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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굳센바위 Feb 01. 2024

친환경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매거진

녹색 소비, 즉 현명한 소비를 실천하는 것은 소비의 라이프 사이클과 연결된다. 소비의 라이프 사이클은 구매, 사용, 폐기의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구매 

2011년 파타고니아의 “Don’t buy this jacket” 광고 문구는 눈을 의심하게 했다.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사지 말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 그들에게는 말이 된다. 평상시 그들의 행동에서 나타난 환경에 대한 신념과 광고에 포함된 설명을 읽으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7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지만 이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135 리터의 물을 소비하고 20 파운드(약 9kg)의 탄소와 재킷 무게 2/3의 쓰레기가 배출되어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옷이 아니라면 되도록 사지 말라는 것이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사지 말라는 것은 절제하는 합리적 구매를 의미한다. 그런데 이것은 발전 지향의 경제 흐름과 어울리지 않는다. 오히려 소비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런 이유로 환경 정책 중 지속가능한 소비 분야에 대한 지원이 가장 미흡하고 현실적인 성과도 저조하다. 

2019년 유엔 환경 계획(UNEP, UN Environment Programme)과 2021년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SDSN)의 지속가능 발전 목표(UN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대한 분석에서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 항목은 17개 지표 중 가장 나쁜 결과를 나타냈다. 

현재 환경 정책은 소비를 줄이기보다 소비는 증가시키면서 환경영향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품 환경성에 대한 각 종 라벨이 등장하고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환경성을 광고한다. 

구매 단계에서 환경적으로 우수하다고 입증된 제품을 사는 것이 차선은 될 것이다. 

하지만 환경적으로 우수한 제품이라 하여도 환경영향은 증가한다. 예상치 못한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업무 소통에 있어 팩스가 사라지고 이메일이 증가하면서 종이 사용량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사무실에서의 종이 사용량은 증가했다. 확인과 결재를 위한 출력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개별 기술로 인해 환경영향이 줄어들었지만 소비가 증가하여 환경오염이 개선되지 못하는 현상을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라 부른다. 미국의 Breakthrough 연구소에 따르면 자동차 연비와 가전제품의 효율 향상으로 절약되는 에너지의 10~30%는 리바운드 효과에 의해 상쇄된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자.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장고를 구매하면서 냉장고의 용량과 사용 방식은 별 관심이 없지 않은가? 전기차를 구매한 후 사용 거리가 늘지 않았는가?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가정의 전기 사용량이 더 많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용이 싸질수록 사용은 늘어나고 환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 가지 하고 나면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2) 사용 

위에서 언급한 역효과는 주로 사용 단계에서 발생한다. 친환경 기능이 있다 하여도 무계획적인 사용은 제품의 환경성능을 무력화시킨다. 일반제품이라도 사용 방식에 따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사용 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은 낭비와 유지비를 줄이는 활동으로 규정된다. 불필요한 사용을 줄이고 제품의 상태를 양호하게 유지하는 것은 비용을 절약하고 제품의 수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제품 구매 시 설명서를 읽는 습관을 들이자. 자동차의 경우 에코 드라이빙으로 연료비의 10%를 절약할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효율, 기본 사용량, 품질과 수명, 화학물질의 함유량은 이미 정해져서 출시된다. 


(3) 폐기

수명이 다한 제품은 폐기 단계로 들어간다. 폐기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분리수거다. 분리수거는 재사용과 재활용을 증가시켜 소각이나 매립을 줄임으로써 환경부하를 저감 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분리수거에 대한 책임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분리수거해야 하는 대상 쓰레기를 줄이고, 분리수거를 하기 쉽도록 개선하고, 재사용과 재활용이 쉽도록 설계하는 능력과 책임은 기업에 있다. 환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분리수거하는 방법이 어려워 스스로도 맞게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우리 각자 환경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다가가 보자. 그것은 기업과 정부가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용과 폐기 단계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은 이전 단계에 있는 기업의 역할을 의미하며 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정부의 제도다. 제품의 설계 단계에서 투자된 5%가 제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70%라는 분석 결과도 있다. 정부의 제도와 기업의 혁신이 바로 설계 단계다. 그래서 녹색 소비의 핵심은 제품의 구매다. 다른 단계보다 소비자 선택권이 가장 크고 기업에게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다. 환경 성능을 개선한 제품, 올바른 사용 방법을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는 제품, 폐기 부담을 줄여주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기업들이 그런 방향으로 노력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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