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동물에 비유한다면?
여행가기 하루 전날, 동네 이웃주민과 와인을 마셨다.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무척 감동적이었다.
"넌 정말 유연한 것 같아. 누굴 만나도 그 사람 성격에 맞게 변하더라고."
그 때 깨달았다. 아, 내 장점은 유연함이구나.
누군가는 나를 밝은 사람이라고 하지만 사실 난 밝은 사람은 아닌데 라고 생각했고,
누군가는 나를 용감하다고 하지만 사실 난 겁도 많다.
가끔 내 장점은 뭘까하고 고민에 빠지곤 하는데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야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어떤 단어를 정의 지은 것 같았다.
그래서 만약 내가 동물이라면 문어일 것 같다.
문어는 연체동물이라 유연한데다가 몸빛이 환경에 따라 변한다. 얼마나 찰떡같은 비유인가.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 대화에 따라 내 의견을 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을 재밌어한다. 누가 옳고그른지를 판단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를 배운다. 이 배움은 나를 조금 더 넓고 다채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나의 이러한 취미를 지키기 위해서 문어와 같은 유연함이 꽤나 큰 몫을 해왔던 것 같다. 상대방 성격에 맞는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을 했다.
"그건 네 자신이 아니잖아"라고 혹자는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또한 나의 모습 중 하나이라고. 잘 변하고 잘 적응하는 내가 나는 좋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이 듣는 동요 중에 이런 노래가 있다. 문어의 꿈.
가사의 일부분을 발췌해오자면,
나는 문어 꿈을 꾸는 문어
꿈속에서는 무엇이든지 될 수 있어
나는 문어 잠을 자는 문어
잠에 드는 순간 여행이 시작되는 거야
높은 산에 올라가면 나는 초록색 문어
장미 꽃밭 숨어들면 나는 빨간색 문어
횡단보도 건너가면 나는 줄무늬 문어
밤하늘을 날아가면 나는
오색찬란한 문어가 되는 거야
이 노래를 듣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냥 문어가 아니라 꿈을 꾸는 문어로 살아야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배움을 하며 꿈을 꾸고 그 꿈을 포기하지 않는 문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