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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곁방 Oct 27. 2024

운동은 싫은데 건강은 지키고 싶어

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횡단보도 초입에서 파란 불이 깜박거리면 뛰지 않고 서서 다음 신호를 기다릴 정도로 싫어한다. 헬스장에 1년 치를 결제하고 1주만 가서 그대로 기부천사가 되었던 경험도 여러 번 되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헬스장을 등록하여 운동을 2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다. 지금은 운동을 싫어하진 않게 되었다.

그 시작은 몇 년 전 9월이었다. 인터넷에서 ‘지금부터 무엇인가를 시작하면 12월 31일까지 100일 동안 할 수 있다.’라는 글을 보았다. 나는 당시 의사에게 지병 관련하여 운동을 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받았다. ‘100일 정도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못 할 것 없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그렇게 2년의 운동 생활이 시작되었다.

싫어하는 운동을 2년 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니 총 6가지가 있었다. 첫 째: 나 자신이 초보임을 인지하기, 둘째: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강도로 시작하기, 셋째: 스스로를 아주 많이 칭찬하고 선언하기, 넷째: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스스로 세뇌하기, 다섯째: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칭찬받고 대화하기, 여섯째: 중간 마일스톤 정하기.

첫째: 나 자신이 초보임을 인지하기. 어른이 어떤 것을 꾸준히 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이 높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잘하지 못하니까 그런 못하는 나 자신을 견디기 어렵고 그래서 재미없어져서 쉽게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이 말에 매우 동감한다. 그래서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어떤 행위’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일단 나 자신이 어디까지 초보인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 같은 경우 고등학교 의무 체육 시간 이후로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약 10년 이상 1년에 몇 번 스트레칭이나 하루이틀 깔짝거리는 정도였다. 이 부분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려고 노력했다. 넌 초보다. 왕초보다.

둘째: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낮은 강도로 시작하기. 내가 초보임을 확실히 인지했다면, 시작의 단계도 아주 초보로 설정해야 한다. 내가 헬스장의 기부천사가 된 이유는 ‘꼭 주 3회 이상 가서 유산소 1시간은 해야 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있으면 30분 운동은 운동도 아니기 때문에 잠깐 30분 정도 운동할 시간이 있다면 아예 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경험이 쌓여서 결국 헬스장 문턱에도 가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첫 30일은 ‘헬스장 정문 사진 찍고 오기’로 미션을 정했다. 간 김에 스트레칭까지 하면 너무나 잘한 일이고, 헬스장 정문이라도 찍고 돌아오면 적어도 계단 운동은 했으니 초보치고 정말 잘한 것이고 생각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정문만 찍고 가는 것도 못하는 날이 많았다. 헬스장에 샤워용 제품을 두고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간단하게 10분 운동하고 씻는 날도 많아졌다.

셋째: 스스로를 아주 많이 칭찬하고 선언하기. 아주 낮은 단계로 설정한 미션을 지키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나고 한심하게 느껴지는 날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초보가 헬스장 계단이라도 내려갔다가 올라왔으니까 대단한 거야!’라고 애써 스스로를 칭찬했다. 속으로 생각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기에 쓰기도 하고 SNS에 헬스장 정문 사진을 올리며 ‘잘했다!’라는 글을 추가하기도 하였다. 소리를 내어서 칭찬하니 더 동기부여가 잘 되었다. 그리고 ‘이 정도면 난 헬스인이지.’하고 스스로 운동인이라고 선언하였다. 정말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본다면 기가 막히겠지만 그렇게 선언함으로써 나를 규정짓는 작업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에 있어 매우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넷째: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세뇌하기. 세 번째 방법과 이어지는 내용이다. 스스로 선언함에서 그치지 않고 일부러 알고리즘을 운동 관련으로 바꾸었다. 유산소를 하다가 발목이 아파서 자세를 검색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나중에 여러 번 보려고 좋아요를 누르고 나중에 볼 영상에 저장했더니 유튜브와 인스타 알고리즘이 서서히 운동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멍하니 알고리즘이 입에 넣어주는 정보들을 받아먹다 보니 ‘내일 이거 해봐야겠다.’하는 것들이 한 가지씩 생겼다. 다음날 딱 한 동작씩 해보고 나니 내가 정말 열심히 사는, 좀 괜찮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알고리즘의 도움을 받아 나는 운동짱이라고 세뇌하였다.

다섯째: 친구들에게 부탁하여 칭찬받기&대화하기. 친구 중에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이 친구에게 대놓고 부탁하였다. 나 잘하고 있는 점 한 가지만 짚어서 칭찬해 달라고. 다만 부족한 점이나 피드백은 하지 말아 달라고. 커피를 사면서 이렇게 부탁하면 친구는 두 가지 넘게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친구와 대화할 때 운동 이야기를 많이 했다. 칭찬을 듣고 대화를 하니까 괜히 대화가 더 재밌었다. 그렇게 신나게 운동 이야기를 하고 집에 가면 내가 정말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이 된 기분이었고 또 다음날 운동하러 가서 친구와 대화한 내용으로 해보게 된다. 카톡으로 ‘너랑 이야기했던 것 해봤어.’라고 연락하면 친구가 또 칭찬해주기도 했다.

여섯째: 중간 마일스톤 정하기. 위와 같은 방법으로 1년 6개월 정도 지나자 소위 말하는 ‘운태기’가 왔다. 이제 어느 정도 운동을 했다고 남과 비교하게 되고 난 왜 무게를 더 치지 못할까, 난 왜 더 빨리 달리지 못할까 고민하게 되고 그래서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10km 마라톤을 신청하였다. 대학생 시절에 몇 번 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때의 시간보다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비록 기록 단축은 실패했지만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나 자신의 기록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를 덜 하게 되어서 좋았다. 다음 목표는 3대 200kg으로 설정하였다. 현재 5kg 남았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금은 운동을 시작한 지 800일이 넘었다. 호르몬 관련 병이 있어 드라마틱한 감량은 없었지만 근육량은 유지하면서 체지방량만 9kg을 뺐다.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그리고 1년에 한 번씩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싫어하지만 꾸준히 해 볼 행위’를 하나씩 늘려나가려고 한다. 올해 도전 과제는 필사이고, 현재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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