은 여러 의문들로 가득 찼고 제발 내가 잘못들은 거길 바라며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전화통화를 하느라 바쁘신지 멀뚱히 서서 움직이지 않는 나를 향해 입만 뻥긋 거리며 "걸레질!"이라고 말하셨고 동시에 손은 바닥을 걸레질하는 흉내를 내셨다. 그렇다..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이제 어..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 핸드폰을 꺼내어 네00 지식인에 물어볼 수도 없고.. 생각지도 못한 위기에 봉착한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면서 나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바닥은 걸레질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미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앉은 바닥에 음식물이 있었다면(없었지만.) 휴지로 닦으면 되는 거였다. 나는 얼굴이 빨개지고 기분이 굉장히 상했다. 그러나 그러한 감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꾹꾹 참으며 방안 구석에 놓여있던 걸레를 들고 바닥을 닦았다. 그리고 그때 남자 친구가 방으로 돌아와 나를 보더니 바로 하지 말라고 말렸고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셨다.

남자 친구가 놀랜 거 보니 여자 친구란 존재가 남자 친구의 집 바닥을 닦는 건 보통의 일이 아닌 게 맞았다. 그 순간 나는 갈 곳을 잃고 덩그러니 놓인 물에 젖은 저 걸레처럼 초라하고 볼품없는 존재가 된 거 같았다. 어째서 그의 어머니는 나에게 걸레질을 시킨 걸까? 아무리 별 뜻이 없다고 하더라도 나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기에 더욱 상처가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기분이 나쁜 걸 상대가 어른. 그의 어머니. 란 이유로 아무 표현을 하지 못한 것에도 지금까지 속이 상한다. 그래서일까 걸레를 보면 그날의 순간, 그날의 감정들이 느껴 저 씁쓸해진다.

만약 지금의 나라면 그런 상황에서 절대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주머니 저 상처받았습니다. 밥을 얻어먹은 대가로 걸레질을 해야 하는 거라면 밥값을 내고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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