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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ug 11. 2022

담아한 블루밍턴의 아침, 그리고 요가

억지로, 강제하지 않기


아침 요가를 다녀왔다.

고요하고도, 개운했다.



  9시에 요가 수업이 있어서 가는 길에 딱 남편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스포츠센터로 향했다. 오늘 들은 수업은 Power Vinyasa Yoga였는데, 예전에 헬싱키에 교환학생으로 있었을 동안 재밌게 들어봤던 기억이 있다. 며칠 전부터 오늘 수업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도 못하면서, 오늘은 9시 요가 수업을 가겠다고 벌떡 일어났다는 것 아니겠는가.



  요즘 다니는 스포츠 센터는 인디애나대학교(블루밍턴)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 SRSC인데,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들에게 열려 있어 이용하기 좋다. 시설도 넓고 기구도 다양하다. 무엇보다도 Group Exercise 요가, 근력운동, 복싱, 수중 운동, 줌바 등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환학생 때도 느꼈던 거지만, 외국은 대학 스포츠센터에서 양하게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 생활 체육을 접하기가 편하다. 종목 운동을 좋아해서 GE 타임 테이블을 보기만 해도 설렌다.



   요가 수업도 Slow Yoga, Hatha Yoga, Sunrise Yoga, Power Vinyasa Yoga  종류도 제각각이. 정적이고 호흡 명상 중심의 수업과, 동적이고 근력을 쓰는 요가 수업이 구분되어 있어 원하는 대로 골라서 가면 된다. 오늘 갔던 클래스는 다소 빡센(?) 동작으로 구성된 요가 수업이었다.


수업 공간 앞 팻말. Happy August :0



  신비로운 인도 BGM을 필두로 호흡이 시작되었다. 요가가 좋은 이유는 바로 이 호흡 때문이다.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완이 되어 약간 졸린 듯한 느낌도 든다. 이 편안함이 좋다. 동작이 복잡하고 힘들어도, 깊은 호흡만 유지하면 훨씬 편안해진다. 몸 이곳, 저곳을 쭉쭉 늘려본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할 때면 힘이 들어가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다. 그럴 때면 오래된 수행자처럼 생긴 선생님이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외친다.


Don't force anything.
Just let it go.



  저 말이 그렇게 좋았다. 그래, 잘 안되면 되는 만큼만 하면 되지 뭐. 구태여 선생님을 억지로 따라 하려 해서 무엇하리. 각자의 몸이 편안한 선까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몸을 늘리고, 뒤틀고, 뒤집고, 들고, 버텨본다. 집중하지 않으면, 균형을 잃거나 어느새 숨을 안 쉬고 있다. 동작이 꽤나 힘들어서 집중해서 따라가다 보니 잡생각은 없어지고, 온 신경이 호흡과 동작으로 수렴한다. 마지막은 다시 호흡으로 마무리, 마음이 평안해지는 시간이었다.


  기질적으로 긴장과 불안이 높은 편이라, 요가를 하면 이완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다. 요가 동작은 바짝 긴장한 채로 힘주어 용을 쓸수록 더욱 꼬인다. 결국 못 버틴다. 선생님 말대로 억지로 용쓰지 말 일이다. 힘을 빼고, 큰 숨을 마시고 내쉬기를 반복하면서 강제하지 않는 것. 어쩌면 요가에서, 어쩌면 또 삶에서 수행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



오늘, 아침 요가의 귀띔이다.

Don't forc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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