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살 길을 찾아야겠습니다.
회사에서 어느정도 일에서 배제되고 나서 시간을 굳이 죽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여 이력서를 업데이트 하고 그냥 눈에 보이는 괜찮은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기로 했다. 이걸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너.. 쉰다며.. 쉬다가 일 하겠다면서... 라고 하였다. 내가 요즘 정신상태가 불안하여 걱정하는 친구들이다. 근데.. 나는 한 달 쉬는거면 만족하고 있는데 친구들은 내가 쉬다가 그 다음은 나중에 생각하겠다 했을때 한 달 이상 쉴 것이라고 생각했었나보다. 그런데 나도 마찬가지였으나 이놈의 성미가 그걸 가만두지 않는다. 나는 뭔가 계속 하고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그것이 되도록이면 아웃풋이 있는 일이었으면 한다. 그래서 취미도 뭔가 당장 눈에 성과가 보이는 뜨개질, 종이책 읽기, 악기, 글쓰기, 공연 및 전시관람 등 무언가 내가 성장하는 것이 보이거나 결과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는 일을 좋아한다. 물론 이번 이력서같은 경우는 나도 쉬다가 업데이트하여 입사지원을 하려했던 부분이었지만..... 이력서야 말로 나의 성과가 글로 눈에 보이는 일인지 않은가? 경력직으로 일하면서 내가 얻은 성과를 생각하며 글로 표현하는 일.... 나는 재미있었는데....
그러던 와중에 마음에 들어보이는 회사들에 이력서를 다 넣기 시작하다가 면접 제안이 왔다. 면접제의가 왔는데 뭐 안봐야할 이유도 없고 연차도 있고 경험삼아 한번 가보자 생각했다. 그 회사는 내 박사전공과 딱 들어맞는 분야의 회사였으며 내가 가고싶은 회사들의 경쟁사이기도 하였다. 일단 연차를 쓰고 면접을 보러 해당 회사에 들어선 순간 일단 뭔가.... 경험삼아 왔기때문에 불안하지도 초조하지도 않았고 그냥 반대로 내가 가고싶은 회사와 뭐가 다른지 알아나 보자는 심정으로 면접에 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딥한 전공에 관한 내용과 내가 관심있던 회사와 이 회사의 차이점 등 여러가지를 질문하였지만 그냥 편하게 대답하였다. 알고있는 부분에 대해선 이렇게 생각하고 여기까지 알고있다. 모르는 부분은 제가 아직 거기까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생각한다는 식으로 대답하였다. 면접이라는게 나는 쌍방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나를 평가하는 자리이며 내가 이 회사를, 저 대표인들을 평가하는 자리라고도 생각하기때문에 기민하게 그들의 말투와 성향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친구들이 나를 평가하기에 쉬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평일보다 주말이 더 바쁘고 마냥 집에서 누워있는 것보다는 하다못해 카페에 나와서 책을 읽는다거나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번 불안정적인 나의 상태에 대해서 친구들이 많은 걱정을 해주었고 휴식이 필요한대 내가 생각하는 휴식이 아니라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런 친구들에게 내가 면접을 보고왔다는 이야기를 전달할때 그들은 내가 이럴 줄 알았다고 표현했다. 그래 차라리 너가 그게 맘편하면 됐다고도 해주었다. 휘청휘청 거리는 인생에 참 허물없는 친구란 같이 휘청거리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때 그들도 제자리에 있어주는 사람들인 것 같다.
면접은 나름 잘 끝났다. 회사 위치도 마음에 들었고 하는 일의 분야 및 업무환경까지는 괜찮았다. 좀 더 자세한 사항은 만약 면접에 붙는다면 알아보고 나는 면접이 끝나자마자 또 나만의 시간을 보내었다. 글을 쓰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책을 읽고 이것저것 구경하고 사고 뭔가 하고있으며 그 행동의 결과를 머지않아 확인할 수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