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험한 홍콩의 식당 (3-2)

■ 그 주재원의 서글픈 기억들 (7편 HK, Macau-13)

by SALT

해외 주재 근무 14년간의 기억을 적은 이야기

Paris, Toronto, Beijing, Guangzhou, Taipei,

Hong Kong, Macau

그리고 다른 도시들에서의 기억......



Hong Kong, Macau



13. 내가 경험한 홍콩의 식당 (3-2)


전편 "12. 내가 경험한 홍콩의 식당 (3-1)"에서 이어짐




■ 과거가 느껴지는 딤섬집 예만방(譽滿坊)


가족 모임 등이 있을 때 우리가 때로는 화투나 포커를 함께 즐기듯이, 홍콩인들은 '마작(麻雀)'을 즐긴다. 한편 우리는 회사의 송년회에서 화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홍콩 법인에서 송년회 할 때 보면 항상 행사장의 한쪽 구석에는 마작을 하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홍콩인들이 그만큼 마작을 즐긴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홍콩인들이 마작만큼 좋아하는 것이 또 있는데 바로 '경마'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인구 밀도가 꽤 높고 부동산 가격도 엄청나게 비싼 홍콩섬 한복판에도 매우 큰 경마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서울로 치면 강남처럼 땅값이 매우 비싼 지역에 경마장이 들어서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인 셈이다.


그 경마장이 있는 곳이 바로 Happy Valley라는 지역인데, 이 Happy Valley에 갈 일이 있을 때는 자주 찾았던 식당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예만방'이라는 딤섬집이다. 이 딤섬집은 2003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홍콩 영화배우 장국영(張國榮)의 단골 식당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다.


딤섬집도 내부 인테리어를 보면 유구한 역사를 지닌 꽤 오래된 집으로 보이는데, 이 식당 역시 전술한 식당 Under Bridge처럼 90년대 초반에 오픈해서 약 28년 정도 되었다 하니, 오래된 식당인 것은 맞지만 인테리어에서 느껴지던 것만큼 오래되지는 않았다.


식당 내부 벽에는 1920~3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 같은 오래전 여인들의 사진이 액자에 걸려 있기도 했는데, 사진 속의 그 분위기가 매우 독특해 비록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 세대의 모습들이었지만 마치 내게도 역시 오래된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기도 했었다. 아래 2, 3번째 링크에서 그 사진들을 볼 수 있다.


(예만방 소개 블로그)

1. https://blog.naver.com/phy1017/221794597648

2. https://sayhk.tistory.com/780

3. https://blog.naver.com/johnkth/221987723392


이 집이 왜 유독 한국인에게 더 유명하게 됐는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에 가면 그다지 넓지도 않은 식당에 앉아 있는 손님 중에는 우리 일행 이외에언제나 또 다른 한국인 손님들이 이미 앉아 있는 경우가 꽤 많았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그처럼 많이 찾아오니 홍콩의 식당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메뉴에 한글로 설명이 들어 있기도 했다.


(예만방 메뉴의 한글 설명)

