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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1)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23)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23.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1)


한국 포함 전 세계의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홍콩에도 아름답거나 꽤 인상적인 공간들이 여러 곳 있었다. 그리고 홍콩에 거주했던 기간 그런 곳들을 우연히 접하기도 하면서 홍콩만의 독특한 멋과 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2008년 말부터 2014년 여름 6월까지 홍콩에 거주하면서 경험했던 홍콩의 그러한 인상적인 공간들을 그 당시에 찍은 사진과 함께 글로 올린다.



■ 거대한 괴물과 위로 휘날리는 수많은 깃발....

서울에도 과거 한때 대중교통수단으로 전차가 운행되었다. 하지만 지하철이 도입되면서 60년대 말에 사라졌다 한다. 그런데 홍콩에는 지하철이 생겨도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던 Tram이라는 전차들이 여전히 지상 교통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홍콩에 막 도착해서 홍콩 시내의 지리도 익힐 겸 이 Tram을 타고 종점에서 종점까지 이동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Tram 안에서 나름 꽤 독특한 장면들을 목격하기도 했는데 아래 사진도 그런 장면 중 하나의 모습이다. Quarry Bay라는 지역에 있는 아파트 모습인데, 높이는 대략 20층 정도로써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파트 건물의 폭이 최소 100 미터 이상은 될 정도로 꽤 넓어서 아파트가 엄청 거대하게 보였다. 게다가 아파트 외부는 온통 다양한 색의 깃발들로 뒤덮여 있는 그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Tram이 건물에 좀 더 가까이 접근했을 때 다시 보니 거대한 아파트 벽에 매달려 휘날리고 있던 것들은 실제로는 깃발이 아니라 아파트 창문 밖으로 내어놓은 막대기에 널려 있던 빨래들이었다.


사진) Quarry Bay 지역 거대한 아파트 모습과 그 아파트 창밖에 널린 빨래 모습 (2008. 12월)


과거에는 서울에 아파트가 많지 않아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기억에도 아파트 창문 밖으로 막대기를 내어놓고 거기에 빨래를 널어서 말리던 모습을 서울에서 봤던 기억은 좀처럼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금융 도시며 관광명소라는 홍콩에서는 의외로 그런 모습을 2008년에도 시내 도심 한복판에서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장면을 본 시점은 아직 홍콩에 정식 부임하기도 전 잠시 출장 갔을 때였다. 그때 Tram을 타고 가다 우연히 이 장면을 봤던 것인데, 도로에 인접해 있는 건물 전면이 약간 휘어져 있는 거대하고 기괴한 모습의 아파트와 또한 그러한 아파트를 온통 뒤덮은 채 휘날리고 있는 너무 많은 빨래를 보니 마치 공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면을 현실 세계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또 그러한 장면은 다른 도시들에서는 좀처럼 보기가 쉽지 않은 홍콩만의 독특한 장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또 있었다. 마침 그는 영화감독이었는데, 내가 저 사진을 찍은 후에 6년 뒤 2014년에 개봉한 공상 영화 Transformers 시리즈 4편에서 이 기괴한 건물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었던 것이다.


사진 속 저 건물의 이름은 'Fok Cheong Building'이었다. 이 건물은 1960년대에 건축되었고 또 서로 연결되어 있는 5동의 거대한 건물 중 하나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기괴한 건물의 모습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5동의 건물 모두가 'Monster'라는 하나의 별명으로 불렸었고 결국에는 미국 공상 영화에까지 그 모습이 등장하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이었다.


(Monster Building 소개 자료)

1. https://m.blog.naver.com/everlsk/221905291851

2. https://thetowerinfo.com/monster-building-hong-kong/


(영화에 등장하는 Monster 빌딩 모습, 02:50)

https://www.youtube.com/watch?v=oOyR7VjThvE


내가 홍콩을 떠난 이후에 이 아파트가 철거되었거나 아니면 혹 모습이 다소 변하지 않았나 싶어서 거리뷰를 찾아봤는데 2016년 12월 기준으로도 아래의 링크에서 보는 것처럼 이 아파트와 창밖에 걸린 빨래는 전혀 변한 것이 없이 그대로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위 아파트 2016년 12월 기준 거리뷰)

https://goo.gl/maps/fQvBuao7mZTNdVwF8


위 아파트보다는 비교적 최근에 건축된 것으로 보이는 아래 아파트 상황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아파트의 모든 가구에도 창 밖으로 내어놓은 막대기가 있었고, 그 위로는 군데군데 빨래들이 널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진) 창문 막대기에 빨래를 걸어 놓은 또 다른 아파트 모습 (2010. 5월)


다른 곳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래 여러 장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위 두 건물 외에도 홍콩 곳곳의 아파트에는 이처럼 막대기를 외부로 내어놓고 그곳에서 빨래를 말리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아마도 아파트 면적이 대부분 매우 좁은 데다가, 기후까지도 워낙 습하니 베란다도 없는 경우가 많은 실정에서 이렇게 빨래를 건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홍콩의 오래된 현실이었던 것 같다.


