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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4)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26)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26.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4)


전편 "25.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3)"에서 이어짐




■ 햇살 가득한 홍콩의 대자연


홍콩에도 당연히 흐린 날도 있었고 비가 오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홍콩이 워낙 무더운 아열대 지방의 도시라 그런지 왠지 홍콩에 거주했던 5년 반 시절의 기억을 회상해 보면 마치 일 년 내내 뜨겁고 찬란한 햇살만이 가득했던 것 같은 그런 착각을 하기도 다.


당시 경험했던 홍콩의 햇살에 대한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어서 그러한 착각을 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온통 이글거리는 햇살로 가득했던 홍콩의 자연, 섬과 바다 그리고 산에 대한 그 시절 기억을 사진과 함께 글로 옮긴다.


1) 홍콩의 섬


홍콩에는 홍콩섬만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려 260여 개나 되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또 그중 가장 큰 섬으로 홍콩섬을 꼽는 경우도 많지만 사실은 국제공항이 위치해 있는 란타우(Lantau) 섬이 그 면적이 약 147㎢로 약 79㎢인 홍콩섬의 두배 가까이 되는 가장 큰 섬이다.


이처럼 수많은 홍콩의 섬 대부분은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그 면적이 너무 작아서 무인도로 남아 있게 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빵 축제로도 유명한 인구 약 2만의 청차우(Cheung Chau) 섬이나, 홍콩 영화배우 주윤발의 고향으로 알려진 인구 약 6천의 람마(Lamma) 섬처럼 주민들이 실제 살고 있는 섬도 일부 있었다.


이런 작은 섬에 가보면 그 느낌이 홍콩섬과는 정말 너무도 달랐다. 홍콩섬은 초고층 빌딩들이 가득하고 화려한 최첨단 국제 도시였지만, 이러한 작은 섬들은 단층이거나 2~3층의 낮고 허름한 건물들로만 온통 가득 차 있었다. 또 모든 것이 훨씬 더 느리고 여유로워서 마치 홍콩섬에서의 시간과 이런 작은 섬에서의 시간은 흘러가는 속도가 다른 같기도 했었다.


이토록 큰 차이가 있다 보니 배를 타고 홍콩섬에서 출발해 이런 작은 섬에 내리면 현재의 홍콩에서 수백 년 전 과거 중국 남부 어떤 마을로 갑자기 순간 이동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뿐 아니라 홍콩인들도 주말에는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이러한 작은 섬에서의 느긋한 휴식을 즐기러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섬에는 그러한 외지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해산물 전문 식당이 꽤 많았다. 주변이 온통 바다인 섬이다 보니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해산물이었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던 것 같다. 한편 이러한 식당들은 대부분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러한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아름다운 바다 경치를 바로 코 앞에서 감상하면서 식사할 수 있었다.


아열대 지방의 작은 섬 아담한 식당 안에 앉아 햇살 가득한 바다와 드넓은 하늘을 바라보며 너무도 맛깔스러운 광동식 해산물 요리를 앞에 두고서 가까운 사람들과 와인 한잔하던 그런 맛과 멋은 오로지 남쪽나라 홍콩의 작은 섬 위에서만 체험할 수 있었던 낭만이었고 소중한 기억이었던 것 같다.


섬 마을에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잡다한 식품들을 내어놓고 판매하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골목도 여기저기에 있었다. 그런 골목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80~90년대에 봤던 이리저리 꼬부라진 서울의 옛 동네 뒷골목 구멍가게를 오랜만에 다시 만나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서 나름 반가웠던 기억도 있다.


어릴 때는 한참 성장하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그때는 한국이 워낙 가난해 대다수의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이라 그랬는지 동네에 있던 작은 구멍가게 앞을 지나칠 때면 정작 돈은 한 푼도 없는데 온통 먹고 싶은 것들만 눈에 가득 들어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사진) 햇살이 가득한 청차우 섬 해안 마을 모습. 바닷가에는 해산물 전문 식당들이 많았다 (2013. 11월)


사진) 청차우 섬 바닷가 도로변 식당가 (2013. 11월)


(사진과 동일 장소 최근 거리뷰)

https://goo.gl/maps/PXcYmTWVR3V5RR8B7


(청차우섬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talkhk/220857209479


사진) 주윤발의 고향 람마섬. 왼쪽 사진은 바닷가 식당에서 해산물 요리와 함께 와인 한잔하며 찍은 사진. 사진 좌측에 보이는 배가 홍콩섬을 오가는 배였다. (2013. 11월)


