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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Jan 15. 2024

또 다른 과제들이 문을 두드리면,

어떤 얼굴로 맞이해볼까나

정신없는 첫 주를 무탈히 보내고, 비교적 여유로운 주말을 맞이하였다. 월요일에 가장 힘든 수업 두 개가 몰려있는데, 감사하게도 휴일이 월요일인 덕분에 안녕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마틴루터킹 감사합니다! 내적 외적 환호를 모두 질러본다.


개강 첫 주는 역시나 어수선하고 적응할 것이 많아 피로도가 높다. 그럼에도 희망적인 것은 지난 첫 학기보다는 한결 수월하게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야 할 것들과 시스템에 어느덧 많이 익숙해졌고, 내담자들도 지난 학기에 이어서 심리 상담을 진행해서 이제 많이 가까워져서 긴장도 덜했다.


소소하게 잘 지나간 첫 주를 되돌아본다.



   남편과 월요일 아침 첫 학기 카풀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다. 둘 다 여전히 겨울방학 게으름의 관성이 남아있어 일찍 일어나기 힘들어했다. 아마 월요일 아침에 학교에 가는 동안 한숨을 백만 번 정도 쉰 것 같다. 학교 가기 싫다 노래 노래를 부르며 결국 도착하고 말았다. 그래도 한 주 중에 이 시간이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고, 막상 일과를 시작하고서는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스트레스도 잊고 어떻게 어떻게 보냈다.




   이번 학기 시간표에 파워 공강이 많아서 배정받은 자리를 애용할 전망이다. 양옆으로 교수님들 방이 빼곡히 있고 그 가운데 덩그러니 노출된 채로 이렇게 대학원생들의 책상이 놓여있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책상 위 뽀얀 먼지를 한번 닦으며 경건한 새 출발 의식을 행해본다.


  개인적으로 이 자리를 썩 좋아하지는 않지만, 학교에 있는 동안은 어쨌든 베이스캠프 같은 느낌이다. 티칭 수업 들어갈 때 가방이나 외투도 여기에 그냥 두고 갈 수 있어 편하다. 무엇보다 간식이 항시 구비되어 있어 참새가 방앗간에 이끌리듯 가게 된다. 이번 학기도 잘 지내보자 나의 자리야.





   이번 학기부터 대면 수업 티칭 하는 강의실이다. 수업을 마치고 한 컷 남겨보았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는지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서 오는 부담감과 과 책임감이 꽤나 무겁다. 학생들이 올망졸망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참 당황스러운 눈길이 아닐 수 없었다. 의지할 곳 없는 철저한 단독 콘서트다, 휴!


  준비를 더 철저히 할 수밖에 없고, 수업 시간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든다. 그래도 첫 주 두 번의 수업을 해보면서 감을 좀 잡았다. 좀체 땀을 흘리지 않아 네 겹 다섯 겹 옷을 입는 편인데도, 겨터파크가 개장했다는 후문이다.




    학기 첫 랩 미팅을 하고 버팔로 윙을 파는 곳에서 랩 회식을 했다. 새 학기 첫 랩 미팅 아젠다는 8월 APA 학술대회였다. 1월 10일이 학술대회 초록 마감일이었는데, 이번에 랩에서 프로포절을 많이 제출했다. 랩에서 총 8개의 심포지엄/포스터 프레젠테이션 프로포절을 냈고, 서로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브리핑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랩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지만, 흥미로운 연구가 많았다. 프로포절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겨울방학을 헌납(?)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모두 잘 통과되기를 바라본다. (올여름에 시애틀 가시는 심리 학도들 만나요!)



   동기의 늦은 생일파티 겸, 동기 개강파티를 개최하였다. 다운타운에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했다. 겨울방학에 다들 고향에 다녀오느라 다 같이 만난 게 근 한 달 만인 것 같다. 레스토랑에 모두 다 나가고 문을 닫기 직전까지 먹고 마시며 방학 때 있었던 일들을 소소하게 업데이트했다.


  그렇게 한참 수다 떨고 헤어지는 길,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커피 마시면서 하기로 하며 헤어졌다. 수다는 어디서 이렇게 무한리필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는 얘기는 언제 나눠도 너무 재밌다.




    한파를 앞두고 크로거에서 아이스크림 1+1 세일을 했다. 무려 하겐다즈 파인트가 반값이니 어찌 사재기하지 않을 수 있을까. 네 명의 다른 맛을 모두 데려왔다. 네 명이 쪼르르 줄 서있는 냉동고를 열어만 봐도 흐뭇하다. 방에서 전기장판 제일 세게 틀어놓고 이불 안에서 예능 보면서 계속 먹을 생각이다. 행복 별거 없다. 딱 요거면 된다. 미국 하겐다즈가 한국보다 한참 싸서 행복하다.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소신 발언 하나 던져본다 - 하겐다즈 중 원탑은 딸기우유맛이다(두둥-!).



  개강 하자마 예상도 못 하게 바로 치고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외부 심리 상담 실습이다. 첫해 두 학기는 학과 내 있는 인하우스 심리 상담 센터에서 수련을 하고, 2년 차부터는 보다 큰 심리 상담 센터로 나가서 다양한 내담자를 만나게 되어 있다. 그 수련을 할 기관을 골라서 지원하는 과정인데 이렇게 빨리 시작할 줄 몰라서 조금 당황했다. 새 학기 첫 주부터 지원 대란이라니...! 정보가 많지 않아 오만 사람을 다 붙들고 이것저것 물어가며 감을 잡고 있다.


   또 다시 자소서, CV, 추천서, 면접 지옥으로 향해야 한다. 학기 중에 여러 군데 지원하면서 인터뷰도 보고 해야 하는데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좋은 수련 스팟을 구하려면 또 열심히 어필해 보는 수밖에. 꾸역꾸역 인포 세션에 등록하고, 서류며 추천서며 부랴부랴 준비를 해 본다. 미국인들 틈바구니에서 경쟁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 같다. 가장 가고 싶은 기관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올해도 연초부터 도전이 참 많구나. 그래도 해야지 뭐 어떡한담. 새해 다짐 1번 - 보다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고 새로운 도전 맞이하기를 연습해 볼 수 있는 첫 과제이기도 하다.



   주말부터 -20도를 웃도는 한파와 함께 눈이 많이 내렸다. 원래 블루밍턴이 이렇게 춥거나 눈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닌지라 올겨울 첫눈이 반갑기도 했다. 온통 하얗게 내려앉은 주말 아침, 영하 18도의 한파를 뚫고 남편이랑 동기랑 아침 운동을 다녀왔다. 남편은 짐에 가고 동기랑 요가 수업을 듣고 왔다. 요가 호흡 덕분에 머리도 맑고, 기분도 평안하게 주말을 시작할 수 있었다. 또 이 모든 웰빙의 근본은 마틴루터킹 님께 있음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감사합니다......!


    실현 가능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학기 중에도 가능하면 주말 아침에 요가 수업에 더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커피 한 잔에 크림을 뭉텅 풀어와 창문 밖을 찬찬히 구경한다. 눈이 예쁘게 내린 동네 풍경과 폭신해 보이는 구름의 텍스처를 눈에 넣어본다. 개강 직후부터 휴일이 있어 적응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누릴 수 있을 때 여유를 한껏 누려보려 한다.



  이번 학기도 많은 도전과 과제들이 벌써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오는 과제를 막을 길은 없지만, 어떤 얼굴로 맞이할 지는 온전히 내 선택에 달렸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새 학기를 맞이하는 동지들에게 소소한 위로와 온기를 전하며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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