사진) 홍콩 곳곳의 아파트 창밖에 걸린 빨래 모습


중국 본토 도시에서도 과거에는 이런 모습이 매우 흔했지만 요즘은 점차 보기 어려워진다 하는데, 홍콩에서도 언젠가는 더 이상 이런 독특하고 인상적인 장면은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미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나 고급 아파트에서는 이런 모습을 전혀 볼 수가 없었는데, 아마도 아파트 자체적으로 미관상의 이유를 들어 창밖으로 빨래를 널어 말리는 것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 같다.


(홍콩 아파트 창밖 빨래 관련 블로그)

1.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bbobboryul&logNo=220167304016&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kr%2F

2. https://m.blog.naver.com/everlsk/221986764653



■ 화려한 국제 도시 속의 좁고 허름한 골목들


언젠가 서울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서울에는 아무리 비좁은 골목길도 막다른 골목은 거의 없는 것이 특이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중국 몇 개 도시에 거주했었지만 서울과 그런 차이가 있다는 것은 전혀 느끼지 못해서 그런 그의 말이 꽤 생소했는데 중국의 도시 중에는 아마 막다른 골목길이 많은 도시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홍콩에도 골목이 많다. 특히 홍콩섬 지역은 가장 먼저 영국 영토가 된 곳으로 그 역사가 나름 오래된 지역이라 그런지, 오래된 지역에는 수많은 골목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한편 홍콩의 골목들도 대부분 서울에서처럼 길과 길로 연결되어 있었고 전술한 중국의 도시와는 다르게 막다른 골목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사진) 2009~2014년간 걸어 다니며 찍었던 홍콩 골목길 모습들. 막다른 골목은 보이지 않는다.


골목이라는 단어는 마을을 의미하는 '고을'과 사람의 목을 의미하는 '목'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라 한다. 즉 "마을있는 목처럼 가느다란 길"이란 말에서 유래된 단어인 것이다.


('골목'이란 단어의 어원)

https://www.asiae.co.kr/article/2014073016032585101


요즘 서울의 모습은 마치 도시 전체가 아파트로 도배가 된 것처럼 아파트 천지지만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이전인 70~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의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았고 좁고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작고 아담한 주택들이 줄지어 서로 마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진) 서울 돈암동의 오래된 골목길. 2014년 6월 귀국하고 나서 얼마 안돼 찾아가서 찍은 사진인데, 이후 재개발되어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내가 태어난 고향집이 바로 이 골목 근처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 시절에는 집 문을 열고 골목 안으로 조금만 걸어 나와도 몇 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옆집, 앞집, 아랫집 등 주변의 동네 사람들을 수시로 마주칠 수 있었다. 결국 그 좁은 골목은 이웃들과 만나고 이웃들과 일상의 삶을 나누는 그런 정겹고 친근한 공간이었던 셈이다.


그런 과거의 오래된 서울 주택가 골목만을 집중적으로 찍어 사진으로 남긴 사진작가분도 계신다. 2005년에 작고하신 분이지만, 그분이 남긴 사진집을 보면 70~90년대 서울의 골목과 골목 주변 주택이 어떤 모습이었으며 그곳에서 당시 살았던 서울 서민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너무도 선명하게 보고 또 느낄 수 있다.


(김기찬 사진집, 골목 안 풍경)

1. https://m.blog.naver.com/j86244/221769945730

2.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0/0003332189?sid=103


그런데 홍콩의 골목은 서울의 그러한 과거의 골목 모습과는느낌이 좀 달랐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고 또 요즘도 역시 여전히 동대문이나 을지로처럼 재개발되지 않은 곳에서는 간혹 마주칠 수 있는 그러한 낮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이 아니었고, 꽤 높은 건물들 사이의 골목길이 대부분이었다. 즉, 주택과 주택이 이어진 골목길이라기보다는 그저 빌딩들 사이 좁은 길이었던 셈이다. 아마 홍콩의 아파트 역사, 또한 고층 건물의 역사가 서울보다 훨씬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좁고 허름한 골목만이 제공해 줄 수 있는 어떤 푸근한 느낌만은 홍콩의 골목에서도 역시 다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느낌이 좋아서 홍콩의 거리를 걷다 인상적인 골목들과 마주치게 되면 그런 장면을 사진으로 남겨 놓고는 했었는데, 그 사진들이 바로 위에 있는 사진들이다.