https://m.blog.naver.com/spleen99/221119364093?afterWebWrite=true


이 식당의 딤섬 가격은 사실 좀 비싼 편이었다. 하지만 맛이 좋아서 그 맛이 생각나면 이따금 찾아가서 딤섬을 먹고 오기도 했는데, 스스로 찾아가는 경우보다는 역시 출장자나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딤섬을 찾으면 이곳으로 와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식당 분위기가 꽤 오래된 홍콩의 전통 식당처럼 보였고, 또 딤섬 맛도 좋았기 때문에 어쨌든 이곳에서 접대하면 손님이 실망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한 번은 홍콩에 자주 왔던 경험이 있는 어떤 한국인 손님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호텔로 모셔다 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저녁 식사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해서 뭘 드시겠냐고 했더니 딤섬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홍콩에 자주 오셨던 적이 있으니 아시는 딤섬집 알려 주시면 자리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그쪽으로 모시겠다 했더니 굳이 우리에게 먼저 추천을 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분이 사회적 지위가 꽤 높으신 분이라 혹시 품격 있는 호텔의 식당 같은 곳만을 다니시는 분 아니신가 싶어 잠시 고민을 하기도 했는데, 저녁에 딤섬만을 하는 식당이 많지 않아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고 결국 다소 허름하지만 예만방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괜찮겠냐고 물었더니 갑자기 얼굴이 확 밝아지면서 바로 그곳이 자기가 홍콩에 왔을 때 자주 가던 곳이었고 사실 그날도 마음속으로는 그 식당을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자신이 홍콩에 오면 자주 갔었 딤섬집이 홍콩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선호하는 곳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것 같은데 그것이 일치하니 반가웠던 것 같다. 결국 우리는 그 손님을 예만방으로 모셨고 세명이 함께 딤섬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예만방(譽滿坊)이라는 식당 이름의 광둥어 발음은 한글로 적으면 '위문퐁'과 비슷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 발음이 다소 어색해서 홍콩 거주하는 기간 우리끼리는 이 한자를 한국식 발음으로 읽어 '예만방'이라고 항상 불렀는데 그러다 보니 이 글에서도 예만방이라고 적게 되었다.


(예만방의 광둥어 및 표준어 발음)

https://fanyi.baidu.com/translate?aldtype=16047&query=%E8%AD%BD%E6%BB%BF%E5%9D%8A&keyfrom=baidu&smartresult=dict&lang=yue2zh#yue/zh/%E8%AD%BD%E6%BB%BF%E5%9D%8A


예만방은 정말 홍콩의 오래된 전통 식당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러한 아련한 기억이 남아있는 식당이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이 글을 쓰면서 검색하다 보니 이 식당은 올해 2020년에 폐업한 것으로 나온다. 예만방에서 먹었던 홍콩 딤섬의 기억도 이제 과거의 추억 속으로만 남게 된 셈이다.



■ 1930년대 찻집 록위 (陸羽 茶室)


예만방은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곤 했던 반면에, 재미있게도 록위라는 식당은 반대로 광둥어 발음으로 읽곤 했었다. 한국식으로 한자를 읽으면 '육우'가 되는데 이 발음이 다소 어색하다 보니 아마도 자연스럽게 광둥어식 발음으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식당은 1933년에 개점했다 하니 꽤 오래된 식당이었다. 그리고 식당 이름에 차 마시는 장소를 의미하는 '茶室(Tea House)'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도 알 수가 있는 것처럼 차를 찬미하는 시를 쓴 당나라의 '록위(陸羽)'라는 시인을 기려서 식당 이름을 지었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차보다는 광동식 음식을 보다 많이 팔고 있는 것 같았다.


식당의 내부도 전형적인 오래된 홍콩 스타일의 모습들을 갖고 있었는데 고풍스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솔직히 좀 낡아 보인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전술한 식당 Under Bridge처럼 식당에서 서빙하는 분들 대부분 60이 넘어 보이는 어르신들이었다.


사진) 록위 내부 및 외부 출입구 모습 (2010. 6월)


그런데 그 어르신들이 음식을 서빙하는 자세는 아래의 록위 소개 블로그에서도 언급이 되어 있지만 불친절 그 자체였다 Under Bridge의 불친절 보다 훨씬 더 심해서 음식이 있는 접시를 식탁 위에 던지다시피 툭툭 놓고 가기도 했는데, 그 접시 자체도 자세히 보면 이 빠진 접시를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외국인인 나 혼자 갔던 것도 아니고 홍콩인이면 누구나 잘 아는 홍콩 유명인과 함께 가서 식사를 했는데도 그랬다.


