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밍턴에는 벌써 두 번째 눈이 내렸다. 날도 많이 추워져서 거의 한겨울 날씨다. 지난 주말 첫눈이 내렸다. 자고 일어나니 창문 밖에 소복이 내린 눈에 괜스레 마음이 동했다. 캐롤을 틀자니 아직 조금 설레발인가 싶기도 했지만, 첫눈이 왔으니 왠지 그래도 될 것만 같다.
날이 차가워져 실내에 있기 좋은 요즘엔 거의 도서관에 붙어 지낸다. 여러 가지 데드라인이 11월 말과 12월 초에 몰려있어 정신이 하나도 없다. Thanksgiving 휴일이라 다들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하는 것 같던데, 데드라인이 코앞인지라 그림의 떡이다. 당장 놀러 다니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지금 하는 연구도 재밌어서 소탈하지만 평이한 일상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원래는 집에서도 곧잘 공부를 하곤 했는데 겨울이 되니 전기장판을 켠 침대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 너무 따뜻하고 아늑한 나머지 늪처럼 빨려 들어간다. 온몸이 이완되어 오징어 낙지처럼 흐물대다가 하루가 다 가기도 했다. 각종 데드라인들을 앞두고 생산성이 너무나 떨어진 나머지 특단의 조치로 도서관 자체 출퇴근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인디애나 대학교의 중앙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Herman Wells Library는 집에서 도보 25분 정도 거리로, 오고 가며 광합성도 하고, 걸으며 잠을 깨기도 딱 적당하다. 역시 사람이 옷을 갖춰 입고 어디든 나가야 한다. 도서관까지 걸어가기만 해도 몸이 활성화되어 머리가 맑아진다. 이어폰 하나 꼽고 신나게 걸어간다. 도서관이 다 좋은데 주차가 안되는 관계로 좋든 싫든 걸어야 하는데, 그게 나쁘지만은 않다.
도서관은 엄청 넓고 자리도 많다. 무엇보다 의자가 엄청 편한 자리들이 몇 개 있어 그 자리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적막하면 잠이 오는 성향이라, 대체로 조용하면서도 적당한 소음이 안성맞춤인 이 도서관이 잘 맞는다. 공부하다가 중간중간 멍을 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통창이랑 가까운 자리로 간다. 희한하게 맨날 가서 앉는 이 자리가 늘 비어있어 애용 중이다. 학생들이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컴퓨터 자리에는 큼직한 듀얼 모니터가 구비되어 있다. 시설이 대체로 깔끔하고 집중이 잘 돼서, 할 게 있을 때 가기에 딱이다.
걸어가기 딱 적당한 거리에 환경이 좋은 도서관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커피 한 잔 보온병에 담아 가서 홀짝이며 공부를 하니 나름의 감성이 있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엉덩이는 더욱 무거워지겠지만, 따뜻하게 껴입고 애용하려 한다. 연말까지 데드라인으로 바쁘겠지만 포근한 도서관에서 끝까지 힘을 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