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쁘다 좋다의 판단 여부를 떠나, 프랑스에 거주하던 기간 경험했던 특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들이 있었다. 그중 기억나는 것 몇 가지를 적는다.
1) 건물 철거
Paris에 도착해서 내가 거주할 아파트에 입주하니 아파트 앞에 있던 5~6층 정도 되는 건물을 철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Paris에서의 연수과정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Paris를 떠나는 날에도, 그 건물의철거 작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도 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 것도 아니고 겨우 반 정도밖에 철거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환경규제 때문인지, 아니면 또 어떤 다른 이유나 제약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10층도 안 되는 그런 높지도 않은 건물 하나 부수는데 왜 몇 년씩 걸리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22년이 지난 현시점에도 그 건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혹시 여전히 진행 중인가 싶어, 인터넷 지도 거리뷰로 확인을 해 봤는데, 현재는 다행히(?) 그 건물은 완전히 철거됐고, 그 자리에 다른 건물이 들어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급할 것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건물 철거하는 것에서조차 프랑스와 한국은 많이 다른 것 같았다.
2) 턱수염 기르는 여자
백인은 남녀 모두 동양인보다는 일반적으로 체모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다니던 학원에서 근무하던 백인 여직원 중에는, 다른 여자들이 체모를 주기적으로 제거하는 것과는 달리아예 콧수염 심지어 턱수염까지 더부룩하게 자란 상태 그대로 학원으로 출근하는 여자가 있었다.
머리털이나 체모가 피부색과 비슷한 금발 계통이라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너무나 확연하게 얼굴의 수염들이 보였다. 왜 유독 그녀만 그렇게 방치하고 다녔는지 이유는 모른다, 아마 너무 빨리 자라니 귀찮아서 그랬을 수도 있고, 혹 더 고차원적인 이유로 왜 여자만 계속 그렇게 귀찮게 제모해야 하느냐 하는 반발감에서였을지도 모르겠다.어쨌든 어떤 이유이든 그분의 자유이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학원에서 수업받을 때 더워서 소매를 걷어 올리면 내 경우 털이 거의 보이지 않는 민둥산 팔뚝이 드러나는데, 바로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독일에서 온 백인 여학생은 팔에 털이 수북해 좀 주눅이 들기까지 했던 기억도 있다.
학원에서 만났던 그 백인 여자들 덕분에, 여자도 자연 상태 그대로 방치하면 팔뚝의 털뿐만 아니라 남자만큼 콧수염에 턱수염까지도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것 같다.
한편 나는 진화론을 믿지는 않지만, 온몸에 털이 가득했던 원숭이가 사람으로 진화했다는 진화론의 관점에서 본다면 백인종보다는 황인종의 체모가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봐서, 혹시 황인종이 백인보다 진화가 더 진행된 인종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3) 개똥
Paris에는 개똥이 정말 많았다. 지나가다 개똥을 밟고 집에 돌아오면 신발에 뭍은 그 똥으로 적지 않은고생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개가 길에 똥을 싸면 당연히 주인이 그 똥 처리하고, 프랑스 인근의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거의 모두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유독 프랑스에만 그 똥을 치우지 않고 방치하고 떠나버리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지 그 이유를 도통 알 수가 없다.
프랑스 사람들은 그렇게 해야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의 부끄러운 치부를 좀 더 아름답게 미화하려는 변명일 뿐이었던 것 같다.
4) 위생 관리
크고, 화려하고, 수많은 방이 있는 베르사이유(Versailles) 궁전에도 화장실은 없다 하는데, Paris의 지하철에도 역시 화장실은 없었다. 너무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 그 이유라 하는데 대부분 그렇겠지만 맥주 같은 술 한잔하고 지하철을 타면 당연히 소변이 잦아지고 화장실이 급할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그럴 경우 바로 지하철역 화장실 찾아가면 쉽게 해결이 되지만, Paris에는 거의 모든 지하철역에 화장실이 없으니 지하철 밖으로 나와서 근처 식당 같은 곳으로 가서 해결을 해야 하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귀찮아서인지 아니면 급해서인지 지하철역 구석에서 소변을 그냥 해결해 버리는 취객이나 노숙자가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지하철을 타면, 군데군데 오줌 지린내가 온통 진동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되는데, 오래된 전철역에 배수시설 등 모두 처리해서 화장실을 새로 설치하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지하철에 화장실이 없어 시민들이 그런 불편과 악취를 계속해서 겪어야 하는 것이 과연 작은 문제인지도 의문이다.
얼마 전 언론 기사에 Paris 시장이 Paris시내의 쥐 박멸에 18억 원을 전격 투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Paris에는 정말 쥐도 많았다. Paris의 식당에서 맨발에 샌들만 신고 식사하다가 발 위로 뭔가 스쳐가는 것 같아 쳐다보니 쥐여서 기겁을 했다는 얘기는 너무도 자주 들어 나중에는 잘 놀라지도 않았다.
Paris 체류기간 내내항상 한국인이 운영하는 미장원에서 이발을 했는데, 그곳에 가면 프랑스 사람들도 와서 이발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 이발소에서 이발할 때 보면 프랑스 사람과 한국 사람은 이발하는 순서가 달랐다. 프랑스 사람은 먼저 머리를 감게 한 후 이발을 했고, 한국 사람은 그런 절차 없이 바로 이발을 했다. 한인 이발사에게 왜 그렇게 순서가 다르냐고 물어봤더니 그녀의 답은 프랑스 사람들은 머리를 오랜 기간 감지 않는 경우가종종 있는데 그 상태로는 이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먼저 머리를 감기는 것이라 했다.
