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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암 Jul 02. 2019

#06_동양의 몸 vs 서양의 몸

힐링 인사이트

세계를 구분하는 가장 큰 범주는 동양과 서양이다. 경계적으로 모호한 면이 있지만 동서양은 많은 차이가 있다. 인종, 환경, 문화, 종교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고 이러한 차이는 다른 가치관을 생성하게 한다. 동양은 전인적이고 서양은 분석적이다. 동양은 사물을 볼 때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균형과 전체를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서양은 사물을 볼 때 본질을 중시하기 때문에 직선적이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전인적: 부분이 아닌 전체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태도나 사고방식

분석적: 개별적인 요소나 성질로 분해하여 생각하는 사고방식



동양은 서양에 비해 정신문화가 발달되어 왔다. 과거 동양인들은 세상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모순 투성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동양인들은 우주의 모든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종합주의적 사상을 가지게 되었다. 서양은 동양에 비해 물질문명이 발달되어 왔다. 과거 서양인들은 사람뿐만 아니라 사물도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실체로 바라보았다. 매번 논리적인 사고로 생각하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이 성행하게 되었다.



"동양 의학 vs 서양 의학"


동서양의 가치관은 그들의 전통의학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500여 년 전 그려진 그림에서 몸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시각을 짐작할 수 있다. 동양의 장부도는 장기의 위치보다 보이지 않는 기능에 집중하였고, 서양의 해부도는 역할보다 보이는 형태와 구조에 집중하였다. 동양의학은 오랫동안 병을 관찰하고 기록했던 경험주의 의학이고 서양의학은 실험을 통해 원인과 결과를 검증하는 논리주의 의학이다.


중국의 장부도(1575년)와 이탈리아의 해부도(1543년)


동양의학의 침술과 뜸은 장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기를 원활하게 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장기의 기능이 정신과 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의 주사(약물)는 통증 부위에 직접 투여해 염증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외과수술은 도구를 이용하여 문제가 있는 조직을 절게 하거나 이어 붙이는 물리적 방법을 사용한다. 동양의학은 질병과 관계된 문제를 전반적으로 접근해서 치료하고, 서양의학은 질병이 있는 부분에 문제를 직접적으로 치료한다.




"동양 수련 vs 서양 수련"


동양의 대표적인 수련법 ‘요가’와 서양의 대표적인 수련법 ‘근력운동’은 의학만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두 수련법은 수행하는 목적과 형태가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수련법이기도 하다. 요가와 근력운동은 치유를 위한 목적으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신체뿐 아니라 심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요가는 고대 인도에서 발생된 심신 수련법이다. 5,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요가는 신체와 정신의 연결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요가는 명상을 오랫동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이기도 하다. 몇몇 사람들은 종교적인 색채 때문에 요가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그만큼 많은 정신문화가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참고로 요가의 창시자는 인간이 아닌 힌두교의 최고신 '쉬바'이다.) 요가는 단일 관절이나 개별 근육에 집중하지 않고 전신 움직임을 이용하는 전인적 방식을 사용한다.  전신을 이용한 움직임은 신경계를 활성화시켜 몸에 대한 인지능력을 높여준다. 인지능력의 향상은 신체와 정신을 통합하여 심리적인 치유에도 도움을 주게 된다.


다양한 전신 움직임을 보여주는 요가 시퀀스


근력운동은 체력 강화와 근력을 강조하는 수련법이다. 그리스의 고대 올림픽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에게 근력은 과거부터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사물을 범주화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은 수련법도 분리되어 있고 단일 관절과 개별 근육에 집중되어 있다. 분리된 수련법은 체계적인 계획할 수 있어 목표를 성취하는데 효과적이다. 근력운동이 물리치료에 적용되면서 교정운동이라는 치료적 운동법을 만들게 되었다. 근력운동 경험자들은 가어삼(가슴, 어깨, 삼두근), 등이(등, 이두근)라는 분할 운동법을 계획하는데 이러한 운동법에서 분석을 중시하는 그들의 문화를 유추할 수 있다.


부위별 근력강화를 강조하는 근력운동



"지식 X 지혜"


분리된 무언가를 알기 위해선 합쳐서 봐야 하는 전인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어둠 속에서 큰 코끼리의 몸 일부분만 만져본다면 다른 동물이나 사물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반대로 겉으로 드러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분석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질병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표현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실제로 검진을 받아보면 원인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서양의학이 중국에 들어온 이후 동양의학은 많은 수모를 겪었다. 과학으로 무장한 서양의학이 동양인들에게 많은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수술과 약물치료는 가히 놀라울 따름이었다. 모호한 동양의학은 환자들에게서 멀어져 갔다. 서양의학의 치료법도 많은 부작용을 만들었다. 치료를 위한 약물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의 서양의사들도 수술이나 치료할 때 통증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침술을 사용한다. 서양의사들도 동양의학의 효과는 알았기 때문이다. 진보적인 의사들은 동서양의 의학을 통합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환자를 위해서 다양한 접근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에서 이다.



고대 그리스의 의사 갈레노스는 검투사들의 건강상태를 진단하는데 진맥을 사용하였다. 중국 후한 말 의사 화타는 논란이 있지만 장수들의 상처를 치료하는데 마취와 외과수술을 한 기록이 있다. 환자를 위해 영역을 가리지 않았던 갈레노스와 화타는 현시대까지도 최고의 명의로 평가되는 사람들이다. 동서양의 우월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한 행동이다. 두 지역은 각자의 지식과 지혜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다. 치유는 양극의 대립보다 다양한 관점을 적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보다 환자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게 가장 최우선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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