이런 골목 사진들을 보면 화려하고 번화한 홍콩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좀 더 친근하고 푸근한 다른 홍콩의 모습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홍콩 거주 5년 반 동안 수도 없이 마주쳤던 너무나도 화려한 홍콩의 쇼핑몰이나 건물들은 전혀 그립지 않다. 하지만 그 시절 마주쳤던 홍콩의 골목들은 왠지 언젠가는 돌아가서 꼭 다시 만나보고 싶을 만큼 그립다. 언어로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애틋하고 깊은 향수와 매력들이 느껴지곤 했던 그러한 기억들 때문이다.



Wet Market, 젖은 시장....


중국이나 동남아에도 있지만 홍콩에도 영어로 번역할 때는 'Wet Market'이라고 번역되는 전통 시장이 있다. 도대체 왜 하필이면 '젖은 시장'이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그 시장이 불리게 되었는지 초기에는 꽤나 궁금했었다. 그런데 현장에 가 보니 그렇게 번역된 이유가 곧바로 이해가 됐다.


이곳에서 팔리는 상품들은 육고기나 해산물, 채소, 과일과 같은 것들로 대부분 무더운 아열대 지방 홍콩에서는 빠르게 상하기 쉬운 것들이다. 따라서 상인들은 진열된 그 상품들 위에 수시로 얼음을 올려놓게 되는데 이 얼음이 녹아 시장 바닥이 항상 흥건하게 젖어 있기 때문에 '젖은 시장'이라고 불리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전통 시장이지만 섬유, 건어물, 식기 등과 같이 상하지 않는 제품을 판매하는 Dry Market 바닥은 물기가 전혀 없던 것과는 비교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사실 이 단어는 영어이긴 하지만 미국 또는 영국과 같이 원래 영어를 사용하던 지역에서 탄생된 단어는 아니고 영어가 공용어 중의 하나로 사용되는 싱가포르에서 70년대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홍콩 및 동남아 지역에도 이 단어가 전파되고 정착되어 마침내 2016년에 옥스퍼드 사전에도 공식적인 영어 단어로 등재되게 되었다 한다.


(Wet Market 소개 블로그)

http://blog.sundaysgrocery.com/2017/06/look-hong-kongs-wet-markets/


한편 홍콩의 이 '젖은 시장'이 홍콩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초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국제 도시인 홍콩에는 전 세계의 유명한 식품들이 거의 모두가 전시되고 판매되는 최신식의 멋진 서구식 마트들도 다수가 있었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을 갖고 오래전 방식대로 해산물이나 육고기와 같은 식품들을 판매하는 전통 시장들 또한 곳곳에 존재해서 마치 시간을 거스르는 듯한 묘한 대비를 만들어 내곤 했기 때문이었다.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최신식 대형 쇼핑몰 중 하나인 Time Square 바로 10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이러한 Wet Market이 있었다. Bowrington Road Market이라 불리는 이 시장은 서울의 남대문 시장이나 광장시장 보다도 훨씬 더 전통적으로 보였던 시장인데, Time Square 안에 있다가 바로 옆 이 시장으로 이동해 오면 두 공간이 너무도 달라 마치 다른 시대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그런 느낌까지 들기도 했다. 그만큼 오래전 과거와 최신식 현재가 동시에 공존하는 곳이 홍콩이었던 것이다.


아래 동영상에도 볼 수 있겠지만 어수선한 이 전통 시장을 통과하려면 사람들로 비좁아진 거리를 한참 뚫고 나가야만 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곳에서 판매되는 해산물이나 육고기 등의 비린 냄새도 어쩔 수 없이 흡입할 수밖에 없어 때로는 비위가 상하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영상) Bowrington Road Market 중심을 걸어가는 모습, 00:49 (2012. 1월)


집 근처의 Wan Chai 시장이나 이 Bowrington 시장 같은 시내 도심에 있는 Wet Market들을 지나치게 될 때는 '아, 여기가 진짜 홍콩이구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했다. 서울에 멋지고 화려한 공간이 매우 많아도 서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는 그보다는 남대문 시장이나 광장 시장 같은 지역이 오히려 더 신선하고 인상적인 장소로 기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는 외국인이었던 내게 홍콩의 허름한 전통 시장도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고 기억됐던 것 같다.


