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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산책가 Dec 04. 2023

건강 검진 그 후

금단

몇 가지를 멀리하고 있다.

최근 2 년 동안 주 3회 정도 맥주를 마셨다. (이번 건강검진 문진 때에는 주 2회라고 뻥쳤다) 그리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그전엔 거의 마시지 않던 나였다. 이게 습관으로 가게 된 점이 유감이다. ‘주 3회’라는 음주 패턴이 생기다니. 곧 중독으로 가지 않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맛있는 음식을 보면 아빠는 말했지.

“안주가 좋은데, 한잔해야지.”

이것을 내가 공감하고 있다니. 치킨을 보면 맥주가 바로 연상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제 다시 술 못 먹던 시절로 돌아가려 한다.


더불어, 커피도 끊으려 한다. 고작 하루 한 잔을, 것도 오전에만 마시던 나였다. 하지만 소중한 내 위에 궤양이 생겼다는데, 그대로 둘 수는 없다. 특별히 양배추를 부지런히 먹기보다(귀찮아서) 먹지 말아야 할 것을 지키는 게 순서라 생각한다.


술과 카페인. 어떤 것에 나는 더 의존하였는지 이번에 확실히 알았다. 하필 목요일(생리 시작한 날)에 커피를 끊었다. 두통이 있는 이유는 빈혈 때문인 줄 알았다. 뼈마디가 욱신대는 것도, 그래서 얼른 집에 가고 싶은 것도 모두 빈혈, 즉 생리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신랑이 주문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머리가 맑아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냉큼 한 모금 또 마셨다. 스포츠음료 광고처럼 카페인이 스며들면서 몸이 젊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기가 생겼다. 젊어지는 기분을 주는 악마 같은 카페인에 지고 싶지 않아 졌다. 삭신이 쑤셔서 신랑과 산책을 다녀왔다. 훨씬 좋아졌다. 산책하며 편의점을 바라본다. 4배 수로 사던 맥주가 떠오른다. 거기에 안주는 또 얼마였더라. 땡그랑땡그랑, 저축하는 소리도 들리네?


추리소설도 이제 그만 읽으련다. 연이어 다섯 번째로 읽은 [살인 현장은 구름 위]를 만난 게 다행이다. 단편 추리 소설집을 읽고 나니, 라면에 질린 채 꾸역꾸역 먹는 기분이 들었다.


한 해의 끝에서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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