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발달 특징과 짝꿍인 판타지 그림책
큰딸이 6살 때의 일입니다. 놀이터의 아이들은 미끄럼틀 계단을 이용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는 차례대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기를 반복하던 중이었는데요. 딸은 미끄럼틀을 탄다며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러다 자신의 차례가 되자 미끄럼틀을 올라가서는 모래가 깔려있던 바닥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 모습에 놀란 저는 아이에게 달려갔습니다. 우는 아이를 안고 약국으로 달리며 도대체 왜 뛰어내렸냐고 물었더니 아이 입에서 나온 대답은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려고 했어”였습니다.
판타지와 짝꿍인 유아의 발달
유아기 아동은 자신의 주관적인 세계와 자기밖에 있는 객관적 세계의 구별이 모호한 세계에 있습니다. 세상의 일이 자기를 중심으로 내 생각대로 움직인다고 여깁니다.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꿈을 실현가능한 것으로 인식하며, 모든 것에 생명과 마음이 있다고도 생각하죠. 머릿속으로 그린 상상적인 것과 실물을 똑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뭐든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이런 특징은 아이에게 현실과 환상을 구분 짓지 못하게 하고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의 경계가 없도록 합니다. 아이의 세상은 환상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상상하고 생각하고 보고 느낀 모든 것이 실제로 느껴지는 세상입니다. 부지깽이와 멍석이 말을 하며 침대가 하늘을 나는 것 모두 실재의 이야기가 됩니다. 마치 제 딸아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미끄럼틀에서 뛰어내린 것처럼 말이죠.
판타지 그림책의 종류
판타지 그림책은 민담의 요소를 지닌 책부터 환상성이 높은 그림책과 환상성이 낮은 그림책 등이 있습니다.
민담은 초현실적인 등장인물과 사건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판타지 그림책으로 많이 재화 되었는데요. 민담과 다른 점이라면 구전된 이야기를 재화 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무생물이나 동‧식물이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그린 것입니다.
환상성이 높은 그림책에서는 초자연적인 인물이 나옵니다. 도깨비나 괴물이 마법을 부린다든지,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몸집이 커지거나 작아지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작품은 교훈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유머가 많은 것이 특징이므로 아이에게 순수한 환상의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환상성이 낮은 그림책의 경우 사람이 아닌 동물이 의인화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가거나 현실적인 배경에 하나의 마법적인 도구나 마법의 존재가 나타나 사건을 이끌어 갑니다. 주로 실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 책이 많습니다.
판타지 그림책이 좋은 이유
첫째, 감성과 사고의 폭을 넓혀줍니다
판타지 문학은 현실과는 다른 초자연적인 소재나 대상, 사건이 중심인 이야기입니다. 독자는 현실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걸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 창조된 이야기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는데요. 이러한 점은 아이의 감성과 사고의 폭을 넓혀줍니다.
둘째,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고 즐거움을 경험합니다
아이는 불가능이 없는 판타지의 세계에서 위로를 받고 행복한 간접 체험을 합니다. 억눌린 욕구를 발산하고 소원을 현실화시킴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신기한 세상을 구경하며 상상의 이야기 속에서 한바탕 놀며 부정적인 감정을 흘려보냅니다. 팍팍한 현실을 재미와 호기심의 세계로 바꾸어 놓기에 즐겁습니다.
셋째, 창의력이 발달합니다
판타지 그림책의 가장 큰 특징은 “상상력”입니다. 판타지 그림책을 아이에게 읽어 줄 경우 아이는 “난 커서 요정이 될 거예요” “난 괴물을 물리칠 거야!” 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바른 정보를 준다는 생각에 “넌 요정이 될 수 없어.” “괴물은 책에만 있어”라며 아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깨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입니다. 엉뚱할 수 있는 아이의 말에 “어떤 요정이 되고 싶니?” “괴물을 어떤 방법으로 물리칠래?”처럼 아이의 상상력과 포부를 지지해 주고 확장시키며 거기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상상하는 것은 즐거움만 주는 게 아니라 창의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이죠.
판타지 그림책 셋
옛이야기의 유쾌한 변주 <호랭떡집>
옛이야기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던 호랭이가 드디어 떡집을 차렸습니다. 첫 주문은 지옥의 ‘염라의 집’에 생일 떡 배달입니다. 호랭이는 밤새도록 생일 떡을 만들어 지옥에 갔는데요. 지옥에는 온갖 이상하고 신기한 요괴들이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를 외치며 호랭이를 그냥 보내주지 않네요. 과연 호랭이는 떡 배달을 무사히 할 수 있을까요?
작가가 만든 유쾌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들은 중구난방 하면서도 찰떡찰떡 뭉쳐 즐거움을 줍니다. 해맑게 까불거리는 캐릭터들이 예측불허 이야기를 만들며 한바탕 난장을 피웁니다. 마치 천진난만하고 생동감 있는 어린이들의 놀이 같습니다. 2024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얼리리더 스페셜 멘션 수상작입니다.
요정 마을의 사계절 <헤이즐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이 책은 숲 속 요정 마을에 사는 꼬마 마녀 헤이즐의 사계절을 담았습니다. 각 계절에 어울리는 4가지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헤이즐은 숲에서 살면서 알을 구하고 친구들과 시냇물에서 뗏목을 타는 등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의 섭리를 알려주기도 하고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일깨우기도 합니다. 모험과 놀이를 하며 즐거움을 느끼게 하고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기도 하는데요.
나도 요정이 되어 헤이즐의 사계절을 경험해 보세요. 나의 사계절과 비교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북페이지 선정 ‘올해 최고의 그림책’으로 뽑힌 작품입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어 <나의 빛나는 친구>
볏짚 도깨비 도롱이는 커다랗고 환한 자판기를 보고 한눈에 반합니다. 자판기와 친해지려 애를 쓰지만 자판기는 시큰둥하네요. 그 모습을 보던 두더지가 자판기는 동그랗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 주어 도롱이는 동그랗고 반짝이는 것을 찾으러 길을 떠나는데요. 과연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을까요? 자판기는 도롱이의 마음을 알아줄까요?
그림은 먹으로 뭉글한 질감과 섬세한 선으로 풀어내고 절제된 여백을 두어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친구를 사귀고 싶은 도롱이의 간절한 마음을 응원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가 환상을 깨 주지 않아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객관적인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판타지의 내용이 실재하지 않는 걸 알면서 상상의 이야기를 즐기게 됩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 아이가 엉뚱한 생각에 빠져있다고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현실의 논리를 파악하기 전에, 환상성에 머물러 있을 때 충분히 판타지 그림책에서 놀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