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4월까지 정규 봄 학기가 끝나고고, 5월과 함께 여름방학이 찾아왔다. 5월이 시작되기 무섭게 온/오프 캠퍼스 숙소에는 짐을 빼는 트럭과 가족단위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여름 방학이 3달 반으로 상당히 긴 탓에 대부분 학생들이 본가로 돌아가 방학을 보내는 것 같았다. 썰물처럼 학생들이 빠져나가고, 타운 전체가 한적한 분위기가 되었다.
한적한 공원 아니고... 캠퍼스입니다
그 가운데, 정규 학기 시작 전 미리 듣고자 신청한 여름 계절학기 수업이 개강했다. 미국 와서 수업 참여로는 처음이었고 아직 아는 얼굴도 없는지라, 떨리고 긴장되었다. 수업 방식은 완전한 인터랙티브 스타일에, 학점을 매기는 방식도 파격적이었다.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학점을 매기고 교수님이 예상한 학점과 맞추어나가는 방식이었다. 약간 연봉협상과 비슷한 원리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아직 온전히 새로운 시스템에 잘 적응을 못한 것 같다. 수업 때 교수님은 거의 질문을 던지는 역할이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대답을 한다. 이런 분위기가 익숙지 않아 긴장도 많이 되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경쟁적으로 대답을 하는 미국 학생들 틈바구니에 끼는 게 어려웠다. 계속 순번이 밀리다가, 도저히 못 끼겠기에 절박하게 손을 들어 발언권을 겨우 얻어왔다. 병풍처럼 존재하다가 가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와서 안도했다.
수업 내용 자체는 재밌고 유익했다. 어떤 하나를 배우더라도 참여형/액티비티형으로 배우게끔 하는 것이 신박했다. 다채롭고 생기가 넘치는 배움의 장이다. 강의실에서 움직이는 액티비티 도중 뚝딱이다가 물 가득 든 텀블러를 엎기도 했다. 허둥지둥 엎어진 물을 닦는데 약간 현타가 올 뻔했다. 그래도 수업 파트너 친구가 치우는 것도 도와주고, 파트너 대화 시간에 Second Language로 공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해 줘서 마음이 따뜻했다. 영어를 잘 못 알아듣거나 말하다가 막힐 때에도 잘 들어주고 다시 말해줘서 고마웠다.
쉬는 시간에 또 다른 고비가 있었는데, 대학원 석사과정 재학생들이라 저마다 삼삼오오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수다를 떨었다. 아직 입학 전이라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 외딴섬에 있는 것 같았다. 뻘쭘하게 껌뻑껌뻑 혼자 영겁 같은 몇 분을 보내다가, 수업 파트너 했던 친구가 화장실에서 돌아오니 구세주를 만난 것 같았다.
고단한 발걸음
그렇게 첫 주 생동감 넘치는 수업을 마치고 나오니 기진맥진했다. 첫 수업 열심히 듣고 온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위로하며 집에 가기 위해 차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반갑지 않은 주차 딱지가 차에 따-악 붙어있다. 어휴 젠장, 벌써 세 번째 딱지다. 사기 떨어지게 벌금 당첨이다.
정말이지 쉽지 않은 하루라고 생각하며 차에 타서 힘들 때 제일 먼저 찾는 노래를 틀었다. 소란의 '괜찮아'라는 노래인데, 가사가 정말 따뜻하다. 힘든 하루 보낼 때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아주 따뜻하고 지지적인 소란의 가사에 위로를 받고, 맛있는 밥으로 기력도 보충하고 셀프 격려도 할 겸 파이브가이스 버거로 향했다. 치즈 버거와 프렌치프라이, 콜라를 야무지게 시켜서 입안 한가득 때려 넣었다. 감자를 스몰 사이즈로 주문했는데 차고 넘-치게 줘서 기분이 좋았다. 역시 기분전환은 탄수화물이 최고다!
서서히 긴장과 언어 장벽으로부터 자유로워져서 수업 내용을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면 좋겠는 바람이 있지만, 지금은 기대로 몰아붙이기보다는 스스로가 편안해질 수 있게 해주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천천히 한 발 한 발 나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고생하는 만큼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가득 담아 올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보며, 첫 수업 포스팅을 마무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