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etter me is coming.
2020년 새해 직전, 얼굴책 SNS에서 이런 그림을 봤다.
재밌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음악기호로 함축적 의미를 담을 수 있다니 뭔가 아는 사람만 아는 특별함도 느껴졌다.
위와 같은 경우를 음악 용어로 이명동음(異名同音), 우리말로는 '딴이름한소리'라 한다. 피아노 건반에서 같은 음이 짚어지게 되는데, 이름을 달리하니 선율이나 화성 속에서 역할이 다른 셈이다.
건반에서 같은 음을 짚는 것은 12 평균율에 기인한다. 그 이전에는 음향학적으로 순수한 협화음을 바탕으로 찾아낸 음들로 이루어진 순정률(just intonation)과 이를 보완하는 중전음률(meantone) 조율 체제를 따랐다. 이와 달리 평균율은 한 옥타브의 반음들의 간격을 평균 내어 일정하게 만든 것으로 피아노와 같이 음높이가 고정된 악기에 훨씬 유용했고, 덕분에 조바꿈이 쉽게 가능해졌다. 평균 내고 정해놓으면, 뭔가 조금은 편해지는 구석이 하나쯤은 있다.
위의 그림에서는 '그래 봤자 결국 속은 똑같지만, 새롭게 나를 바꿔보자'라는 유머 코드를 담고 있다. 두 음이 평균율 속에서 소리 난다는 설명이 어디에도 없지만 보는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였고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만약, 그림의 두 음이 평균율 속에서 소리 나고 있지 않다면 조율법에 따라서는 분명 서로 다른 소리일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실제 삶은 균등하게 나눠진 평균율과 같지 않다. 현실에는 그저 평균 내고 기준과 틀을 제시하는 억지와 어색함이 있다. 사람들은 각기 자신만의 인생의 흐름을 가지고 있고, 그 인생은 다른 어느 누구와의 삶과도 같을 수가 없다. 내가 누구와 어디에서 조화로워질 수 있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행복할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더더욱 스스로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성공과 실패의 과정 자체가 인생일 것이다.
가끔은 정해져 있는 길로 가지 않을 때, 혹여 내가 잘못된 인생을 살고 있나 고민이 될 때가 있다. 순정률이든 평균율이든 아니면 나만의 조율 시스템이든 그 속에서 이명동음이라도 좋으니 올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어떨까. 분명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다.
HAPPY NEW YEAR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