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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LT Sep 18. 2022

이촌동 연가 (29)

■ 이촌동의 공간들 - 5/5

이촌동을 거닐다 보면 인상적인 공간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그런 이촌동 공간들에 대한 이야기....

 


아파트 현관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너무도 빈번하게 지나치는 곳이 바로 아파트 현관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런 현관과 주변도 좀 특이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래 사진이 바로 그런 느낌이 들었을 때 찍은 사진인데, 어두운 실내와, 투명한 현관 유리 그리고 그 유리문 밖으로 보이는 찬란한 햇살과, 녹음 짙은 수목이 뭔가 묘한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사진) 이촌 아파트 현관 (2015. 4월)


이 아파트도 2022년 현재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바 머지않아 이런 공간의 모습은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모습도 조만간 흘러간 과거의 이촌동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셈이다.



한여름 저녁 놀이터 냄새


이촌역 3-1번 출구 부근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데 처음 조성된 이후 몇 차례 공사를 해서 구조가 꽤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공사에도 불구하고 놀이터 주변의 오래된 나무들은 건드리지 않아서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다.


친구들과 저녁에 한잔한 후 전철 타고 집에 올 때는 이촌역 3-1 출구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그때는 항상 지하철 출구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를 지나치게 된다.


그런데 겨울에야 저녁 시간에 아이들이 없지만 한여름에는 해 떨어진 이후에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여전히 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큰한 취기 속에 그런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를 보면 어린 시절 이촌동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정신없이 놀기 바빴던 희미한 기억이 나고 또 그때 놀이터에서 느꼈던 한여름 저녁 놀이터 냄새가 다시 코끝으로 스쳐가는 것 같기도 했다.


사진) 이촌역 3-1 출구 앞 놀이터 (2020. 9월)


사진) 70년대 이촌동 놀이터 겸 공터



70년대 억이 멈춰있는 공간


성북구 돈암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촌동으로 이사 와서 신용산 초등학교를 다녔다. 물론 당시의 신용산 초등학교 모습은 지금과는 좀 달랐지만 의외로 여전히 같은 것들도 실제로는 너무도 많다.


우선 위치가 그 자리 그대로고, 또 학교 건물 중 신축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약 50여 년 전 사용되던 그 건물 그대로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이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약 50여 년이란 세월이 흐르다 보니 이제는 그 시절 같이 이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은 거의 모두 이촌동을 떠났다. 유독 나는 여전히 이촌동에 살고 있는데 이촌동에 아직도 남아있다 보니 내가 50여 년 전 졸업한 이 초등학교를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지나치며 보게 된다.


그럴 때면 70년대 이 학교 교실에서 수업받던 모습, 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놀던 모습 등 오래전 내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은 착각을 할 때도 있다. 물론 당시 10대였던 과거의 나와, 할배가 된 현재의 나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그럼에도 이 학교를 보면서 유년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되새기고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사진) 신용산 초등학교 교정. 운동장은 꽤 멋진 인조 잔디로 바뀌었지만 사진 속 저 건물은 70년대에도 있던 건물이다. ( 2014. 11월)


사진) 나무로 뒤덮인 교정의 한 공간 (2014. 9월)


사진) 교사 출입구. 70년대에도 아침에 조회가 끝나면 바로 이 출입구를 통해 교실로 돌아가곤 했었다. (2014. 9월)


사진) 70년대에는 이 사진 중앙 위치에 교장 선생님이 조회 때면 올라가서 훈시하시던 연단 같은 것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라졌다. (2014. 9월)


사진) 이촌 시장 골목에서 바라본 신용산 초등학교. 보이는 학교 건물이나 주변 시장 건물이나 70년대와 큰 차이가 없다 (2015. 9월)


사진) 너무도 그리운 70년대 신용산 초등학교 교정 모습

 


미군 헬기장, 용산 여중, 용강 중학교


신용산 초등학교 바로 뒤편에는 비좁은 2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중학교가 하나 있다, 바로 용강 중학교다. 이 중학교는 현재 남녀 공학이지만 과거 1990년까지는 용산 여중이라 불리던 여학교였다.  


한편 1969년 용산 여중이 설립되기 이전에는 그 자리는 미군 헬기장이었는데 그 헬기장은 용산 여중이 개교한 이후에도 한동안 용산 여중 건물 바로 옆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따라서 그 헬기장에서 불과 약 200여 미터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신용산 초등학교에서는 뜨고 내리는 헬기 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으며, 그 소리가 너무도 커서 선생님께서 수업 중에도 잠시 말씀을 중단하시곤 했었다. 그 후 이 미군 헬기장이 철길 너머로 이전한 이후에는 그나마 극심한 소음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용산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바로 앞 용산 여중에는 친구 누님들이 많이 다녔으며,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이 용산 여중에 많이 다녔다. 그 당시 이촌동에 남자 중학교는 두 개였던 반면 여자 중학교는 이 용산 여중 하나였기 때문에 대다수 여자 동창들이 이 용산 여중으로 배정받았던 것이었다.


