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버킷리스트
한 해를 시작하며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는 편이다. 건강하게 잘 버티면 한 해 목표로 족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작년초 이사를 하면서 수납장에 밀어 넣은 많은 물건들이 미루어둔 숙제를 대하듯 답답하고 불편했고 자연스레 '미니멀 라이프 실천'을 한 해 목표로 정했었다.
미니멀라이프란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갖추고 사는 생활을 뜻한다. '최소한' 까지는 못미치더라도 소비에 사용되는 시간을 줄이고 몇년간 쓰지 않은 물건은 모두 없애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정리팁이 담긴 유튜브를 보고 잘 정돈된 이케아 쇼룸을 보며 의지를 다져도 없앨물건 정리박스에 들어가는건 극소수였다. 언젠간 쓰겠지 하는 근거없는 예측으로 인해 작년에는 '미니멀한 풍요로운 삶'이라는 목표달성에 실패했다. 올해도 맥시멀 라이프에 가까운 집안 수납장을 여닫으며 어느덧 12월의 버킷리스트가 되고 말았다.
하루 동안 해야할 일을 겨우 하다 지쳐 잠들고 다시 일어나 직장에 나가는 것을 반복하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실은 욕심과 나태함이 실패의 원인이다.
<죽은자의 집청소>에서 사후정리 특수청소노동자인 저자는 이렇게 서술한다.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은 시작된다.
내가 이 일에서 찾은 즐거움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해방감이다. 살림과 쓰레기로 발디딜틈 없는 공간을 완전히 비우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텅빈 집으로 만들었을 때 나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 "
허한 마음이 들 때 물건을 구입하고 뭔지 모를 불안함에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놓은 적이 있다. 자존감이 낮아지는 날엔 쇼핑하는 순간의 짜릿함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여전히 몇년 동안 안입는 옷이 옷장에 있고, 유통기한 지난 식재료가 냉장고나 주방 수납장에서 발견된다.
오늘, 나의 허함 불안함이 깃든 물건들로부터 해방되도록 정리상자에 10개 아이템을 넣는데 성공했다. 2024년 남은 두달 매일 이런 작은 실천을 해내야지.
'물건 대신 나를 사랑하는 마음 채우기' 12월의 버킷리스트가 성공할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