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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중 산이 가장 아름다운 가을이 찾아왔다. 기후의 변화에 따라 여름과 겨울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요즈음, 더위가 가시기 무섭게 불현듯 짧게 스쳐가는 가을은 이루 말 할 데 없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동서남북 어느 곳을 둘러봐도 그림 같은 풍경에 넋을 잃게 되는 가을, 그리고 가을에 한 가득 둘러싸인 단풍 고운 가을산. 이제 겨울을 준비하며 가을의 한 복판을 지나는 산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찬란함에 휩싸여 있다. 그 중에서도 1년에 단 한 차례만 만끽할 수 있는 곱고 아름다운 가을산길 네 곳을 준비했다.
1.가볍게 떠나는 가을 산, 인왕산 성곽길, 둘레길
서울 시내에 위치하고 있는 인왕산은 특별한 장비나 준비 없이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접근이 편리한 산으로 오래 전부터 각광받고 있다. 인왕산의 정상에서는, 좌측으로 대통령 관저가 있는 청와대, 그 옆 중심에는 경복궁, 우측에는 서울을 상징하는 남산타워 등 삼면에 걸쳐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인왕산은 산을 오른다는 느낌보다 산에 올라서 바라보면 이러한 풍경이 더욱 아름다운데, 답답하고 갑갑한 도시의 회색하늘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과 가을을 만끽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인왕산 가을 나들이에 가장 인기가 좋은 구간은 성곽길과 둘레길이다. 인왕산 아랫자락에서 정상에 오르는 길은 참 많지만, 인왕산의 풍경과 더불어 가을 들꽃들을 가득 구경할 수 있는 구간은 둘레길과 성곽길 뿐이다. 겨울맞이를 하며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루고 있는 들풀들과 들꽃들이 모여있는 둘레길 구간을 지나면, 정상에 오르기까지 고즈넉하고 한가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성곽길이 이어진다.
Tip: 인왕산은 도시 한 가운데 있는 산이니만큼 주변에 아기자기한 공원이나 작은 상점들을 구경하며 가벼운 나들이하듯 산을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왕산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는 사직공원이나, 인왕산의 출발점이 되는 경복궁역 근처 ‘서촌’의 골목을 누비며 소소한 데이트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아침 일찍 인왕산에 올라 가을의 공기를 실컷 마신 후, 해가 저물 무렵 내려와 서촌의 야경을 바라보며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좋은 코스다.
2. 가을의 절정을 누리자, 철마산 낙엽길
수도권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마주할 수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철마산은 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을산’으로 굉장히 유명한 산이기도 하다. 도시지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인접해있고,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이 있거나 웅장한 산새를 자랑하는 높은 산은 아니지만, 붉은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산 중 하나다.
철마산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낙엽길’이다. 철마산은 북봉과 남봉, 두 개의 봉우리가 적절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데, 이 중 북봉은 산새가 다소 가파르고 험해서 철마산 초행자들에게는 그리 적합한 코스가 아니다. 하지만 이에 반해 남봉은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는 약 3km 정도 되는 구간 동안 크게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주변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앞서 말한 ‘낙엽길’은 이 남봉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철마산의 ‘낙엽길’은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절정을 이루는데, ‘낙엽길’이라는 말은 여름이면 울창함을 자랑하던 수 많은 잎들이 가을에 들어서면서 낙엽으로 변하여 이른바 ‘낙엽 밭’을 이룬다는 뜻에서 붙여진 애칭이다. 자연이 일구어낸 낙엽 밭을 사박사박 소리를 내며 걷고 있으면 저절로 가을이라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철마산은 가족단위로 여행을 오기도 좋은 산인 동시에 북쪽에 주금산, 남쪽에 천마산 등 다양한 산들과 얽혀 있어 전문 산행을 오는 등산 매니아들도 자주 찾는 산이다. 철마산은 아름답고 정적인 낙엽길 뿐만 아니라, 조금 더 역동적인 산행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까지 다양하게 아우를 수 있는 가을 산이 아닐까 싶다.
