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명상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상의 어떤 점이 달리기와 비슷할까? 요즘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취미로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명상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른다. 사실 나도 비슷한 처지여서 명상을 몇 차례 시도해 봤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빈번히 실패하곤 했다.
명상을 제대로 즐기게 된 것은 마음챙김 명상과 자비 명상을 배우는 워크숍에 참여한 후에야 가능했다. 아주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내가 생각하는 명상의 핵심은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명상을 한다는 것은 한 가지에 집중하며 생각을 비우는 것을 말하는데, 진정한 명상이란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을 기르는 것이다.
호흡 명상을 예를 들어보자면, 숨을 쉴 때 코에 공기가 들어가고 그 공기가 폐를 지나 다시 입으로 나가는 그 과정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지시를 한다. 이런 알아차림의 과정에서 분명 내 머릿속에는 잡다한 생각이 떠오른다. 아까 먹었던 점심이 생각날 수도 있고, 요즘의 고민거리가 떠오를 수도 있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를 수 있다.
이렇게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오히려 우리의 머릿속에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기회가 된다. 집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평가하게 된다. “호흡에 집중해야 하는데 다른 생각을 떠올리다니, 나는 집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부정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판단하지 않고 그냥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라고 받아들이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된다. 호흡은 일종의 등대 같은 것이다. 우리가 길을 잃더라도 다시 그 빛을 보고 돌아갈 수만 있으면 된다. 우리가 고통받는 것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잡생각에 몰두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다.
다시 달리기로 돌아가보자. 달리기를 할 때도 여러 보조장비들을 착용하곤 하지만, 결국 우리의 팔과 다리만을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는 운동이다. 양발의 리듬을 맞추고, 팔을 앞뒤로 치고, 왼발바닥과 오른 발바닥이 번갈아가며 땅을 박찬다. 이 하나하나의 감각에 집중해야만 몸이 앞으로 빠르게 나아가는 행위로 이어진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다 보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풍경, 코로 들어오는 냄새, 몸을 스치며 땀을 식혀주는 바람, 발바닥이 땅에 닿으며 전해지는 딱딱하거나 푹신한 감각들. 자연스럽게 들이쉬고 내쉬어지는 호흡.
내 몸 부위 하나하나를 통제해 나가며 평소 느껴보지 못한 다양하고 풍부한 신체적인 감각들을 나도 모르게 음미하다 보면 어느새 생각했던 것보다 더 먼 곳으로 달려가고 있는 내 모습을 알아차리게 된다. 적어도 달리는 순간만은 과거의 회한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내려놓고 오로지 내 신체 감각들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일 기회를 얻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이런 느낌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너무나 고통스러워서 포기하고 싶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자신이 목표한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좀 더 가혹하게 자신을 몰아붙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가끔 명상하는 달리기를 하며 나에게 자유를 줘 보는 것은 어떨까?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푹신한 강변을 페이스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신체 감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어쩌면 달리기에 중독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