한편 SARS나 COVID-19와 같은 감염성 질병이 전 세계로 퍼진 이후에는 이런 Wet Market이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취급하고 판매해서 그러한 질병들을 야기시킨 원흉으로 낙인찍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중국이나 동남아 등 일부 Wet Market에서 그처럼 야생 동물을 취급하는 사례가 실제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분명히 제한된 일부 시장에만 국한되는 얘기였고 모든 Wet Market에서 야생 동물들이 취급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홍콩에 거주하는 기간 홍콩의 Wet Market에서 살아있는 야생 동물을 취급하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서울의 오래된 전통 시장과 뭔가 비슷한 것 같은 분위기도 일부 있기는 했지만, 홍콩 Wet Market은 그와는 또 뭔가 분명히 다른 중국 남부 아열대 지방 도시 홍콩만의 독특한 색을 하게 품고 있는 그런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 거대한 아파트 숲으로 이루어진 도시


2019년 기준으로 서울에 있는 주택의 약 62%는 아파트라 한다. 언제부턴가 서울도 아파트가 가득한 도시가 되어버린 셈이다.


그런데 땅이 좁아서 그런지 홍콩인들이 아파트에 거주해온 역사는 서울보다 훨씬 오래되었고 따라서 그만큼 홍콩에는 아파트가 많고 또 홍콩인들의 생활과도 밀접하다. 홍콩에서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수많은 아파트를 마주치게 되는 것을 피할 수가 없는데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러한 아파트들을 보다 보면 때로는 마치 거대한 제단이나 웅장한 조각 작품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서울과는 달리 아파트의 층수 제한이 까다롭지 않아서인지 홍콩에는 정말 상층부는 구름에 가려 안 보일 정도로 높은 초고층 아파트들이 매우 많았다. 그리고 이러한 아파트들을 보다 보면 때로는 수천 년 전 역사 속에 등장하는 바벨탑과 같은 건축물을 현실 세계에서 다시 목격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던 것이다.


사진) 구룡역 인근 아파트 모습. 70층이 훌쩍 넘는 초고층 건물인데, 해 질 녘 걸어서 가다 보면 마치 하늘로 치솟은 거대한 바벨탑을 보는 것 같기도 했었다. (2009. 11월)


사진) 아파트가 워낙 높아서 상층부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모습. (2010. 4월)


사진) 바다에서 솟아난 것 같은 아파트 모습 (2014. 1월)


사진) 초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홍콩의 아파트 숲.


물론 홍콩의 아파트 중에는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아파트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아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말 바로 허물어질 것 같이 보이는 너무도 낡고 오래된 아파트들도 많이 있었다.


사진) 홍콩의 낡고 오래된 아파트들 모습. 이러한 곳에는 한 아파트를 방마다 나누어 여러 가구들이 함께 거주하는 소위 '새장 주택'으로 불리는 아파트도 있었다.


이런 허름한 아파트들을 마주칠 때는 세련되고 비싼 초고층 아파트에서 느끼던 것과는 또 완전히 다른 홍콩 서민들이나 빈곤층의 애틋한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결국 부자들의 아파트나 혹은 가난한 사람들의 아파트나 그 빈부차에 관계없이 홍콩이라는 거대한 아파트 숲 안에 있는 모든 아파트들은 나름 자신만의 독특하고 인상적인 사연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1993년에 이미 철거되어 내가 홍콩에 거주하던 기간에는 볼 수 없었지만, 홍콩에는 과거 '구룡채성(九龍寨城)'이라 불리는 정말 낡은 아파트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빈민가도 있었다. 그런데 당시의 구룡채성 아파트들 모습을 기록에서 찾아보면 너무도 특이해 정말 서양의 섬나라 영국과 동양의 대륙 국가 중국이 묘하게 결합된 홍콩에서만 그러한 모습의 아파트들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이 구룡채성은 엄연히 홍콩에 있는 지역이었지만 홍콩과 중국 간의 묘한 관계로 홍콩 전체가 영국령으로 넘어갈 때 유독 이곳만은 중국령으로 남아 있던 곳이라 한다. 그런데 이 지역이 홍콩의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중국에서는 실질적으로 접근하기가 꽤 어려웠고 결과적으로 이 지역은 중국 및 영국 어느 국가의 주권도 제대로 미치지 않는 치외 법권 지역처럼 되어버렸다.


(구룡채성 역사)

https://namu.wiki/w/%EA%B5%AC%EB%A3%A1%EC%84%B1%EC%B1%84


그리고 그렇게 어느 국가의 주권도 실질적으로 미치지 않는 무주공산 같은 지역이 되어 버리니 삼합회와 같은 조폭들이 버젓이 활동하던 무법천지가 되었다 한다. 결국 구룡채성은 영국과 중국 사이에서 왜곡되고 뒤틀어져 버린 홍콩 역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철거되기 전 구룡채성 모습)

1. http://blog.daum.net/finevalue/6981181

2.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2740761




다음 편 "24.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2)"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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