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갇힌 지 몇 달이 지났다
오늘은 이곳에서 나가는 줄 알고
스트레칭하며 다음 정착지를 고대했는데
나는 또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왔다
분명 나의 존재는 특별한데
분명 사람들이 나를 손에 넣지 못해 안달 났었는데..
이제 내 삶은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나를 사랑한다면서 실제론 아무도 날 원하지 않아
몇 달째 이 답답한 곳에 갇혀있다
시한부 삶을 사는 내 옆자리 카드는
나 대신 바깥구경을 하고 돌아와서는
“그래도 네가 나보다 낫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생명이 며칠 남았는지 확인하고 있다
저 친구의 꿈은 불로장생이다
나의 역할이 있어 이곳에 왔는데
나의 역할이 없어 이곳에 남았다.
내가 무슨 색이었는지 내 이름이 무엇인지
사람들은 내 모습을 기억할까
분명 나는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은 내가 되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될까
이 지갑과 함께 사라지게 될까
아니면 다시 한번 사람들 손을 오가며
저 넓은 세상을 여행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