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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Sep 11. 2022

미국 한량 브런치 작가의 시골 작업실

작고 소중한,


  미국 생활의 작은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이 글쓰기다. 타지에서 매일 보고 느끼는 것은 많은데, 정리되지 않은 생각으로 둥둥 떠다니는 것들을 활자로 딱 정리해 주는 행위다. 하루를 돌아보고,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도움이 된다.



  사실 사람 사는 모양이 다 거기서 거기라 특별한 것도 없거늘, 조잘조잘 늘어놓는 이야기가 때로 많은 화답을 받을 때면 기쁘기도 하고, 조금은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어제 오후께부터 브런치 알람이 마구마구 울리더니, 조회 수가 쭉쭉 늘어났다. 다음 메인 페이지 '여행 맛집' 탭에 이전 포스팅이 걸렸던 것이다. 처음 받아보는 조회 수에 살짝 설레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신혼집이 글을 타고 블루밍턴 맛집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https://brunch.co.kr/@elinanayoungcho/88 

(어쩌다, 삼시세끼 미국 시골 편)

거품이라 해도 이 순간을 즐기겠다




   지금 머무는 이 곳 블루밍턴은 참으로 한적해서 글쓰기 적격인 곳이다. 외롭고 고독한 것을 참 싫어하는데, 역설적이게도 내적인 에너지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이기도 하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작가들이 왜 클리셰로 한적한 시골에 은둔하며 글을 쓰는 설정이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됐다.


    말하고 보니 그냥 한량인데 문학인에 비유한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워지려 한다. 그래도 다음 포털 메인 페이지에 소개된 기념으로 작고 소중한 시골 작업실(?)을 공개해보고자 한다.



좁은 테라스에서 보는 넓은 세상




    글쓰기의 시작점은 바로 사색이다. 우리 집 테라스는 사색 핫플레이스다. 하루도 같은 하늘이었던 적이 없다. 구름이 어찌나 변화무쌍한지 매일매일 색다른 무드를 선사한다. 이곳에 앉아 멍 때리기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과일도 먹고 그런다. 탁-트여있어 그런지 생각이 갇힘이 없이 쭉쭉 잘 뻗어나간다. 심란한 날은 확실히 꽉 막힌 방 안보다는 이곳이 안성맞춤이다.


어둡고 촉촉하게 내려앉은 날, 잠옷 바람으로


   

    비가 내리는 날이면 저 무성한 나뭇잎에 토독-토독 빗방울 떨어지는 ASMR 소리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흙냄새도 구수하고, 맨발에 살살 튀는 빗물은 차갑다. 운치 있다. 한동안 앉아서 가만히 있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거나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면 문을 닫고 집으로 들어와 커피를 한 잔 그윽하게 내리고 책상 앞에 앉는다.




   향기가 좋은 커피 한 잔 옆에 딱 두고 스탠드를 딸깍-켠다. 북향이라 자연광이 안 들어오는 게 못내 아쉽다. 섭섭한 대로 따뜻한 톤의 스탠드를 곁에 둔다. 스탠드가 켜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나의 시간이 시작된다. 이 따뜻한 분위기의 작은 작업실(?)에서 나만의 감성을 글 안에 차곡차곡 담는다. 기뻤던 순간, 슬펐던 순간, 잘 안 풀리는 것들, 속상했던 순간, 그 안에서 깨달은 것들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이렇게 탄생한 글들은 블로그와 브런치에 발행된다. 아직도 어떤 글이든 간에 발행할 때는 심장이 사르르 떨린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말이다. 늘 그래왔듯 앞으로도 크고 작은 삶의 이야기들을 계속 써 내려갈 생각이다. 비슷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소소한 공감과 응원을, 아주 다른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재미와 색다른 경험을, 먼 곳에서 지켜보는 친구들에게는 반가운 연결감을 선사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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