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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나무 Apr 10. 2024

봄은 진달래로 온다

천주산 진달래 군락지에는 본홍빛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원수 <고향의 봄>-


이원수 님의 노랫말처럼 나의 어린 시절 봄은 진달래의 다른 이름입니다.




다행히 아직 남은 벚꽃이 간간히 바람에 날리는 임도를 따라,

발아래 들풀과 들꽃과 눈인사 나누며,

고개 들어 어느새 쏙쏙 자란 나뭇가지 새순들에 감탄하며,

걷고 또 걸어도 마음이 가볍고 기분 좋은 산행입니다.


내 마음에 꼭 드는, 씩씩하고 늠름한 잣나무 군락지를 지나,

가파른 산언덕을 헥헥거리며 오르고 또 오르니,

잣나무 둥치 사이로 분홍빛이 꿈결처럼 펼쳐집니다.


 '짠' 하고 나타나서는,

잣나무 군락지와 비탈지고 숨찬 산길과 대조되어서 더욱,

천국 같은 분홍빛 평온에 숨참도, 다리 아픔도, 싹 눈 녹듯 사라집니다.


분홍빛은 사랑의 색입니다. 행복의 색입니다.

희망하고 싶어지는 색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설렘의 색입니다.


진달래는 그리움입니다. 분홍빛 아련한 고향입니다.

엄마의 진달래 꽃술입니다. 달큼 쌉싸름한 진분홍 꽃술 먹고 꼴딱 잠들어버린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입니다.


진달래 꽃 한 잎 따서 몰래 입속에 넣어 봅니다. 지금은 옛날 같지 않아서 산 위에 핀 꽃들도 먹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몇 송이 따서 흐르는 수돗물에 깨끗이 씻어서 꽃전을 붙여 먹고 싶다는 생각도 합니다. 연두, 초록의 푸르름이 온통인 산에 분홍 분홍 진달래가 많은 사람들은 불러 모았습니다. 계절이 순환하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벌써 내년 이맘때를 상상하며 기약합니다.


천주산 진달래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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