(록위 소개 블로그)

1. https://blog.naver.com/everlsk/221318991164

2. https://blog.naver.com/ashongkong/40140207615


하지만 의외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많은 홍콩인들로부터 이 식당은 전통 있는 유명한 맛집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함께 이곳에서 식사를 했던 홍콩의 유명인도 그러한 경우였는데, 그는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나름 크게 성공한 사람이었음에도 낡고 허름해 보이는 이 식당을 오래전부터 단골로 다니고 있다고 했다. 또 정말 귀한 손님을 접대해야 할 경우에도 유명 호텔의 고급 식당 같은 곳이 아니라, 바로 이 식당에서 접대한다고 했다. 실제로 그래서 그랬는지 이 유명인이 홍콩에 출장 온 우리 회사 회장님을 접대할 때도 이 식당으로 초대해 접대했었다.


육고기를 못 먹는 나는 육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모두 빼고 먹어서 그런지, 사실 이 식당 음식이 그다지 특별하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식당에 함께 왔던 회장님의 지인 등 많은 한국인들은 이 식당 음식의 맛이 매우 독특하고 또 좋다고 했다. 심지어 당시 한국에서 나름 유명한 호텔을 경영하시던 분은 자신의 호텔 중식당에도 적용하겠다며 이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들의 사진을 모두 찍고 음식 재료까지 물어서 적어 가기도 했었다. 홍콩의 유명인들이 단골이 된 것은 아마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이 식당 관련해서는 주차와 관련된 기억도 있는데, 홍콩섬 어디나 주차하기가 꽤 어렵지만 이 식당 근처는 정말 더욱 어려워서 한국에서 오신 회장님과 홍콩 손님이 이 식당에서 식사할 때는 이른 새벽부터 차 한 대를 식당 바로 앞에 미리 주차해 놓고 있다가 저녁에 회장님이 탄 차량이 식당 앞에 도착하면 먼저 주차했던 차를 빼서 막 도착한 그 차의 주차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했었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 도서관 자리 잡아 주려고 아침에 일찍 와서 책 같은 것을 빈자리에 놓고 마치 사람이 착석한 것처럼 꾸며 놨다가 친구가 오면 책을 치웠던 그러한 행동을 직장에서도 그대로 또 반복했던 셈이다.


아무리 고민해도 주차할 방법을 찾을 수 없으니 결국 그런 아이디어까지도 짜냈던 셈인데, 지나고 보니 홍콩에서 주재 생활하면서 좀처럼 상상하기 쉽지 않은 일도 꽤 했었 같다. 사실 아마 대다수의 직장인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며 직장 생활을 했을 것이다.


한편 다소 안 좋은 얘기지만, 이 식당에서는 총기를 사용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는데, 2002년 11월 홍콩의 모 재벌이 이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던 중,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삼합회 조직원들의 총에 맞고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록위 살인 사건)

https://www.gettyimages.dk/detail/news-photo/pictured-here-is-the-murder-scene-of-businessman-harry-lam-news-photo/1126387349



■ 해산물의 천국 Sai Kung(西貢)


홍콩에서 신선한 해산물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바로 Sai Kung이라는 지역이다. 다만 Sai Kung은 그 위치가 구룡반도 너머 신계 지역의 꽤 먼 북쪽에 있어서 홍콩섬에서 평일에 업무를 마치고 이곳에 가려면 퇴근 시간 교통 체증으로 이동시간만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그렇게 이동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평일에는 좀처럼 가지 못했던 곳이었다.


