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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2)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24)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24.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2)


전편 "23.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1)"에서 이어짐




■ 어린 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공간들


1) 홍콩 Sha Tin에서 다시 만난 Snoopy


이제는 온통 아파트가 가득한 동네로 바뀌어 버렸지만 과거 대전 탄방동에는 공군 교육 부대가 있었다. 대학 졸업 후에 공군 학사장교로 군대 생활을 했던 나는 이곳에 있던 교육 부대에서 6개월간의 훈련을 받았는데, 그때 너무도 답답한 군부대 안에서 부대 밖의 자유로운 과거 생활을 그리워하며 보던 만화가 있었다. 바로 '스누피(Snoopy)'란 만화였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훈련이 없는 일요일만 되면 어렵게 구한 달달한 '다이제스티브'란 과자를 먹으면서 이 만화를 보던 것이 군부대의 담 안에 갇힌 피교육자 신분이었던 당시 나 자신을 위로하던 유일한 낙이었다. 한마디로 스누피와 과자 이 두 가지가 그 6개월간의 감금된 인생에서 접근할 수 있던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셈이다.


원래 이 만화 이름은 '피너츠(Peanuts)'였다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당시 스누피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이 만화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 중 하나인 스누피라는 강아지가 워낙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만화는 Charles M. Schulz라는 미국인 작가의 작품인데, 1950년 10월 처음 신문에 연재되기 시작한 이후 2000년 2월 그가 사망하던 때까지 무려 50년간이나 연재되었다 한다.


(스누피 소개 자료)

1. https://brunch.co.kr/@hawaiikaikitten/29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quiltwannabe&logNo=220464493472&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kr%2F


사실 이 만화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도 이미 유명했었다. 그래서 당시 부잣집 친구들은 평범하고 납작한 일반 도시락 통이 아니라 이 스누피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비싼 도시락 통을 들고 다니기도 했었다. 이처럼 스누피는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함께해 왔던 아련한 추억 속 만화였던 셈인데, 그래서 그런지 부대 안에 갇혀 있던 지겹고 답답한 6개월간의 훈련기간에도 이 만화를 보면 잠시나마 그리운 과거 어린 시절의 추억을 회상하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군대를 제대하고 회사에 입사하면서 스누피처럼 동화 같은 만화는 이제는 완전히 잊고 살벌한 직장 생활에 매일매일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홍콩 법인 부임 후 어느 날인가 우연히 스누피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모두 전시된 그런 공간이 홍콩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홍콩 Shatin 지역의 New Town Plaza라는 쇼핑몰에 있는 'Snoopy World'라는 곳이 바로 그 공간이었다. Snoopy World는 이 쇼핑몰 옥상 야외 공간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우연히 방문하게 된 곳이었지만 이곳에 가 보니 어린 시절 그리고 군대에서 훈련받던 시절의 희미한 기억 속에만 남아 있그립고 반가운 만화 속 캐릭터들을 오랜만에 모두 다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홍콩의 Snoopy World 소개 블로그)

1. https://sayhk.tistory.com/561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coolwindy9&logNo=220351175540&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kr%2F


그런데 한편 생각해 보면 정말로 오랜만에 스누피 모형들을 다시 만난 곳이 한국도 아니고 또 그 만화가 탄생한 미국도 아니며 이제 엄연히 중국 영토가 돼버린 홍콩이었다는 것이 사실 좀 의외였다. 게다가 Snoopy World라는 이름에서도 느껴지듯이 오로지 스누피 캐릭터들로만 가득 채워진 전용 공간까지 홍콩에는 조성되어 있어 원작가가 사망한 지 수십 년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많은 홍콩 어린이들이 스누피라는 오래전 만화에 대한 기억을 그곳에서 새롭게 만들어 수 있었던 것 또한 꽤 의외였다.


