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섯 살인가 일곱 살 즈음 가족사진을 찍었다. 아파트 상가에 있는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얼마 후 집으로 전화가 왔다.
“가족사진이 너무 잘 나왔는데, 혹시 우리 가게 홍보용으로 크게 뽑아서 걸어 놔도 괜찮을까요?”
아빠는 흔쾌히 승낙했다. 얼마 뒤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사진관을 구경하러 갔던 나는 깜짝 놀랐다. 상가 계단을 오르자마자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내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옛날 영화관의 간판처럼 커다란 나무 판에 액자 틀을 댄 사진이었다. 그 사진이 얼마나 거대했는지 떠올려 보면 1톤짜리 트럭에 제대로 실릴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그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낀 것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작품 앞에서였다.
나는 상가 복도를 지날 때마다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왠지 달라 보이는 우리 가족의 미묘한 얼굴을 보며 왠지 낯선 기분을 느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니 00 엄마! 상가 사진 봤어?”
오후면 종종 티타임을 가지러 놀러 오시던 아주머니 몇 분이 조금은 곤란한 얼굴로 이야기를 꺼냈다.
“아니 그게….”
“어떤 사람인지….. 아니 그… 사진에…”
“세상에! 누가 애기 코를 지져 놨다니깐!”
당황한 엄마는 그날 저녁 아빠와 함께 사진을 보러 가셨다. 그런데… 아빠와 엄마는 화를 내시거나 하기보다는 그 사건의 광경 자체에 웃음을 터뜨리셨다.
“아니 이게 뭐야!”
아빠는 라이터 불로 지진 듯 선명한 불자국이 난 내 코를 어루만졌다. 정말 신기하게도 검게 탄 자국이 아니라 마치 코에서 불이 피어오르듯 노랗고 빨간 불꽃의 색깔이 선명히 남아 내 코를 장식하고 있었다. 꼭 코뿔소처럼.
그 이야기는 단지에 펴져 나갔고 내 얼굴을 알고 있던 이웃 분들은 웃음을 참는 얼굴로 안 쓰러워 하며 심심한 위로의 한마디를 건넸다. 처음엔 내 얼굴에 생긴 그 불꽃이 너무 싫었으나 자꾸 보다 보니 좀 재미있기도 한 것 같아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나중에, 우리가 부산으로 이사를 가게 되자 사진관 아저씨는 그 거대한 액자를 선물로 주셨다. 그리고 이것은 곧 애물단지가 되었다. 왜냐하면 그 거대한 사진은 어느 벽에도 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 거대한 사진은 안방 뒤쪽 베란다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햇볕을 훌륭히 가리는 크기였기에 안방은 늘 우중충했다.
늦은 밤, 문득 열린 베란다 문 틈으로 거대한 얼굴 속 웃고 있는 눈과 마주하면 누구라도 흠칫 놀라곤 했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 기분이 '진격의 거인'이란 애니메이션을 보다 떠올랐다. 무지성 거인으로 변해버린 거대화 가족을 만난 그 장면에서……
나는 커가며 종종 그 사건에 대해 생각했는데, 한창 외모에 예민할 사춘기 때는 내 코가 뭉특해서 그런가? 여기서 내가 제일 못생겨서였을까? 그 가족사진에 안 어울렸을까? 같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되었지만, 여전히 묻고 싶다.
그때 내 코에 불을 붙인 사람은 누구인지.
"애기 코를, 꼭 그렇게 지졌어야 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