(Sai Kung 식당 거리 소개 블로그)

1. https://blog.naver.com/do_blin/221340391141

2. https://blog.naver.com/capital6ss/221063082741

3. https://blog.naver.com/prettyricmin/221646911097


Sai Kung은 번잡한 도심이 아닌 꽤 먼 변두리 지역이라서 홍콩섬이나 구룡의 식당에서처럼 비좁은 실내의 식탁에서 식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었다. 위 블로그의 사진에서도 보는 것처럼 바닷가에 위치한 이곳의 식당들은 모두 식당 앞의 넓은 공터 위에 테이블을 놓고 영업을 하고 있었고 손님들은 그 널찍한 테이블에 앉아 실외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외국인들도 홍콩을 자주 와본 사람들은 홍콩에서 해산물을 제대로 먹으려면 이곳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홍콩에 자주 출장을 왔던 본사 직원을 이곳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했었는데, 그녀는 전에 홍콩 출장 왔을 때 이 Sai Kung에서 식사를 한 번 한 적이 있었고 그때의 맛과 기억이 너무 좋아서 여름휴가 중 가족과 함께 홍콩에 여행 왔던 차에 Sai Kung을 다시 찾아 식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본사에서 홍콩 법인을 담당했었던 그녀는 그 당시 결혼하기 직전이었는데, 그날 바닷가 Sai Kung의 낭만과 맛에 내가 너무도 취해 있었는지 결혼 선물로 대형 냉장고를 사준다는 약속을 덜렁 해버려서 거금이 날아가기도 했었다. 약속했던 대로 실제 선물을 했고 Sai Kung을 생각하면 이 선물 건도 동시에 항상 떠오르는 기억 중 하나인데 사실 그녀가 워낙 법인을 잘 챙겨줘서 전혀 아깝지는 않았다.


Sai Kung에는 또 인근에 매우 큰 규모의 공원과 Trekking Course도 있어서 주말에는 이곳으로 와서 주간에는 주변 공원에서 Trekking을 하고, 저녁에는 Sai Kung의 해산물 식당가로 이동해 맛있는 해산물로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그날 하루를 마감하기도 했었다. 홍콩 근무 말년에 늦게나마 Sai Kung의 공원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는데 너무도 많은 인파로 번잡한 홍콩의 도심과는 다르게 사람도 거의 없었고 바다, 산, 해변이 펼쳐지는 경치가 정말로 장관이었다.


사진) Sai Kung 공원 안의 해변과 바다. 바다에는 하얀색 요트 두 대가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해변이 너무 좋아 보였는데, 외진 곳이라 그런지 인적이 전혀 없었다 (2014. 4월).


(Sai Kung 공원 소개 블로그)

https://blog.naver.com/94kimsinae/220807144134


그런데 그렇게 평화롭고 아름답고 또 복잡한 모든 세상사를 깔끔히 잊게끔 만드는 Sai Kung 공원이었지만, 그 공원의 그런 아름다움을 일요일에조차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없었던 것이 당시 주재원들의 현실이었다.


친한 지인과 일요일 오후 Sai Kung 공원에서 정말 회사의 모든 일을 잠시나마 싹 잊고 Trekking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SNS 문자가 오는 소리가 들려 그 내용을 보니 한국 본사에 계신 사장님께서 법인의 수요 예측량에 대해 분석해 보고하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시스템에 집계된 회사의 전 세계 법인 수요 예측을 휴일에 보시다가 홍콩 법인의 예측에 의문이 생겼다는 의미였는데 당시 회사 분위기는 사장님의 그런 지시를 고도 다음날인 월요일 아침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그때 답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결국 그 문자에 황급히 답을 하느라 Trekking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서서 마치 '얼음땡' 놀이하듯이 정지한 상태로 한참 동안 답신을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런 내 모습은 당시 내가 서 있던 Sai Kung 공원의 아름다움과는 꽤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을 텐데, 함께 갔던 지인이 산속의 Trekking Course 한복판에 멈춰 서서 그것도 일요일 오후에 그렇게 황급하게 답을 적고 있는 내 모습이 불쌍하다며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주기도 했다. 그 사진이 바로 아래 사진이다.


역시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이러한 모습으로 그 시절의 직장 생활을 버텨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 일요일 오후 Sai Kung 공원에서 Tracking 하던 중, 본사 SNS 질문에 답하던 모습. (2014.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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