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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빈 Mar 09. 2021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위한 변론

정상성의 관점에서 타인의 감정, 생각을 재단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백세희 님이 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이제야 읽었다. 읽기 전에 워낙 평이 좋지 않아 꺼려지던 책이었으나, 최근 내담자/환자의 관점에서 본 정신건강 기관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집어 들었다. 읽고 나서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왜 이렇게까지 욕을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모 인터넷 서점의 댓글을 읽어보니, 반수 정도는 좋은 평이 있었고 일부는 받아들일만한 비판도 있었지만,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저자가 경험하는 심리적 불편감이나 부정적인 사고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보수적인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자신이 경험하는 정신질환과 어떻게 보면 부끄러울 수 있는 내면의 생각, 감정들을 꺼내놓은 상담 과정을 공유한 작가님, 그리고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진료과정의 세세한 부분들을 공개하는 데 동의한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책에서 타인의 시선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어찌 보면 저자를 비난하는 자들은 그에 딱 맞는 행동을 해왔으니 저자의 불안이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실재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정신과, 심리치료와 같은 서비스에 대한 후기나 감상, 내밀한 과정을 접할 기회는 정말 흔치 않고, 이러한 폐쇄성이 실제 서비스가 필요한 대상자들이 도움받는 데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서, 내용의 질을 떠나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같은 용감한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한 도전, 시도들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 감정이나 정신적 문제들을 정상의 관점에서 비난하는 일들이 줄어들고, 여느 질환과 마찬가지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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