(람마섬 소개 블로그)

1. https://blog.naver.com/sunghee2526/221402758665

2. https://blog.naver.com/seungayo/221391632784


사진) 홍콩의 무인도에서 찍은 사진. 좌측에 보이는 능선을 넘으면 바로 바다로 꽤 작은 섬이었는데, 섬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14. 5월)


2) 홍콩의 산


구글 지도에서 지형도를 봐도 바로 느낄 수 있지만 홍콩은 사실 구룡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산악 지대다. 홍콩섬이나 란타우 섬도 해안가에 일부 평지가 있는 산으로 이루어진 섬이며, 신계 지역도 역시 중간중간 분지 형태의 평지가 있는 거대한 산악 지대다.


(홍콩의 지형)

https://hkss.cedd.gov.hk/hkss/eng/education/gs/hkg/chapter5/figure16.jpg


이처럼 많은 산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홍콩이다 보니 당연히 홍콩의 지역에는 경관이 멋진 산들이 여기저기 꽤 많이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홍콩에 있는 이러한 산들이 유독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물론 산 그 자체로도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산에서 넓고 아름다운 홍콩의 바다를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산에는 잘 설계된 Trekking Course들도 있었는데, 영국이 홍콩을 통치하던 시절 영국군의 체력 단련을 위한 훈련용 시설로써 Trekking Course가 처음 만들어져서 대부분의 Trekking Course들이 매우 체계적으로 잘 꾸며져 있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홍콩 Trekking Course 소개 블로그)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1194916&memberNo=35557547


사진) 란타우 산에서 찍은 사진. 산 정상 부근의 바람은 꽤 차가워서 934m의 정상 그늘에서 찍은 오른쪽 사진을 보면 추워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2010. 11월)


2011년도에는 관계사 주재원들과 오랜만에 단합대회도 할 겸 홍콩섬에서 함께 등산을 하기도 했다. 아래 사진이 그때 찍었던 사진들인데 가파른 급경사를 올라가는 모습 바로 뒤로 아파트 건물이 보이는 사진도 있다. 홍콩섬이 해안가 일부 지역만 평지이고 중앙은 산으로 이루어진 작은 섬이다 보니 그만큼 산과 주거지가 가까워 이런 모습의 사진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사진) 홍콩 관계사 주재원들과 등산하던 모습 (2011. 5월)


사진 속 옷이 흠뻑 젖어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이날 정말 힘들게 등산했었다. 가파른 산길이었던 데다가 또 사실은 워낙 오랜만에 등산을 하다 보니 실제로는 너무나도 힘들었지만, 중년의 남자들 사이에서 왠지 체력에서는 결코 서로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한 묘한 경쟁심 같은 것이 생겨 모두 이를 악물고 등산하다 보니 더 그랬던 것 같다.


사실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산은 뭐니 뭐니 해도 홍콩섬의 중앙 정상 부근에 있는 The Peak라는 곳이었다. 이곳에는 홍콩섬 일대와, 바다 건너 구룡반도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곳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 같은 홍콩의 경치가 너무 아름답고 유명해서 일 년 내내 이곳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곤 했었다. 그 시절 법인을 방문했던 본사 출장자나 손님들 또한 마찬가지여서 이곳을 방문하기를 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나도 역시 그들과 함께 여러 차례 방문해야만 했던 곳이 이 Peak이기도 했었다.


사진) Peak에서 내려다본 홍콩 모습. 바다 건너의 지역이 구룡반도. (2013. 7월)


(Peak 소개 블로그)

http://www.ttearth.com/world/asia/china/hongkong/victoria_peak.htm#.X_L89tj7RPY


Peak에서 내려다보면 산과, 드넓은 바다와 하늘, 그리고 그 광활한 대자연의 품에 안기어 있는 인간의 창조물인 홍콩이 시야 가득히 들어온다. 그런데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그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리고 또 아름다워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아, 여기가 오랜 기간 말로만 들어왔던 바로 그 홍콩이구나.."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눈에 보이는 그 아름다운 공간 안에서 삶을 영위하는 홍콩인들도 예외 없이 다른 모든 인간들처럼 때로는 아프고 힘든 순간들을 겪으며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너무도 아름다운 그 경치를 보는 그 순간만은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그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느끼고 싶었다.


