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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실시옷 Jun 21. 2024

어린이집이던 공유 공방에서의 시간

차가운 공기 속 온기를 느끼던 나의 종암동

 종암동은 특별한 공간이었다. 내 아이들의 숨결과 손 때가 묻어있는 곳.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커다란 나무 하나와 놀이터이던 마당이 있었다. 놀이터에 숨어 숨바꼭질하는 아이, 미끄럼틀 타는 아이, 쓰레받기에 흙을 잔뜩 넣어 서로 옮기겠다고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이 언제나 선명하던 곳이었다. 숲 산책을 위해 장화가 가득하던 신발장 옆 현관을 열면 세 개의 방이 있었다. 첫째가 처음 생활을 하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곳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머금은 나무 벽을 그대로 두어 들어갈 때마다 첫째를 떠올리게 했다.


 1층의 한 방은 재봉틀 공방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머지 두 공간은 세미나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커다란 책상과 의자들이 있었다.

 2층은 더 넓은 공간으로 공방들이 셰어를 할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들을 들여놓았다. 나는 안쪽 공간 책상 하나에 짐들을 옮겼다. 처음 집에서 성신여대 공방으로 나올 때만 해도 단출한 살림살이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원단도 제법 많아졌고, 작은 가정용 재봉틀도 들여놓았다. 방 하나를 차지하고 싶었지만 내가 먼저인 공간은 아니었기 때문에 적당히 나쁘지도, 너무 좋지도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포근한 원목의 건물도 오랜 시간 비어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온기는 사라지고 텅 빈 냉기만 가득했다. 3층이나 되는 커다란 건물엔 이제 공방을 시작한 재봉틀 선생님과 나 둘 뿐이었다. 포근하게 난방을 하고 싶었지만, 보일러로 모든 공간을 따뜻하게 채우기에는 난방비가 너무 많이 들었다. 너무 추운 날에는 재봉틀 공방에 모여 오순도순 작업을 하고 함께 차를 마셨다. 선생님과 나는 매일 대화를 나누고 점심을 함께했다. 원장님과의 인연으로 같은 공간을 공유하던 우리는 아이들과 교육, 수공예와 삶 마음과 시간을 나누었다. 그렇게 춥던 시간을 온기로 둘의 이야기와 온기로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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