결국 한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홍콩에서도 과거 스누피의 인기가 대단했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인데, 미국뿐만 아니라 홍콩과 한국 간에도 문화나 풍습에서 적지 않은 차이점들이 있았을 것임에도 어느 미국인이 창작한 만화가 미국에서만 아니라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넘어서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한국과 홍콩에서도 역시 그토록 많은 인기를 누렸던 것을 보면 만화와 같은 예술과 창작의 힘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고로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다 우연히 알게 됐는데 단순히 고유 명사로만 알았던 Snoopy라는 영어 단어는 1)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는, 2) 이것저것 캐묻는, 3) 참견하기 좋아하는, 등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바로 만화 속에서 묘사된 Snoopy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지는 그러한 단어인 셈이다.


(Snoopy란 단어의 뜻)

https://en.dict.naver.com/#/entry/enko/47f2fc87369547788104f7e5c4138aa8

(작가가 사망하기 직전 그린 마지막 스누피 만화)

https://en.m.wikipedia.org/wiki/Peanuts#/media/File%3ALast_peanuts_comic.png


2) 어린이들의 꿈과 미소가 가득한 Disneyland


홍콩에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다른 공간이 또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Disneyland다. Disneyland는 전 세계에 6개가 있으며 그중 3개가 아시아에 있는데 상하이, 도쿄 그리고 홍콩에 있다고 한다.


홍콩에 근무하면서 지인들이 오게 되면 그들과 함께 주말에 홍콩 Disneyland를 방문하기도 했었는데, Disneyland로 가는 전용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Sunny Bay 역에서 내리면 우리들처럼 Disneyland로 가려는 인파들로 역 플랫폼은 이미 가득 차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Sunny Bay 역에서 Disneyland 역까지는 딱 1 정거장이었는데 간혹 데이트를 하기 위해 Disneyland를 찾는 젊은 연인들도 어쩌다 전철 안에서 볼 수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전철 안 승객 대부분은 어린이들과 그들의 부모였다.


한편 홍콩 인구는 약 750만 명인데 반해 당시 매년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은 그 수가 수천만 명에 달했다. 그런데 Disneyland 입장객의 약 50%가 중국인이었다는 통계가 말해주듯이 그렇게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에 하나가 바로 Disneyland였다. 따라서 만일 중국인 관광객들이 없었다면 Disneyland는 수입이 반으로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그렇지 않아도 종종 적자가 발생했던 Disneyland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홍콩 디즈니랜드 적자)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mp/2016021634178


사진) Sunny Bay 역과 이곳에서 갈아타는 Disneyland행 전용 전철. 전용 전철답게 전철 창문 디자인도 미키마우스 모습이다. (2009. 6월)


사진) 녹음이 우거진 홍콩 Disneyland 역 (2010. 11월)


사진에 보이는 Disneyland 역에서 내려서 약 10여분을 걸어가면 Disneyland 정문에 도착하는데, 도착하기 전 이 역에만 내려서도 이미 "아, Disneyland에 왔구나...." 하는 느낌을 바로 가질 수 있었다. 어릴 때 TV에서 Disney 만화 보면 언제나 첫 부분에 나오던 'When you wish upon a star'라는 음악이 옥외 스피커를 통해 전철역에서부터 계속 방송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When you wish upon a star, 03:24)

https://youtu.be/HKh6XxYbbIc


식당에서 식사를 못하게 할 정도로 성가시게 하는 아이에게 핸드폰을 통해 뽀로로 같은 만화를 보여주면 아이가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너무 조용히 그 만화에만 몰입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사실 내가 어린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도 TV에서 상영되는 Disney 같은 만화 영화를 볼 때는 우리 역시 그 만화 속으로 마치 빨려 들어간 것처럼 흠뻑 몰두해서 보곤 했던 것 같은 희미한 기억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게 Disney 만화를 몰두해서 볼 때에 반복적으로 들었던 추억과 향수 속 노래가 바로 이 'When you wish upon a star'라는 노래였는데, 어린 시절 듣던 이 노래를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 중년의 어른이 되어 실제 Disneyland를 직접 방문해서 다시 듣게 되니 그 기분이 꽤 묘했던 기억이 있다.