한편 이 아름다운 Peak 지역은 영국인이 홍콩을 지배하던 시절 한때는 중국인은 접근할 수 없는 지역이기도 했었다. 경치가 좋고 또 산 정산 부근이라 기온도 평지보다는 훨씬 더 서늘했기 때문에 당시 홍콩의 지배 계층이었던 영국인이 이곳에 주로 거주하고 있었고 그런 이유로 중국인들은 아예 접근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출입을 금지시켰기 때문이었다.


1955년에 개봉된 매우 오래된 영화지만 바로 이 Peak에서 백인 남자와 혼혈 여인이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미국 영화도 있었다. 그 장면이 Youtube에도 있는데 이제 다시 보면 역시 오래된 영화답게 다소 고리타분해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가 개봉된 시기도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홍콩 Peak를 생각하면 오랜 기간 이 영화 속에서 두 남녀가 만나던 Peak에서의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했었다.


아마 이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된 이후 한참 지나서 TV에서 재방송되었고 그때 이 영화를 보면서 Peak의 멋진 경치에 반했기 때문에 그런 특이한 기억이 남아 있게 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이 영화 제목은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인데, 영화 속에 나오는 같은 제목의 노래도 한때 꽤 유행했던 것으로 안다.


(영화 속 Peak 부근 경치, 02:56)

https://www.youtube.com/watch?v=aJ-vJI6jypM&feature=youtu.be

(영화가 한국 극장에서 상영될 때의 포스터)

https://m.blog.daum.net/koo386/13432236


한편 이 영화 줄거리는 한국과도 연관이 있는데, 1940년대 말을 배경으로 홍콩에서 촬영된 이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미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하게 되고 전쟁 중 한국에서 전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이러한 줄거리는 중국인 아버지와 유럽인 어머니 사이에서 혼혈인으로 태어난 Han Suyin(韓素音)이라는 영화 속 여주인공이 모두 실제 겪은 일이었다 한다.


3) 홍콩의 바다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바다를 Victoria Harbour라고 부른다. 그리고 바로 이 빅토리아만은 홍콩섬과 구룡반도에 거주하거나 직장이 있는 수많은 홍콩인들에게는 매일 최소 한 번 이상은 보면서 생활해야만 할 만큼 친숙한 바다였다. 아래 사진들도 홍콩섬의 법인 사무실과 빅토리아만 건너편 구룡반도에 있던 집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나도 직장을 오고 갈 때는 항상 이 바다를 건너서 이동해야 했었다. 따라서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결국 매일 마주쳐야 했던 그런 바다였던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에펠탑을 보지 않고 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말처럼, 홍콩섬이나 구룡반도를 오고 가는 홍콩인이 이 빅토리아만을 보지 않고 하루를 넘기기는 눈을 감고 다니지 않는 한 불가능했다.


사진) 홍콩섬과 구룡반도 사이의 Victoria Harbour 모습


주말의 저녁에는 이렇게 멋진 Victoria Harbour의 경치를 바라보며 한낮보다는 다소 서늘해진 바닷바람 속에서 와인 한잔을 즐기기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시절이 나로서는 정말 너무 호강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서울로 돌아온 현재는 아파트의 창밖을 바라보면 바다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바로 앞 아파트의 또 다른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만 보이는 것이 현실이니, 저 바다를 바라보며 와인 한잔하며 살던 그 시절이 그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이 바다는 섬과 반도 사이의 좁은 공간에 음에도 수심이 나름 꽤 깊어 대형 군함들도 정박할 수 있는 매우 큰 장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영국은 일찍부터 이곳에 눈독을 들여왔었고 중국과의 아편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자 바로 이곳을 중국으로부터 떼어내 영국의 극동 군사 거점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사진) Victoria Harbour는 수심이 꽤 깊어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초대형 유람선도 정박할 수 있었다. (2009. 2월)


Victoria Harbour에는 또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왕래하는 Star Ferry라는 선박도 있었는데 이 배는 간혹 관광객들도 이용하긴 했지만 대다수 승객은 대중교통 수단으로 이 배를 이용하던 홍콩인들이었다. 왜냐하면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연결하는 터널이 3개뿐이었는데 홍콩섬 중심인 Wan Chai 지역에서 구룡반도로 갈 때 지하철이나 자동차를 이용하면 터널까지 한참 돌아서 가야 했던 반면, 이 Ferry를 타면 두 지점 간 직선거리로 바로 이동할 수 있었고, 또 바닷길이라 당연히 교통 체증도 없어서 전철이나 택시보다도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도 한때 그랬지만 출퇴근을 아예 이 배를 이용해서 하는 직장인도 많았는데, 그만큼 이 배는 일반 홍콩인들의 일상 생활에 있어서 때로는 전철이나 버스보다 훨씬 더 밀접한 교통수단이기도 했던 셈이다.