과거 우리의 경제적 여건이 너무도 좋지 않아서부득이했던시절을 제외하면 의외로 한국인의 위생관념은 타 문화권에 있는사람들보다 다소 앞선다는 생각도 든다.
비록 객관적 데이터는 없지만, 샤워도 보다 더 자주 하는 것 같고, 어릴 적 우리의 어머님들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집의 바닥을 걸레질까지 해서 수시로 박박 닦는 경우는 아마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것이다. 집 안에서도 신까지 신고 다니는 서구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처럼 바닥 생활을 하는 일본에서도 짚으로 만든 다다미를 깐 방바닥을 청소할 때 걸레질한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5) 손님이 왕? 종업원이 왕!
집 앞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하려고 계산대 앞에 줄 서서 기다리는데, 계산대 바로 코 앞까지 왔을 때 계산대 직원이 갑자기 너무도 태연하고 너무도 무표정한표정으로 주섬주섬 자신의 짐을 싸더니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계산대 위에 뭔가를 하나 조용히 올려놓더니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내 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내용인지 보지도 않고 곧바로 옆에 있는 다른 계산대 줄로 가서 다시 줄을 섰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이 도대체 어떠한 상황인지 전혀 파악이 안 돼 그 직원이 올려놓은 푯말을 유심히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이 창구는 닫혔으니 또 다른 창구로 가서 계산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직원 앞에 이미 줄 서 있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미리 다른 줄로 가라거나 하는 얘기나 표식은 전혀 없었다. 그저 "내 근무시간 끝났고 나는 간다" 뭐 이런 식이었다.
Paris 생활 초기에는 이런 경우를 당하면 황당하고 화도 좀 나곤 했다. 그런데 Paris 체류하면서 이런 경험을 하도 자주 겪다 보니, 나중에는 같은 경우를 당하면 나 역시도 주변의 다른 프랑스인들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주 당연히 그리고 조용히 옆 계산대 줄 맨 뒤에 가서 자연스럽게 다시 줄을 서곤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인처럼 살게 되는 것 같았다.
6) 돌변하는 거지
Paris의 리용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 흑인이 다가오더니 너무도 가련하고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먹을 것이 없어 그러는데 아주 작은 돈이라도 좀 도와주면 안 되겠냐고 매우 공손하게 말을 걸어왔다.
한마디로 걸인인데, 앉아서 구걸하지 않고 역을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그런 걸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 걸인의 요청을 거부하자 그 걸인은 정말 단 0.1초도 지나지 않아서 얼굴 표정을 몹시도 험하고 독한 표정으로 바꾸고 입으로는 이상한 소리까지 내며 인상을 쓰고 돌아갔다.
구걸이 거부당할 때는 반드시 그런 식으로 보복해서 상대방 기분을 나쁘게 하자, 뭐 이런 행동 계획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당연히 기분도 나빴지만 한편으로는 돈 안 준다고 그렇게까지 순간적으로 표정을 바꾸어 보복하는 그 걸인의 행동이 어찌 보면 신기하고 어이없기까지 했다.
한국에도 오래전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구걸하는 걸인들이 있었다 하는데 다행히 이제는 보기 어려우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7) 음식 주문은 본인이 직접....
한국인 친구들과 프랑스 식당에 갔을 때, 좀 늦게 오는 친구 한 명을 위해 미리 음식을 주문해 놓으려 했더니, 서빙하는 종업원이 음식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주문을 해야지 아무리 일행이라도 다른 사람이 대신하는 주문은 결코 받아 줄 수 없다고 강하게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 친구가 그 음식을 먹겠다고 연락을 해 왔고, 미리 주문해 달라고 부탁해서 미리 주문하는데 도대체 왜 주문을 받지 않느냐고 항의를 해도 그 종업원은 안 된다는 같은 주장만 반복했다. 주문은 반드시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그 주장을 꺾지 못하고 우리가 포기했는데, 공손하고 또 정중한 태도로 봐서 특별히 동양인을 차별하거나 골탕을 먹이려 그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정말 음식에 대한 개인의 감성을 너무도 존중해서인지 왜 대신 주문하는 것을 받아 주는 않았는지 그 이유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8) 똘레랑스 (Tolérance)
주차금지라고 쓰여 있는 푯말 바로 아래 차를 주차하거나, 식당 내 금연이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 바로 아래서 아무런 부담 없이 담배 피우는 프랑스인을 보게 되는 경우가 너무 자주 있었다.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꽤 흔했고 요즘에도 간혹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선진국인 프랑스라면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스에 실제 와서 보니 실상은 전혀 달랐다. 그것도 아랍계나 흑인들처럼 이주민들만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순수 백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았다.
프랑스 오기 전에, 프랑스에서는 주차위반 벌금 고지서를 단속원이 차 앞 유리창에 놓고 가면, 차 주인은 그걸 그냥 찢어 버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설마 그럴까 했던 그런 장면도 실제 Paris 샹젤리제 거리의 뒷골목에서 직접 목격하기도했다.
일요일 근처의 교회에 예배 보러 갈 때, 다른 프랑스인들이 주차하듯이 나 역시 이면도로에 주차하고 예배가 끝난 후 나와보니 주차위반 벌금 고지서가 내 차 앞에 꽂혀 있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차들도 내차와 마찬가지로 벌금 고지서가 꽂혀 있는 상황이었는데, 근처에 있던 프랑스 백인을 보니 정말 그걸 보자마자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바로 그 자리에서 그냥 찢어 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이러한 경우 이후 벌금 행정처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후진국에서라면 모를까 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가능한지 프랑스 체류기간 내내 의아했고 의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