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은 자신감을 담는 그릇입니다.
2014년 5월 3일…
27세의 나이에 처음 갓난 아이라는 생명체를 보았고
첫 만남의 순간 ,
철부지였던 내 마음이 요동치며 영문 모를 눈물을 쏟았다.
아마도 그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몸부림치던 엄마의 고통,
그 아이와 나의 관계가 아빠와 아들이라는 것에 대한 놀람,
책임감에 비해 뒷받침되지 않던 현실에 대한 원망…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 있었을 거다.
아이는 며칠만에 나를 보며 웃어 주었고
순간 복잡했던 감정은 행복으로 바뀌었다.
그 때 다짐했다.
‘앞으로 네가 줄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을 줄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아이는 축구를 참 좋아한다.
5세 때부터 축구 수업을 지속적으로 경험 시켜 주었고,
6세 때부터는 주 2회로 횟수를 늘려주었다.
그리고 1학년이 되던 해에는 지점의 대표팀이 되어
대회에도 나가 제법 축구같은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축구를 좋아하고 잘 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 보니 뿌듯하기도 하지만
국가대표 경기도 같이 보고, 피파 게임도 같이 하는 게 봉사활동의 개념이
아니라 아빠도 함께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어느날 아이가 말했다.
“내가 축구를 잘할 수 있게 어릴 때부터
축구교실 보내줘서 아빠가 참 좋아요. 고마워요.”
내가 볼 때 내 아들은 절대로 영재나 천재의 수준은 아니다.
때문에 제 아무리 축구선수가 되고 싶다 한들
진학을 목적으로 하는 엘리트 축구선수의 길은
본인이 정말로 원하지 않는다면 강요하고 싶진 않다.
축구교실에 보내면서 가장 큰 변화는
자존감과 자신감, 사회성의 동반 상승이라고 본다.
얼마 전, 주말 초등학교 운동장에 나가서 축구를 하자길래
같이 간 적이 있었다.
1학년 동생과 3학년 형, 그리고 아빠.
뻔하게 슈팅 막아주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20분 정도 흐른 뒤, 5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더라.
난 그 때 놀랐다.
5학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운동장을 장악하고
팀 경기를 시작하려고 하더라.
또래 집단끼리의 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게 어른의 품격이라
생각해 골대 뒤로 스윽 비켜줬다..
하지만 그 때 한 번 더 놀랐다.
내 아이가 대뜸 5학년 형에게 같이 축구를 껴 달라고 말하더라
그리고 난 골대 뒤편 스탠드에서 1학년 아이와
형 축구 경기를 지켜 보았다.
처음엔 형들이 공을 아예 주지를 않더라.
앞만 보며 달리는 아이,
규칙을 파괴하는 아이,
잘 안 되니까 신경질 내는 아이,
힘 세고 달리기 빠른 아이만 쫓아다니는 아이…
다양한 캐릭터 속에서 내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
궁금해서 계속 관찰했다.
처음 공을 잡은 순간부터
주변을 살피고 패스를 하더라.
그리고 그 다음 번 터치에는 슛팅으로 골을 넣더니
형들의 시선과 팀 내 입지가 달라진 듯 했다.
그 이후 공을 많이 만지면서
그 팀의 에이스로 순식간에 등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앞만 보고 달리는 아이와는 달리
동서남북에 있는 우리팀에게 패스를 주며 다시 받으러 가고
게임의 분위기를 바꾸고 있더라…
두 살 형들보다 훨씬 여유있고 젠틀한 리더십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경기를 마친 아이가 말했다.
“형들이 공 안 줘서 처음엔 속상했는데
자기가 말한대로 형들이 나중에는 움직여 줘서
경기가 잘 되었다고…”
자존감, 리더십, 팀워크, 규칙 준수, 스포츠맨쉽.
축구를 유아기 때부터 접한 아이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지인들이 ‘자녀가 자라면서
축구를 언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을까?’ 라는 질문을
하면 유아기 때부터 접하게 해서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에는
어느 정도 규칙을 다 알고 자존감이 높은 상태에서 또래 집단과
어울리게 해 주라고 한다.
이미 1학년 때부터 또래집단 속에서 높은 자존감을 보유하고
팀 스포츠의 순기능들을 실천하는 아이는 인기가 없을 리가 없다.
동네 형들한테도 주눅 들지 않는 내 아이의 모습을 보며
“자존감은 자신감을 담는 그릇” 이라는 말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요즘은 미술, 피아노, 과학까지 주도적으로 자기가 배우고 싶다고 하고
한 번 시작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잘하려고 한다.
감히 나는 말하고 싶다.
유아기 때 축구를 접함으로써 생긴 높은 자존감의 나비효과라는 것을…
(주)솔레아스 대표이사
이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