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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Apr 12. 2024

완전 개기일식을 맨 눈으로 영접하다


완전 개기일식은 경이로웠다.



한 주 전만 해도 왜들 이리 호들갑인가 생각했는데, 막상 보고 나니, 충분히 그럴만했구나 싶다. 되려, 지금 사는 인디애나 블루밍턴이 완전 일식의 경로에 딱 위치해서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나 별도의 지출 없이도 의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긴 설명을 차치하고, 갤럭시 S23 기본 카메라 어플 하이퍼 랩스로 찍은 영상과 사진부터 감상하도록 하자.


  천체 망원경 없이도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일식을 직접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며 학교에서 몇 주 전부터 필름을 배부했다. 그 필름을 카메라 렌즈에 대고 찍은 결과물이다. 실제로 눈으로 관찰했던 것들이 잘 담겼다. 삼성 갤럭시 만세!  




 감동적이었던 개기일식 당일 풍경을 시간 순서에 따라 담아보았다.




   부분 일식은 1시 40분부터 약 2시간 30분가량, 그리고 완전 일식은 3시 5분부터 약 4분간 펼쳐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하여, 2시 무렵 남편과 친구네 집 앞에서 집합했다. 돗자리와 콜라를 싸 들고 친구를 기다리면서 친구네 집 앞에서 하늘을 한 번 보니, 벌써 태양이 가려지고 있었다. 필름을 들고 보니 태양이 너무 잘 보여서 설레고 신이 막 나기 시작했다. 설렌 마음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며 피크닉 장소로 향했다.




  사방이 뻥 뚫려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는 동네 잔디밭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테라스에도 나와있고,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앉아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리고 최근 비도 많이 오고, 날도 급격히 따듯해져서 잔디가 무럭무럭 잘 자라서 돗자리를 깔고 누우니 푹신-한 게 기분이 상당히 좋았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봄날의 피크닉이라 마음이 설렜다.





   이렇게 벌러덩 누워서 학교에서 받은 안구 보호 필름을 통해 원 없이 누워 일식의 과정을 구경했다. 완전 일식까지 이렇게 누워서 한 시간가량 해가 가려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린 시절 이후로 과학 현상에 이토록 마음이 설렌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자세도 편안-하고 날도 선선-하고 쾌적하니 힐링 그 자체였다. 원래 피크닉을 엄청 좋아해서 휘황찬란한 올리브영 돗자리를 늘 차에 싣고 다닌다. 그러나, 일상의 의무에 치여 사느라 봄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르고 돗자리 한 번 못 펴고 보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 있었는데, 일식 이벤트 덕분에 이렇게 또 잠시 멈추어 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여러모로 감사한 이벤트였다.




   동네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 누워있다가 종종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모두 여유롭게 일식을 기다리며 피크닉을 만끽하고 있었다.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도 있고, 대형견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졌다. 언제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다 같이 멈춰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식이 진행되는 태양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을 보는 것도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친구가 센스 있게 개기일식에 퍽 어울리는 간식을 싸와주었다. 추억의 삼립호빵을 버터에 구워내 고소하고도 달콤했다. 달달한 탄수화물은 국가가 허락한 유일한...... 이하 생략하겠다. 야무지게 호빵을 와앙 물어뜯으니 필름 너머로 보이는 태양의 모습과 똑닮은 모습이 되었다.






   함께 싸간 과일들과 콜라도 먹었다. 피크닉에 간식이 빠지면 또 섭섭하다. 살랑이는 선선한 바람, 이 공기, 온도, 습도, 여유, 그리고 일식. 순간의 모든 감각을 간직하고 싶은 피크닉이었다. 먹고 누워서 태양을 구경하고, 수다를 떨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태양이 한 90% 정도 가려지니, 돗자리에 뉜 몸이 선덕선덕 하니 추워지면서 주변이 유의미하게게 어두워졌다. 선글라스를 끼지 않고 있는데 선글라스를 낀 느낌으로 조도가 천천히 낮아졌다. 이윽고 싸한 추위가 느껴지더니, 필름 너머로 태양이 거의 점처럼 없어지고 있었다. 곧이어, 영화가 시작할 때 조명이 확 꺼지는 느낌이 들면서 온 사방이 어두워지고,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완전 일식이었다.




    비로소 눈에서 필름을 떼고 이 경이로운 광경을 맨눈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달이 태양을 가려 새카만 완전한 원이 보이는 가운데, 그 주변으로 새어 나오는 강한 빛이 장관을 이루었다. 솔직히 너무 멋있어서 조금 울컥했다. 정말 자연과 우주는 경이롭기 그지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연찮게 또 마침 연못 바로 앞에 자리 잡아서 어두워진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별도 보였다. 위의 오른쪽 사진에 자세히 보면 태양에 검은 점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오후 3시라고는 믿기지 않는 어둠이었다. 4분간 고요하고 오묘한 어둠이 계속되었다.  또, 갑작스러운 알싸한 추위에 태양이 얼마나 많은 열에너지를 전해주고 있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일생에 이런 장면을 맨눈으로 목격하고, 경외감을 느껴볼 수 있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에 압도되는 기분은 언제나 가슴 벅찬 일이다. 아직도 모르는 세상의 현상과 단면이 너무도 많다. 우리는 너무 작고, 우주는 너무나도 거대하다. 그 운영과 흐름에 관여할 방법은 없다. 그저 존재하고, 바라볼 뿐이다.




완전 일식 자체도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을뿐더러, 잠시 멈추어 갈 수 있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해 준 남편과 나리에게 더없이 큰 고마움을 전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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