사진) 홍콩 Disneyland에 있던 창업자 사진 (2013. 3월)


디즈니랜드 창업자는 위 사진에 보이는 Walt Disney라는 사람인데, 그는 1901년에 태어나서 1966년에 사망했으니 그리 오랜 시간을 이 땅에서 살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 땅을 떠나기자신이 오랜 시간 꿈꾸어 왔던 어린이들의 꿈속 세상들을 현실의 세상으로 구체화시켰고, 그렇게 해서 탄생한 Disneyland는 그의 고국 미국에서 뿐 아니라 바다 건너 지구 반대편에 있는 홍콩 포함 전 세계로 전파되어 이 세상의 많은 아이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많은 꿈과 미소를 선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그가 남긴 이런 업적이 웬만한 유명 정치인들이 자부하는 대단한 업적들보다 실질적으로는 훨씬 더 크고 또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진) Disneyland 입구 및 내부의 열차 (2010. 11월)


Disneyland에 입장하기 위해 정문을 통과할 때는 입장권 검사와 함께 반드시 가방 검사도 받아야 했다. 처음에는 이 검사가 안전을 위한 검사로 알았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검사는 안전과는 전혀 무관했고, 오로지 음식물을 반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외부에서 음식 사 오지 말고, Disneyland 안에 있는 식당에서 비싼 음식 값 내고 사 먹으라는 의미였던 것이다.


(홍콩 디즈니랜드 이용 시 유의 사항)

https://minjepapa.tistory.com/525


아래 사진은 Disneylad 내부 사진인데, 2013년 당시 알고 지내던 중국 여인과 함께 방문했을 때 모습이다. 이 사진에 보이는 장소 외에도 내부 곳곳에는 여기저기 아기자기하고 멋진 장소와 재미있는 놀이 기구도 많이 있었는데, 그러한 모습을 찍었던 나머지 사진들은 모두 분실해 글과 함께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래 링크한 블로그 내용을 보면 홍콩 Disneyland 이곳저곳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꿈이 가득한 Disneyland 내부 여기저기를 걷다 보면 이미 적지 않은 나이의 어른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마치 어린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처럼 다소 흥분되기도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주변을 잘 살펴보면 그런 사람은 결코 나뿐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린이들을 데려온 부모들도 역시 때로는 어린이들보다 자신들이 더욱 즐거워하는 그런 모습을 너무 자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 많은 어른들이 세월과 함께 육체는 어쩔 수 없이 늙어가더라도 마음만은 유년기나 한창때 사춘기로 언제든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았다.


사진) 홍콩 Disneyland 내부 모습 (2013. 7월)


(Disneyland 방문 후기)

1. https://livemyself.tistory.com/475

2. https://i-blueway.tistory.com/686

3. https://brunch.co.kr/@nonayo/57


한편, 홍콩 Disneyland에는 호텔 역시 있었는데 이 호텔의 회의실에서 법인 간부들이 모두 참석하는 회의를 실시한 적도 있었다. 법인에서는 좀 먼 곳에 있는 회의실이었지만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회의에 집중하기가 좋았고 또한 호텔 주변의 경관들이 매우 아름다워서 직원들이 이 호텔을 회의 장소로 선택했던 것 같다.


(Disneyland 호텔 소개 블로그)

https://m.blog.naver.com/ikaroc/221601424188


아래 사진이 당시 회의에 참석하면서 찍었던 회의실 주변의 모습인데, 낮에는 호텔 투숙객은 모두 Disneyland에 가서 호텔 안은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텅 비어 있었고 따라서 너무도 조용한 분위기에서 회의가 진행됐던 기억이 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지만 회의실 주변 경관이 꽤 이국적이라, 마치 신입사원 시절에 출장 다녔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중남미 카리브해의 어느 섬에 다시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진) Disneyland 호텔의 회의실 주변 모습 (2009. 9월)


3) 홍콩에서 마주친 아톰과 땡땡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내가 어린 시절 한국에서 꽤 유명했던 만화가 있었는데 바로 아톰이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였다. TV에서 방영되던 이 만화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일본 만화였는데, 당시 한국말로 더빙되어 방송되어서 그런지 어린 시절의 나는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