한편 이곳의 배들은 좀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배들이 꽤 많았는데, 이제껏 살면서 한 번도 배를 타고 등하교하거나 출퇴근했던 경험이 없었던 나 같은 한국인에게 홍콩이라는 화려한 대도시에서 허름한 배를 타고 출퇴근하는 기분은 꽤 묘했던 것 같다. 서울 강북에 사는 어느 직장인이 한강에서 허름한 배를 타고 강남의 직장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그 묘한 기분이 이해가 될 것이다.


(빅토리아만 Ferry 경험 블로그)

http://blog.daum.net/cpever/18348055


사진) 첫 번째 사진은 구룡반도 Ferry 터미널 안에서 찍은 사진이고, 나머지는 Ferry 선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빅토리아만의 배들 중에는 비용을 지불하면 통째로 빌릴 수 있는 배들도 있었는데, 홍콩에 부임했던 첫해인 2009년에 법인의 서비스 부문 단합대회를 할 때 직원들이 그런 배를 빌려서 선상에서 단합대회를 하자고 제안해서 실제 그렇게 했던 적도 있었다. 배를 통째 빌리는 비용도 예상보다는 꽤 저렴했었다.


해가 떨어진 저녁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아가면서 바다에 떠 있는 배 위에서 많은 직원들과 함께했던 그날의 식사는 인생에 있어서 다시 체험하기 어려운 소중한 기억이었고 또 아름다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당시 서비스 부문에는 직원들 간의 심각한 상호 갈등 등 꽤 다양한 문제들이 다수 내재되어 있어서 나뿐 아니라 직원들 스스로도 나름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래서 단합대회라도 한번 하자고 제안했던 것인데 어쨌든 적어도 선상에서 단합대회를 하던 그 순간만은 모두들 꽤나 오랜만에 밝은 표정이었다. 그리고 물론 단합대회를 했다고 상황이 바로 좋아지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겠지만 다행히도 이후 오래지 않아 서비스 부문의 문제들도 상당 부분이 개선되기 시작했었다.


사진) 홍콩의 바다 위 배안에서 진행되었던 서비스 부문 단합대회 모습 (2009. 6월)


(1895년에 찍은 과거의 Victoria Harbour 모습)

https://gwulo.com/atom/37675


물론 홍콩에는 홍콩섬과 구룡 사이의 Victoria Harbour란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홍콩섬은 자체가 섬이니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 외의 지역 즉 신계, 구룡반도 어디를 가도 조금만 이동하면 홍콩의 주변을 온통 둘러싸고 있는 드넓은 바다를 볼 수 있었다.


사진) 신계 지역 등 홍콩 이곳저곳의 바다 모습


홍콩 근무 말년에 특히 그런 바다를 자주 찾아다니곤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홍콩 인근의 바다를 보면서 90년대 출장 다녔던 중남미 카리브해의 열대 지방 어느 섬에 다시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었다.


드넓고 푸른 탁 트인 바다와, 그 바다 위로 내리쬐는 너무도 강렬한 햇살, 그리고 찌는 듯한 열기 등 두 지역은 서로 많은 면에서 유사했었고, 또 두 지역 모두 이방인인 내겐 어차피 외로운 객지였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홍콩의 바다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카리브해의 바다가 연상되었던 것 같다.


사진) 홍콩의 바닷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 (좌측 2013. 12월, 우측 2013. 10월)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서로 구분되지 않고 또 구름 한 점 없는 위 사진들을 보니 6~7년 전 홍콩 떠나기를 불과 몇 달 남겨놓지 않았던 그 시절 목격했던 햇살 가득한 홍콩의 바다가 봄날 아지랑이처럼 눈에 다시 어른거리는 같기도 하다.


사실 많이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때로는 아름다운 시간도 결코 적지 않았었는데 정작 저 사진 속, 저 자리에 있었던 그 시절에는 그것을 좀 더 일찍 깨우치지 못하고 그렇게 허송세월만 했는지 다 지나고 나니 참 많이 아쉽다.




다음 편 "27. 홍콩의 인상적인 공간 (5-5)"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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