Tip: 철마산 내부에는 작은 계곡들이 즐비해있어 늦여름과 초가을 캠핑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계곡 주변 뿐만 아니라 산 입구 주변에 자연캠핑장이 다수 놓여있어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가을의 풍경을 즐기러 오는 가족 방문객들이 제법 많다. 삼면이 각기 다른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저녁이 되면 초겨울의 바람이 느껴질 정도로 추운 기운이 느껴지고, 이를 대비해 두꺼운 겉옷을 필수로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3. 단풍산행의 명소, 지리산 뱀사골-피아골 구간
사시사철 수려함을 자랑하는 지리산이지만, 그 중에서도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어 주는 계절은 바로 가을, 그리고 겨울의 초입이다. 이 시기의 단풍을 즐기기 위해서 주말마다 지리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을 무수히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지리산은 국내 가을산 중 단연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인기도가 높은 산인데, 특히 10월 말에서 11월 말 한 달의 기간 동안에 가을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지리산의 다양한 구간 중에서도 ‘뱀사골’은 매년 ‘뱀사골 단풍축제’가 열릴 정도로 화려하고 빼어난 가을풍경을 자랑한다. 매년 날짜와 날씨에 따라 단풍이 깊게 지는 시기가 달라 일정한 기간에 열리지는 않지만, 일단 단풍제가 시작되고 나면 산을 온통 수놓는 빨간 단풍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지리산으로 향하게 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그 단풍을 찾아 1년을 기다리는 가을 산 매니아 들 등, 전국의 다양한 사람이 지리산을 찾는다. 뱀사골과 피아골 구간 사이에 있는 단풍은 약 10km에 달하는 긴 계곡에 위치한 단풍들로, 지리산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의 단풍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 구간의 단풍은 붉은 빛과 분홍 빛, 그리고 노란 빛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자랑하기로 유명하다. 등산객들 사이에서는 새벽 이슬을 머금은 뱀사골의 단풍을 으뜸으로 치고 있어 이를 관람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바삐 피아골을 오르는 관광객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Tip: 뱀사골 단풍축제는 보통 10월 하순에서 11월 중순까지 개최된다. 초기에는 지리산 등반의 산악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의 산신제로부터 시작했으나, 현대로 넘어오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형식으로 변화되었다. 단풍제 기간에는 산악 마라톤, 지리산 생태 체험, 먹거리 축제 등 다양한 볼거리가 뱀사골 일대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타 지역 관광객을 위해 주로 주말에 개최되며, 전라북도 남원시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매년 성대하게 개최되고 있다.
4. 크고 높은 기암괴석과 함께 가을의 풍미를 더하다, 주왕산 장군봉 구간
매일 아침 신비스러운 물안개를 잔뜩 머금은 아름다운 주산지, 새빨간 빛을 잔뜩 머금은 청송 특산물 청송 사과 등 가을의 경상북도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주왕산 국립공원이며, 해마다 가을이 찾아오면 이 주왕산 국립공원에서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기암괴석 사이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빨갛고 푸른 단풍들의 향연이다.
매년 가을이면 주왕산 일대에서는 청송사과축제를 비롯해 재래장터나 청송 특산물 거래터 같은 크고 작은 축제가 즐비한다. 축제장을 조금 벗어나 주왕산 국립공원 안으로, 그리고 주왕산 내부로 파고 들어갈수록 시끌시끌한 축제 분위기에서 멀어지고, 오롯이 솟은 바위 옆에 촘촘하게 붙어있는 아름다운 산새들, 단풍들을 실감할 수 있다. 주왕산을 오르내리는 다양한 코스들 중에서도 제 1, 2, 3폭포를 지나 장군봉으로 향하는 ‘장군봉’ 구간의 단풍은 다른 구간보다 월등히 높은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정면으로 보이는 주왕산의 커다란 기암괴석의 풍경은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것과 같이 독특하고 묘한 분위기로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또한 주왕산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계곡들은 가을이면 물이 차고 깊어져 발을 담그거나 물놀이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도록 변화하지만, 주왕산 주봉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온 낙엽들이 계곡물 위에 고스란히 고여 색다른 풍경을 선사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