(우주 소년 아톰)

1. https://blog.naver.com/culturecre/221173900909

2. https://www.youtube.com/watch?v=JvdJrcFq1aU&feature=youtu.be (01:43)

3. https://www.youtube.com/watch?v=G97qJ0ACbpI (01:25)


어린 시절 꽤 오랜 기간 이 만화 영화를 보면서 성장했던 것 같은데, 그 시절 밖에서 친구들과 놀다가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 저녁에 집에 들어오면 저녁 먹기 전에 TV 앞에 앉아서 열심히 이 만화를 보곤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어른이 돼가면서 스누피와 디즈니를 잊었듯이 아톰 역시 깨끗이 잊고 있었는데, 홍콩 법인에 부임한 이후 내가 거주했던 아파트 단지 쇼핑몰에서 정말 오랜만에 아톰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는 포스터를 우연히 보게 되었던 일이 있었다.


아래 포스터가 당시에 마주쳤던 포스터인데 정작 주인공인 아톰의 모습은 없었지만, 다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있었고 아톰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그 모습들이 아톰의 만화에 함께 등장했던 캐릭터들이었다는 것을 바로 알 수가 있었다.


어찌 보면 거리의 흔한 포스터 중 하나였지만 까맣게 잊힌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만 남아있었던 아톰을 우연히 그것도 객지 홍콩에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 보게 되니 유년 시절 친구를 만난 듯 꽤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사진) 내가 거주했던 아파트 단지 쇼핑몰 내에 붙어 있던 포스터. 만화 아톰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었다. (2012. 4월)


아톰의 작가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라는 일본인인데 그는 1928년에 태어나서 88년 서울 올림픽이 치러진 다음 해인 1989년에 사망했다 한다. 한국에서 역시 꽤 유명했던 '밀림의 왕자 레오'도 그의 작품이라 하는데,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한국, 홍콩 등 해외에서도 여전히 기억되는 명작을 여러 편 남겼지만 60세에 사망했으니 그 역시도 이 땅에서 그리 오래 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아톰을 우연히 만난 것과 비슷한 경우가 또 있었다. 오래된 벨기에의 만화 중에는 '땡땡(Tintin)의 모험'이라는 만화가 있었는데 이 만화 역시 학창 시절 알게 된 이후 직장에서는 두 번 다시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이 만화의 주인공인 '땡땡'이 그려진 포스터 역시 내가 거주하던 아파트 단지 내 쇼핑몰에서 또 우연히 접하게 되는 기회가 있었다.


아래 포스터가 당시 봤던 포스터인데,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홍콩 어느 곳에선가 이 만화 전시회를 한다는 그런 내용의 포스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 아파트 단지 내 붙어 있던 땡땡 포스터 (2012. 1월)


(땡땡의 모험)

1. https://m.blog.naver.com/hwa2bu/30140530270

2. http://m.blog.yes24.com/health21c/post/8563030

3. https://www.youtube.com/watch?v=hd0wATcLffY (01:01)


그런데 땡땡의 만화가 2015년 5월 파리의 경매에서는 약 34억 원, 또 10월 중국 상하이의 경매에서는 약 14억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하니 땡땡이라는 이 만화가 정말로 유명한 세계적 작품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기도 다. 디즈니랜드, 스누피, 아톰 등에서도 경험했지만 만화 역시 예술의 중요 영역으로 인간의 삶에 주는 영향과 의미가 꽤 큰 것 같고 그래서 그렇게 고가에 그 작품이 거래되기도 하는 것 같다.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유명한 영화감독도 자신이 감독했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땡땡의 모험'을 보고 그를 모델로 만들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니 땡땡이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 큰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땡땡의 모험 희귀본 14억 원에 팔려)

http://m.segye.com/view/20151006004944


만화 '땡땡'의 작가는 Georges Prosper Remi라는 벨기에 사람인데, 통상 그의 필명 '에흐제(Hergé)'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07년에 출생해 1983년에 사망했다 하니 이 땅에서 산 시간은 그래도 60세에 사망한 아톰 작가보다는 약 15년 정도 더 길었던 셈이다.


