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Aug 21. 2022

국산 물개, 미국 아웃도어풀에 도전하다

한여름의 묘미, 실외 수영장


  수영에 진심인 사람 여기 있다. 한국에서도 수영장을 자주 찾곤 하였다. 비키니 입고 가서 예쁘게 노는 수영장보다 원피스 수영복 딱 입고 수모에 수경까지 착장하는 수영장을 더 좋아한다. 수영은 모름지기 머리를 담가야 제맛이다. 물속 특유의 고요해지는 소리와 몸이 자유로워지는 느낌이 좋다.


  미국 오면서부터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오픈 풀이였다. 한국에 레인이 있는 수영장은 대부분 실내, 그것도 보통 지하에 위치해 있다. 실외 레인에서 수영을 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지 늘 궁금했다. 블루밍턴 집 근처에 실외 수영장이 여름 한정으로 운영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마음이 설렜다. 그러다 한국에서 보내둔 소포에 수영복이 도착하자마자 실외 수영장을 찾았다.




   히야... 실외 수영장 뷰가 참 아름다웠다. 사진으로는 쨍-한 느낌이 잘 담기지 않아 아쉽다. 실제로는 뙤약볕이 내려앉아 주변에 우거진 나무들과 물의 색깔에 여름의 생명력을 더해주고 있었다. 풀 주변에는 비치베드가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아기부터 노인들까지 다채로운 사람들이 있었다. 하나같이 여유로워 보여서 마음이 편해졌다. 수영하기에 앞서 한동안 이 광경을 눈에 꼭꼭 담았던 것 같다.


   물에 들어가 보니, 땡볕을 쬔 물이 미지근하게 데워져 있었다. 그 덥지 않은 미적지근함이 좋았다. 실내수영장에서 처음 수영장 물에 발을 담글 때 차가워서 부르르 떨던 의식을 생략하니 어색했다. 다만, 나뭇잎과 자잘한 부유물들이 더 많은 것은 실외 수영장의 단점이었다. 마침 날도 무더워서, 수영을 하다가 밖에 나와도 추워지는 걱정 없이 놀 수 있었다. 한여름 리미티드 에디션임을 알기에,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졌다. 조금만 추워져도 이곳에 오는 게 편안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사람도 많지 않아서 레인 하나를 혼자 전세 내고 썼다. 한국에서는 자유수영을 가나, 레슨을 가나 한 레인에 적게는 5명 많게는 열댓 명까지 함께 썼다. 이렇게 넓고 긴 레인을 혼자 쓰니 참으로 시골에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했다. 인구 밀도를 수영장에서 체감한다. 혼자 레인을 쓰니 발장구치다가 부딪히는 일도 없고(이거 정말 아프다...), 물 저항도 덜 받아서 수영하기 수월했다.




  폭풍 수영을 하다가 숨이 턱 끝까지 차서 잠시 나와 쉬었다. 달달한 파워에이드를 한 입 들이키니 여기가 천국인가 보다. 썬 베드에 타월을 깔고 거친 숨을 돌리니 바야흐로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물에는 손끝 하나 대지 않고 책만 보는 사람도 있었고, 앞뒤로 몸을 뒤집으며 선탠을 하는 사람, 수영하는 할아버지랑 와서 구경만 하는 할머니 등 다양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 공간에서 자기만의 감성을 자유로이 만끽하고 있었다. 뭐면 어떠하리.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각자가 하고 싶은 것에 충실하면 되는 것을. 책을 가져와서 보면 정말 좋았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간 피부가 타도 너무 탔기 때문에 단념했다. 이제 고만 태우자.......



  레인 풀장 왼편으로는 얕은 유아용 풀과 다이빙 연습장이 있다. 얕은 풀에는 주로 아기와 함께 가족 단위로 놀러 온 사람들이 즐비했다. 다이빙 풀은 미국 수영장마다 있던데 실제로 하는 사람은 한 번도 못 봐서 궁금했다. 어떻게 하는지,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하지만 오늘은 끝끝내 보지 못했다.


  잠시 달콤한 휴식으로 숨을 고르고 다시금 물에 들어가서 수영을 했다. 수온이 높은 게 확실히 편안하게 느껴진다. 물에 잠수할 때, 햇볕이 물속에 비치는 모양이 참 예뻤다. 신이 나서 (쉬는 시간까지) 한 시간 남짓 수영을 했더니 녹초가 되었다. 수영하고 났을 때 특유의 개운하게 파김치 된 느낌이 몸을 지배한다. 탈의실이나 샤워실은 한국처럼 섬세하거나 깔끔하진 않았다. 다소 터프(?)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잘 씻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특정 계절에만 가능한 것들은 참 소중하고도 즐겁다. 한 해를 기다려 잠깐 누리는 즐거움들이 사계절을 가진 곳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게 해준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 더 와보고 싶은 곳이다. 여름이 조금만 천천히 물러나주길.

이전 14화 담아한 블루밍턴의 아침, 그리고 요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