그 용산 여중이 남녀 공학이 되면서 용강 중학교로 이름이 바뀐 것인데, 이러한 이유로 현재 용강 중학교는 비록 내가 다닌 학교는 아니었지만 여러 가지 기억들과 추억들이 남아있는 학교다.  


그런 감성들이 남아있는 이 학교 앞을 오가던 어느 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학교 모습과 또 커다란 뭉게구름 아래 모습이 너무도 멋지게 보여 사진으로 찍어두었던 것이 있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사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용강중학교 (2021.12월)


사진) 흰색 뭉게구름 아래 용강 중학교 모습 (2020. 4월)


미군부대 헬기장이 있던 시절의 용산 여중을 회고하는 70년대 같은 기억을 가진 분의 블로그도 있던데 참고로 링크한다.


(용산 여중을 추억하며)

https://m.blog.daum.net/colorprom/13754658



 비 오는 날 한강 공원 안 오두막


70년대와 달리 요즘 한강변은 정말 너무도 멋지게 꾸며져 있다. 그 멋진 시설들 중에는 오두막도 하나 있는데, 내게는 이 오두막이 좀 색다른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었다. 바로 비 오는 날 이곳에서 친구와 함께 술 한잔 하기도 했던 것이다.


물론 야간에는 한강에서 음주가 금지되던 시절이라 저녁 약 7시경 한잔 하곤 했었다. 이곳에서 한잔할 때 좋았던 점은 첫째 야외이니 코로나 감염 걱정을 좀 덜할 수 있었고, 둘째 비 오는 날에는 한강 공원에 사람이 전혀 없어 너무도 조용한 한강을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는 한강변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또 빗소리 아래 유유히 흐르는 드넓은 한강을 바라보면서 가까운 친구와 술 한잔 하는 맛과 멋은 이 오두막이 주는 낭만 중 하나였다.


사진) 비 오는 날의 한강변 오두막 (2021. 9월)



이촌동의 어머님 같은 건물


이촌동은 아니지만 온누리 교회까지 포함하면 이촌동에는 6개의 교회가 있는 것 같다. 반면, 천주교 성당은 한강 성당 단 한 개만 있다.


한강 성당은 1971년에 이촌동 초입에 설립되었고 약 30년 전인 1990년 현재 위치로 이전되었다 하는데, 아쉽지만 70년대 이 성당이 있던 위치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70년대 역시 동네 초입에 있던 한강 교회는 그 위치가 기억나는데 성당은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좀처럼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1990년에 완공이 됐다는 현재 천주교 한강 성당 건물은 이촌동을 상징하는 대표적이 건물 중 하나가 될 만큼 멋지고 또 의미가 있는 건물이 되었다. 나 역시 길을 걸으며 이 건물을 바라볼 때는 뭔가 좀 숙연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또 이촌동의 충신 교회나 온누리 교회 물이 다소 남성적 느낌이라면 한강 성당 건물은 왠지 여성적인 느낌이 좀 더 많이 들어 성모 마리아를 연상시키는 것 같기도 하다. 1990년 완공돼서 30년가량 이촌동과 함께해온 한강 성당 건물은 나름 의미 있고 특색 있는 이촌동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해가 진 이후의 한강 성당 모습 (2015. 2월)



독특한 모습의 나무


LG 자이 아파트 109동, 110동 앞 길은 항상 인적이 드물어 꽤 한적한 편이다. 한편 그 거리에는 '사튀로스'라는 카페가 있고 바로 옆에는 큰 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다.


그런데 이 나무는 꽤나 특이하게 생긴 모습을 하고 있는데 한여름인 8월에도 잎이 그다지 무성하지 않아 나무줄기가 그대로 훤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인적도 정말 드문 이 조용한 거리를 지나치면서 이 특이한 나무와, 나무 옆의 새빨간 사튀로스 출입구 외벽, 그리고 그 벽 옆을 온통 뒤덮고 있는 짙은 담쟁이덩굴을 보면 마치 그림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공간 역시 이촌동을 상징하는 특색 있는 공간 중 하나일 것이다.


사진) 너무도 한적한 LG 자이 109동, 110동 앞 거리 모습 (2020. 7월 및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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