일본에서 탄생한 '아톰' 또한 벨기에에서 탄생한 '땡땡'이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홍콩에서도 역시 꽤나 인기가 있었던 인데, 그렇게 인기 있는 작품을 남긴 작가들은 이제 모두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귀한 작품들 덕분에 홍콩에서 우연히 그 작품들을 다시 접하면서 내 어린 시절 깊은 기억 속에 잠겨 있던 추억을 너무나도 반갑게 다시 끄집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홍콩섬의 계단들


홍콩섬에는 계단이 꽤 많다. 홍콩섬 자체가 중앙이 산으로 되어 있는 섬으로 중앙 부분은 고지대이며 평지는 섬 주변 바닷가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바닷가 주변의 평지에서 고지대인 섬 중앙 방향으로 올라가려면 당연히 꽤 많은 계단들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러한 지형적 배경 때문에 홍콩섬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무수하게 많은 계단들이 생겨났는데 그런 계단 중에는 홍콩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1800년대 말 설치된 가스등이 아직 남아 있는 유명하고 멋진 계단도 있고, 또 계단의 총길이가 무려 800미터나 되어서 에스컬레이터까지 놓여 있는 관광 명소도 있었다.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가스등이 설치된 계단)

https://izwellll.tistory.com/62

(800미터에 달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계단)

http://blog.daum.net/sanha38/1207


한편 이처럼 유명한 계단 외에도, 홍콩에 거주하며 오가다 보면 비록 평범한 계단이었지만 나름 인상적인 계단들을 볼 수 있기도 했다. 아래 사진이 그런 계단들 모습인데 이러한 계단들은 경사가 족히 최소 45도 이상은 되어 보이는 매우 가파른 계단들이었다.


특히 두 번째 사진에 보이는 두 건물 사이의 좁은 계단 그 경사가 60도 이상이 될 정도로 매우 가팔라서 마치 군부대 유격장에 있는 시설처럼 느껴질 만큼 위험해 보이기까지도 했다. 이런 계단은 평상시에도 오르고 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혹 비라도 오는 날에는 미끄러질 위험이 너무나도 커서 전혀 이용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사진) 홍콩 뒷골목의 가파른 계단들 모습.


복고풍 감상을 자아내는 오래된 가스등이 남아있어 영화에 등장할 정도로 아름다운 계단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남국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아름다운 계단들도 마주칠 수 있었다. 이런 계단들을 보면 계단과 그 주변의 울창한 나무가 너무 잘 어울려 마치 영화 세트장을 만들듯이 애당초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들기도 했다.


사진) 울창한 녹음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홍콩의 계단들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 살았던 서울 돈암동에서 봤던 것 같은 낡고 정겨운 계단들도 홍콩의 비좁은 골목길을 헤매고 다니다 보면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계단과 마주치게 되면 시간과 공간을 훌쩍 거슬러 오래전에 돈암동에서 보냈던 그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또 그 시절에 마주쳤던 사람들을 이런 계단 골목 어느 한 구석에서 불쑥 다시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사진) 예전 서울의 계단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정겨운 모습의 홍콩 계단들.


쇼핑과 관광의 명소 홍콩에까지 와서 평범해 보이는 계단들 구경하는 데 시간을 소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홍콩에 너무 오래 거주하게 되다 보니 어쩌다 홍콩 계단에 대해서까지도 흥미를 갖게 된 것 같은데, 돈이 많은 홍콩의 부자들이야 당연히 저런 계단을 걸어 다닐 일이 없었겠지만 그들과 다른 일반 홍콩인들은 고단한 삶을 살아가면서 사진 속에 보이는 저러한 계단들을 일평생 수도 없이 오르내리곤 했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러한 계단들과 마주치게 되면 때로는 그러한 평범한 홍콩인들의 고단한 삶의 숨결들이 잔잔하지만 물씬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다음 편 "25.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3)"으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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